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휴전에 나선 이후 가자지구에서 다시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에 따르면 지난 9일 이뤄진 합의에 따라 10일 휴전이 발효된 직후부터 하마스는 가자지구의 주요 교차로에 치안·경찰 인력을 배치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하마스 제복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마스가 통치하는 행정조직과 관료들도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군사조직 출신 행정관들을 새로 임명하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 "우리는 가자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 현지 언론은 하마스 무장조직 알카삼여단이 "질서 회복"을 목표로 주요 세력들과 회동을 갖고 청년 수백명을 징집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정치국 위원인 무함마드 나잘도 전날 공개된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무장 해제를 '예' 또는 '아니오'로 단정할 수 없다"며 "무기를 누구에게 넘긴다는 것인지부터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와이넷은 하마스가 삼, 라다 등 치안부대를 동원해 '부역자 사냥' 활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부샤바브, 알아스탈 등 하마스에 맞서는 민병대를 지원한 사람들을 솎아내 체포, 공개 처형, 고문 등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도 지난 15일 하마스의 이같은 움직임을 가리켜 "범죄 행위이자 노골적인 인권 침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아바스 수반이 속한 파타당은 팔레스타인 통치 주도권을 두고 하마스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마스가 다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가자지구에서 외국으로 향하는 관문의 개방도 미뤄지고 있다.
지난 16일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업무조직 민간협조관(COGAT)은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의 검문소 개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파 검문소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아닌 외국으로 향할 수 있는 유일한 관문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5월 이곳을 장악한 뒤 1년 5개월 넘도록 봉쇄하고 있다.
PA가 운영하는 이집트 주재 팔레스타인대사관도 이날 성명에서 "다음 주 월요일인 20일부터 라파 검문소가 열린다"며 "이를 통해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팔레스타인 시민의 이동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 총리실은 반박 성명을 내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 국경 검문소가 추후 공지 때까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시했다"며 "검문소 개방은 하마스가 사망한 인질의 송환 등 합의를 이행하는 것에 따라 검토될 것"이라고 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휴전하면서 자신들이 억류 중이던 인질 시신 28구를 돌려보내기로 약속했지만, 이 가운데 10구만 인계된 상태다.
이에 미 국무부는 "평화 합의 보장 국가들은 하마스가 휴전 조건에 따른 의무를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하마스가 공격을 진행할 경우 가자 주민들을 보호하고 휴전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가자 평화 구상의 1단계에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휴전이 발효된 뒤 인질·수감자 교환 석방이 진행됐다. 남은 2단계 협상은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하마스를 배제한 가자 과도 행정부 수립 등이 핵심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