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200만원 정도 되는 퇴직금이라도 신속하게 받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던 공무원들이 잘못이 있다면 저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상응하는 처분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쿠팡 일용직 퇴직금' 사건을 담당했던 문지석 광주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15일 국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눈물을 쏟아내며 이같이 말했다.
현행법상 1주일에 15시간 이상 1년 이상 근무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23년 5월 쿠팡은 단 한 차례라도 주당 15시간 미만 근무 이력이 있을 경우엔 이전 근무 기간을 리셋하는 규정을 개설했다.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노동자들에게 더 불리한 방식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이다.
국감에서 해당 질의를 이끌어 낸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쿠팡의 '일용직 퇴직금' 취업규칙 불법 변경과 관련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 과정에서 외압 정황이 드러났다고 16일 지적했다. 아울러 문 부장검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건을 검찰 윗선 내부에서 무마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이래서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CBS 유튜브 '이정주의 질문하는 기자'에 출연해 국정감사장에서의 증언, 검찰 내부 메신저에 포착된 '방향 설정' 의혹, 노동안전·퇴직금 제도와 수사 시스템의 충돌 지점을 차례로 짚었다.
김 의원은 먼저 문 부장검사의 국감 증언 장면을 떠올리며 "정말 어쩌면 감동이었기도 하고 대단한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문 부장검사의 눈물의 발언 직후 그 순간에 의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고 했다.
이어 "특히 검찰은 상명하복 조직이기도 하고 또 검사동일체라는 관습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있다"며 "검찰 내부에서 더군다나 부장검사가 자기의 상사에 관해서 그렇게 진정을 내고 감찰을 요청하는 일은 아마 검찰에서 초유의 일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사건은 쿠팡이 일용직 노동자의 퇴직금을 사실상 제한하는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바꾸면서 시작됐다. 김 의원은 "해당 사안은 쿠팡이 취업 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걸로 볼 수 있다"며 "노조가 있다면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불이익한 방향으로 규칙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절차 없는 불이익 변경은 무효라고 지적했다.
노동당국의 판단 역시 문제점을 지적하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 사이에 노동부에서 8개 로펌에 취업규칙 변경 관련 질의를 했다"며 "8개 로펌 중 단 한 군데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든 로펌들이 쿠팡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회신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검찰 내부에선 다른 '방향'이 설정돼 있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공개된 담당 주임검사와 문 부장검사 간 검찰 내부 메신저를 제시하며 "국민들은 검찰이 열심히 수사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걸 따져봤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주임검사와 부장검사는 열심히 수사했다"며 "그러나 (엄희준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차장검사 등) 윗선에서 (무혐의로) 방향을 정해 버린다면 검찰 조직이 필요가 없는 거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문 부장검사는 압수수색 등 수사로 확보한 단서들이 상부 단계에서 누락되는 등 수사 무력화 정황을 겪었다. 김 의원은 "그 중요한 압수수색한 게 누락돼 대검으로 올라갔다"며 "문 부장검사는 문제 제기 끝에 상급자로부터 10분 가까이 모욕적 언사를 듣기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문 부장검사의 상관이었던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는 문 부장검사의 주장이 허위라고 반박했다. 엄 검사는 지난 17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제가 주임검사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이고 강압적으로 무혐의 지시를 한 사실은 절대 없다"며 "문 부장검사의 악의적인 허위 주장은 무고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나 국감에서 공개된 쪽지에 따르면 당시 부천지청장이었던 엄 검사는 지난 2월 21일 문 부장검사를 거치지 않고 신모 검사를 지청장실로 별도 호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부장검사는 해당 사건을 지난해 6월부터 검토해왔지만, 주임검사인 신모 검사는 쿠팡 사건을 배당받은 지 약 15일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신모 검사는 면담 이틀 뒤인 지난 2월 23일 문 부장검사에게 엄 검사의 지시 사항을 보고한 것이다.
쿠팡 퇴직금 사건은 주무부서인 노동부에선 기소의견을 냈지만, 핵심은 '검찰의 문턱'이었다.
노동청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해도, 검찰이 불기소로 '게이트 키핑'을 하면서 사건이 멈춘 것이다. 김 의원은 "전문 조직은 노동청"이라며 "노동청이 기소 의견으로 넘겨도 마지막 게이트 키핑 검찰이 무소불위 권한인 기소 독점으로 누르면 언제든 묻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번 사안을 '민생'의 문제로 환원했다. 그는 "정말 하루하루 일해서 사는 그런 일용직 노동자들의 퇴직금에 관한 문제"라며 "이런 문제를 방향을 정해놓고 (대기업에 무혐의를 주는) 가면 검찰을 신뢰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검찰은 우리 사회에 필요악도 아니고 그냥 악이란 소리를 듣는다"며 "이래서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 사건 등과 별개인 민생에 관해서도 이렇게 검찰이 깊숙하게 개입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한 분노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검찰개혁의 방향에 관해 김 의원은 "검찰들도 스스로 이제 올 게 왔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문 부장검사 같은 용기 있는 검사의 폭로로 쿠팡의 불법 취업규칙 변경 사건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문 부장검사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사법 전반의 신뢰 회복이라는 큰 틀도 제시했다. 김 의원은 "지금 검찰 개혁뿐만 아니라 사법개혁이 정말 필요한 타이밍"이라며 "검찰이 우리 사회의 억울함을 풀어내는 조직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검찰이 억울함을 만드는 조직이 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국감의 성과와 과제를 함께 언급했다. 김 의원은 "쿠팡에서도 다시 전수 조사로 일용직 퇴직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앞으로도 우리 노동자들의 삶을 살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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