"심각성을 '매우 높음' 주고 싶은데 15점 꽉 채워서."
"이게 까발라졌을때…점수는 최대한 줬구나 하는."
"강제전학 안보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자기보다 상위클래스가 있었다는 걸 몰랐던 거지."
20일 열린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씨 측근 딸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심의한 위원들의 녹음파일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녹음파일 속 학폭위원들이 가해학생의 처분 점수를 언급하거나 피해학생의 태도를 지적, 그의 변호사를 비방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1점 차이로 강제전학은 피했지만…'무마 의혹' 확산
국회 교육위원회는 이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여당 의원들은 김씨의 측근으로 지목된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딸의 학폭 무마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해당 사건은 김 전 비서관의 초등학생 3학년 딸이 2023년 7월 10일과 17일 성남 한 초등학교에서 한 학년 아래 여학생을 리코더나 주먹 등으로 여러 차례 폭행한 사건이다.
피해학생 신고로 열린 성남교육지원청 학폭위는 김 전 비서관 딸에게 강제전학(판정점수 16점 이상)보다 한 단계 낮은 학급교체(15점)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은 이후 김씨와 김 전 비서관과의 관계 등이 알려지면서 '측근 무마 의혹'으로 번졌다. 김 전 비서관은 이벤트 대행사 대표 출신으로 김씨와 2009년 언론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함께 수료했으며 대선 때는 윤석열 캠프 홍보기획단장을 맡았다.
특히 김 전 비서관 딸이 출석정지 처분을 받은 다음날인 7월 20일 김씨가 당시 장상윤 교육부 차관과 8분간 통화한 것으로 파악되며 논란이 확산됐다. 장 전 차관은 이후 대통령실 사회수석으로 영전하기도 했다.
이후 2023년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처분 결과에 대한 질의와 질타가 쏟아졌다.
"전학은 좀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초등생 강제전학 사례 없었다"
녹음파일 속 위원들은 최고 징계수위인 '강제전학'과 그 아래 단계인 '학급교체'를 논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공개한 녹음파일 속에서 한 학폭위원은 "강전(강제전학)에 대한 부분은 지금 과장도 좀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또다른 위원은 "이 아이(가해학생)를 봤을 때 전학이 나을지" "○○○ 장학사님은 과장님 말씀 무시하고 알아서 내리라고 했고. 많이 어린 것 같다는 얘기는 했다"고도 했다.
백 의원은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당일 위원들이 학폭위를 시작하고 나서 '심각하다'는 말이 나온다"며 "'과장님이 강제전학 조치가 나오면 안된다고 했다'는 말을 하는데, 그런 말을 본인이 판단해서 했겠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경기도 초등학교 저학년 중에 학폭사건으로 전학 조치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감안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점수 언급에 변호인 조롱까지…학폭위 제대로 작동했나
이 사안을 최초로 고발했던 김영호 민주당 의원(교육위 위원장)이 공개한 녹음파일 속 위원들은 보다 직접적으로 징계 수위를 논의했다. 특히 피해학생의 태도를 지적하거나 그의 변호사를 조롱하는 듯한 대화도 있었다.
김 위원장이 공개한 녹음파일에서 한 위원은 "저는 그래도 심각성 '매우높음' 주고 싶은데 15점 꽉 채워서"라고 말한다. 또다른 위원은 "초등학생이란 걸 감안해서 강전(강제전학)까지는 아니어도"라고 말하며 논의를 이어간다.
학폭위원장은 처분 결과가 공개됐을 경우를 예상하기도 했다. 위원장은 "이게(논의 내용이) 까발라졌을때 '쟤들도 고민은 많이했는데 점수는 최대한 줬구나 강제전학 바로 밑까지' 이런 생각이 있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피해학생과 그의 변호인을 비난하는 대화도 오고간다. 한 위원은 "우리는 나름대로 해석을 해서 학급교체 조치를 했지 않나"라며 "피해학생 쪽에서 엄포를 놓고 갔는데, 피해자 측에선 의미없는 학급 교체가 웬말이냐고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위원장은 "처분은 법적으로 이뤄지는 부분"이라며 "그건 지가 하는 얘기"라고 맞장구친다.
하지만 학폭위의 처분 결과가 공개됐을 당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애초에 동급생이 아니기 때문에 학급교체가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피해학생 역시 김 전 비서관 딸의 강제전학을 원했다. 그러나 학폭위는 1점 차로 한 단계 아래 처분인 학급교체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또 피해학생이 변호인을 언급하며 "변호사가 마지막에 이야기 하는데 자꾸 몸에 반감이 일어났다"며 "변호사로서 능력이 떨어진다. 고단수는 아니다. 강제전학은 안 보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 말한다.
"처분은 법적으로 이뤄진다"는 위원장의 발언과는 달리 공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 셈이다.
공은 특검으로…김건희 언급 있을지 주목
이날 여당 의원들이 일부 공개한 녹음파일에선 김씨나 김 전 비서관을 직접 언급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녹음파일은 4시간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15점을 꽉 채워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거나 피해학생에 대한 공정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며 "대한민국 학폭위가 이런 식으로 운영돼서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녹취록은 처음 들었다"며 "2년 전 국감 당시 매우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들어서 학폭위의 절차를 점검했고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임 교육감은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를 하던 상황에서 가해학생이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게 돼서 종결됐다고 판단했다"며 "오늘 제시된 녹취록을 들은 결과, 수사가 아니면 밝혀지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특검에서 정확하게 밝혀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현재 이 사건은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수사중이다. 특검은 이날 성남교육지원청 생활교육지원과 및 초등교육지원과, 가평교육지원청 교육과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