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캄보디아에 군사조치' 언급…김병기 "신중해야"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수석최고위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이 한국인 납치·감금 문제가 불거진 캄보디아에 필요 시 군사적 조치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해 파장을 낳고 있다. 그러나 김병기 원내대표가 곧바로 이를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서면서 당 지도부 내 엇박자가 표출됐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은 외교·군사·정보 등 국가가 보유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구출해 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군사적 조치 또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군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는 헌법적 당위성을 말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여당 지도부 내에서 캄보디아에 대한 군사 조치가 공개 거론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2일 이언주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이 문제를 언급하며 "캄보디아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자국민 보호를 위한 자력구제 등 군사적 조치까지도 검토해야 한다"며 "한국인을 대상으로 범죄나 테러를 일으킬 경우 끝까지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국제적으로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2011년 우리 해군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붙잡힌 한국인 선원들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 작전'이 예시로 언급됐다.

그러나 전 최고위원의 발언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정보기관·군 출신의 당 지도부 인사들에게 공개적인 반박을 당했다.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출신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 도중 전 최고위원의 발언을 기자가 묻자 "국민적인 공분이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며 "군사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는 고려 요소로 아직 들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이런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정보기관을 두는데, 정보기관은 해외에서 자국민들을 위한 활동에 대해선 무법성을 인정받는다"며 "군은 근본적으로 무법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조치에 극히 신중해야 하고 발언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같은 날, 육군 대장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냈던 김병주 최고위원도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군사적 조치는 고려 요소가 아니라고 본다"며 "외교적 조치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에 구금돼 있던 한국인 64명이 1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등 국제 범죄 조직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

김 최고위원은 "캄보디아는 의회 권력이 세기 때문에 상하원을 다 만나 정치적 여건과 함께 사이버 범죄에 대해 같이 하자는 공감대를 이뤘다"며 "대규모 사기범죄 단지를 경찰이 수시로 순찰·수색해 대규모 사기범죄 조직을 와해시키고, 한국 관련 인원들에 각별히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나 김 최고위원이 '엇박자' 문제를 감수하면서 이렇게 금세 진화에 나선 건 여당 지도부 관계자의 '군사 조치' 언급은 그 자체로 외교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만약 이런 목적으로 캄보디아에 군사 개입을 하는 일이 정당화된다면 중국이나 일본이 자국민 보호를 위해 우리나라에 군대를 보내는 것도 정당화될 수 있다"며 "아덴만 여명 작전은 해적을 상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경우"라고 못을 박았다.

실제로 유엔 해양법협약 105조는 "모든 국가는 공해 또는 국가관할권 밖의 어떠한 곳에서라도, 해적선·해적항공기 또는 해적 행위에 의해 탈취되어 해적의 지배 하에 있는 선박·항공기를 나포하고, 그 선박과 항공기 내에 있는 사람을 체포하고 재산을 압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흔히 '보편적 관할권'이라 한다.

국제사회가 다국적 연합 해군(CTF-151)까지 구성해 공해상에서 벌이고 있는 대해적 작전과 달리, 캄보디아 범죄단지처럼 다른 나라의 영토에 우리 군이 개입하게 될 경우 그 자체가 주권 침해 등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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