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도 '배구 생각'뿐이다. 김연경이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18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홈 개막전을 마친 뒤 열린 김연경 은퇴식. 이날 김연경은 5401명의 구름 관중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전 소속팀 흥국생명은 정관장을 세트 스코어 3-1로 제압하며 김연경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지난 2024-2025시즌 흥국생명의 통합우승을 이끈 뒤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김연경은 관중석에서 흐뭇한 얼굴로 경기를 지켜봤다.
은퇴식 후 취재진과 만난 김연경은 "스카이박스에서 봤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초반부터 너무 잘해서 놀라기도 했다"며 "생각했던 스타팅 멤버가 아니었다. 팀이 많이 바뀌었는데, 올 시즌 기대가 된다"며 미소 지었다.
선수 시절에는 매년 이 시기가 가장 힘들었을 터. 하지만 여전히 바쁘다는 김연경은 "재단부터 원더독스 촬영까지 정말 쉴 틈 없는 일정을 보냈다. 이번 국제배구연맹(FIVB) 세미나 후 여유가 생겨서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의 방향을 차근차근 생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FIVB 세미나에 다녀온 그는 "이렇게 힘든 세미나인 줄 몰랐다. 오전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만 주고 계속 영어로 세미나를 한다"며 "내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등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미나를 마친 뒤 차를 렌트해서 프랑스로 운전해서 갔다. 세미나 때 배운 내용을 되돌아보며 향후 계획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면서 "그런데 생각하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라고 웃었다.
자신이 설립한 KYK재단을 통해 유소년 대회를 개최하는 등 배구 발전에도 힘쓰고 있다. 김연경은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재단을 만든 지 1년 조금 넘었는데, 내년 계획도 만들고 있다. 최대한 시간을 할애해서 열정을 붓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국가대표팀이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많은 분께 다시 사랑받으면 좋겠다"며 "국제대회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 배구계의 큰 숙제"라고 강조했다.
여자 배구는 4강 신화를 달성한 2020 도쿄 올림픽 이후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강등 수모까지 겪으며 국제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
김연경은 "결국 계획이 중요하다. 현재 성적이 안 나오더라도 장기적인 계획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기다려주실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며 "매년 바뀌는 시스템, 장기적인 계획이 없는 모습이 많은 분들을 화나게 한다.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 먼 미래를 내다보며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김연경은 배구 예능 프로그램 '신인감독 김연경'에서 원더독스의 사령탑으로 활약하며 배구 흥행을 위해 노력 중이다. '언더독'의 약진을 목표로 하는 원더독스는 은퇴 선수, 프로팀 방출 선수, 실업팀 선수 등 다양한 사연을 지닌 이들로 구성된 팀이다.
원더독스에 소속된 구솔, 이진 등 실업팀 출신 선수들이 해외 무대에 도전했던 사례를 언급한 김연경은 "도전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해외 무대보다 연봉이 높은 V-리그에서 해외로 진출하는 선수들은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V-리그 수준을 높이려면 좋은 선수를 데려와야 한다. V-리그가 활성화돼야 국제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2군 리그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연경은 "선수가 없어서 2군 리그를 못 만든다고 하는데, 밖에서 대기하는 선수가 너무 많다. 여기에 실업팀 선수, 은퇴 선수까지 더하면 충분히 2군 리그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군 엔트리를 줄이고 나머지는 2군에서 훈련하고 경기하면 된다.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지만, 1군 스태프를 2군으로 보내면 가능하다. 하루빨리 2군 리그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