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3월 31일 오전 7시 33분. 도쿄에서 출발해 후쿠오카로 향하던 일본 JAL 항공기가 비행 도중 납치됐다. 당시 탑승자는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해 총 129명. 9명의 납치범은 일본 공산주의 과격단체인 적군파 요원들로, 조종사에게 북한으로 향하라고 위협했다.
기장은 연료가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인근 일본 공군 기지에 긴급 착륙했고, 일본 정부가 협상에 나섰지만 납치범들은 노약자 일부만을 석방한 채 결국 비행기를 다시 띄워 북한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들은 북한 평양공항이 아닌 한국의 김포공항에 착륙하게 된다. 한국 측은 교묘하게 평양공항으로 위장했고, 관제사는 "여기는 평양"이라며 납치범들을 속였다. 하지만 활주로에 있던 미국 민항기를 본 납치범들이 이상함을 눈치채면서 계획은 들통났다.
이 믿기 힘든 사건은 실제로 일어났으며 국내 언론은 당시 항공기의 이름을 따 '요도호 납치사건'으로 보도했다.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는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일어난 사실', '약간의 창의력', '믿으려는 의지'라는 설정을 더해 사건을 재구성한다.
이름도 출신도 알려지지 않았지 않은 해결사 아무개(설경구)는 중앙정보부장 박상현(류승범)의 호출을 받고 일본 항공기 납치 사건에 투입된다.
"내가 물 위를 걷겠다 싶으면 성님은 그 물을 깡깡 얼려 줘야지?" -박성현
아무개의 계획에 따라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홍경)이 작전에 휘말리게 되고, 김포공항을 평양공항으로 위장하자는 대담한 아이디어가 실행에 옮겨진다. 이들을 김포공항으로 유인하는데 성공한 서고명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작전을 밀어붙이지만, 납치범들이 속았음을 깨닫게 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책임을 회피하는 관료들의 모습은 혼란을 더욱 가중시킨다. 결국 심한 숙취로 움직이기 힘든 대통령(김종수)을 대신해 영부인(전도연)이 등장하면서 막혀 있던 상황은 급반전된다.
상황마다 이중적으로 대비…풍자와 위트로 드러낸 권력의 민낯
'굿뉴스'는 상황마다 극적인 대비를 통해 긴장과 유머를 오간다. 비행기 내부의 절박함과 지상 작전본부의 느긋한 분위기가 서로 교차하며 아이러니한 상황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과정에서 평등과 계급 타파를 외치던 납치범들이 정작 자신의 대장에게는 순응하는 모습, 권력자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관료들의 행태는 현실 사회에 대한 풍자와 해학으로 다가온다.
재치 있는 편집과 개성적인 촬영 구도, 그리고 적절하게 배치된 음악은 작품 속 아이러니를 더욱 부각시킨다. 또 당시 실제로 사용된 동일 기종의 비행기를 공수하고, 시대감을 살린 색채를 활용해 사실감을 높였다.
아무개는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 말에는 가치가 있다"는 서고명에게 이 말을 전한다.
"진실은 간혹 달의 뒷면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은 아니다." - 트루먼 셰이디
그리고 덧붙인다.
"앞면이든 뒷면이든 달은 달이라고."
작품은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중성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위트있게 전한다. 과연 이들의 운명은.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변성현 감독 연출. 설경구·홍경·류승범. 138분.
한줄평: 나야, 변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