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와 대출 규제 등으로 부동산 갭투자 전면 차단에 나선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국토교통부 차관의 배우자가 갭투자를 하는 듯한 정황이 확인됐다.
21일 CBS노컷뉴스가 이상경 국토1차관의 재산 내역을 확인한 결과, 이 차관의 배우자는 토허제 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의 한 아파트를 지난해 7월 33억5천만원에 매입한 뒤, 같은 해 10월 14억8천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계약 기간은 2024년 12월부터 2년간이다.
매매가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으로 전세를 놓은 이 같은 거래 방식은 이른바 '갭투자'의 전형으로 보인다. 갭투자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갭)만큼만 자기 자본을 투입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투자 방식으로, 적은 자본으로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지만 집값 하락 시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가 지양해온 투기적 거래 형태다.
더욱이 해당 아파트는 현재 실거래가 기준으로 40억원에 달해, 불과 1년여 만에 6억5천만원가량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세를 놓아 실제 투입한 자본은 약 18억7천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 차관 측은 짧은 기간에 상당한 시세 차익을 얻은 셈이다.
정부는 10·15 대책으로 대출 규제 강화와 규제지역 확대라는 초강력 조치를 발표했다.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70%에서 40%로 강화됐고, 유주택자는 대출이 전면 금지됐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는 물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묶여 2년간 실거주 의무도 부과됐다.
이에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이 차관은 '현금 부자만 (집을) 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우려는 일부 있을 여지는 있다"면서 "보유세를 강화한다든지 하면 고가 주택을 가진 세대는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수요가 떨어지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이 차관의 현금액수는 본인과 배우자를 합해 28억 9천만원에 달한다.
이 차관은 "갭투자 수요가 사라지면 전세 물량이 일부 줄 수 있다"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이 빠르게 진행 중이고, 정부는 비아파트 매입확약으로 공급 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차관은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도 출연해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해 "정책 입안자의 입장에서 가혹할 수 있는 부분이다"며 "정부가 정책을 통해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사면된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만약 가격이 유지되는 경우로 봤을 때 집값이 유지된다면 그간 내 소득이 오르고, 오른 소득이 쌓인 이후 향후에 집을 사면 된다. 어차피 기회는 돌아오게 돼 있다.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 없지 않나"라고도 강조했다.
이 차관의 이런 발언에 대해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선 날 선 반응 등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본인들은 부동산 투자로 부를 이뤄놓고 국민들에겐 '집값 잡아줄테니 기다리라'고 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에서 환멸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갭투자로 큰돈을 번 사람이 실수요자들한테 '양해를 부탁한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게 바로 부동산 정책이 신뢰를 잃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차관 측은 CBS노컷뉴스에 백현동 아파트를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했다고 해명했다.
이 차관 측은 "더 큰 평수로 이사하기 위해 매입했지만 기존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입주 시점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 닥쳤고, 부득이하게 시세(16억대)보다 저렴한 14억원대에 전세 세입자를 구했다"며 "통상적인 갭투자와는 다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