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공동체 연탄은행, 강원 넘어 해외까지 나눔 확산"

강원CBS.강원영동CBS 시사프로그램 <최진성의 위클리오늘>에 출연한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허기복 대표. 강민주 PD

◇최진성> 아침저녁으로 꽤나 쌀쌀합니다. 다시, 겨울의 온기를 준비할 시간이 다가왔는데요. 오늘은 '사랑의 연탄 나눔'으로 잘 알려진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의 허기복 대표를 모셨습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연탄 한 장의 의미', '밥 한 끼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허기복> 네, 안녕하셨습니까.

◇최진성> 청취자분들과 도민분들께 인사와 소개 부탁 드립니다.

◆허기복> 네, 강원CBS 애청자 여러분, 그리고 강원도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밥상공동체와 연탄은행을 섬기고 있는 허기복 목사입니다.

◇최진성> 저희가 인터뷰 전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표님을 어떻게 부르면 좋을지 여쭤봤더니"목사로 불러주면 좋겠다" 하셔서 오늘은 목사님으로 호칭을 통일하겠습니다. CBS와는 여러 번 인터뷰를 하셨죠? 저하고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허기복> 네, 하지만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강민주 PD님을 통해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요. 강원CBS는 IMF 시절부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함께해 주셨습니다. 횟수로 치면 강원CBS와 함께한 세월이 27년이네요.

◇최진성> 그러니까요. 저도 영동CBS에서 근무할 때부터 '연탄은행' 이야기를 전하며 늘 허기복 목사님 이름을 들었거든요.

◆허기복> 네, 고맙습니다.

◇최진성> 오늘 이렇게 직접 이야기 나누게 돼서 반갑습니다. 가을이 되면 설레기도 하지만, 겨울을 앞두고는 목사님께서 늘 지역의 어려운 분들을 떠올리실 것 같아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잘 알고 계신 분들도 많지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 짧게 소개해 주시죠.

◆허기복> 우리 밥상공동체는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원주교회 쌍다리 밑에서'주님의 이름으로 밥을 푸는 일'로 시작했습니다. 그때 연탄 한 장(250원)이 없어서 냉방에서 지내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어 연탄은행도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시대적 변화에 맞춰, 기후위기 취약계층을 위한 '스마트 복지'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복지관도 기후·환경 취약계층 전담기관으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최진성> 27년 전의 '밥상과 연탄'에서 출발해, 지금은 '스마트 복지'까지. 시대의 변화에 맞게 발전해 온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대표적인 사업이 '온기밥상'인데요. 취약계층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어 왔는지 들려주시죠.

◆허기복> 말씀하신 대로 '밥상공동체'의 시작은 '밥 한 끼'에서였습니다. 사람에게 먹는 일은 너무나 중요하잖아요. 성경에도 '먹음의 문제'가 자주 언급되고, 시인 김지하 씨는 "밥은 하늘이다"라고 했죠. 혼자서는 하늘을 이룰 수 없듯, 밥도 함께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밥을 함께 나누며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시작했어요.

밥을 나누다 보니, 식사는 해결했지만 잘 곳이 없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원주에 강원도 최초의 노숙자 쉼터 '다시 서는 집'을 세웠습니다. 이후 강원 전역으로 확산시켰고요.

또 단순히 '나눔'에서 멈추지 않고, '생산적 복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자활과 취업을 돕기 위한 '자활센터'를 운영했고, 제가 또 대학도 설립했습니다.

◇최진성> 대학이요?

◆허기복> 구두 수선을 가르치는 '구두대학'도 세웠습니다. (하하하) 작은 공간에서 시작했지만, 배워서 취업으로 나아가는 분들을 보며 '이것도 대학이다' 싶었습니다. 고물상이 아니라 '보물상'이라 이름 붙인 재활용 가게도 운영했죠.

그런 활동들이 알려지면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원주까지 오셔서 "강원도에 이런 복지가 있다니 놀랍다"고 평가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최진성> 정말 놀랍네요.

◆허기복> 코로나가 터졌을 때는 비대면 상황에서 복지 사각지대가 심해졌습니다. 그때 저희는 "코로나 탓만 할 게 아니라, 교회와 시민운동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께 휴대폰 사용법을 가르치고, 화상통화로 안부를 확인했습니다. 또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활용해 홀로 계신 어르신 댁의 온도·습도·움직임을 모니터링했습니다.

보통 실내 온도가 15도면 추위를 느끼고,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난방이 필요합니다.그런 환경을 자동으로 감지해 긴급히 지원할 수 있는 '스마트 복지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더위와 추위 모두 에너지 빈곤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기후위기 취약계층'이라는 개념을 사회적으로 제시하고, 그분들을 위한 전문기관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최진성> 가장 필요했던 '먹을 것'을 채워주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또 '추위', 이 난방에 대한 문제를 함께 풀어오셨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대로, 요즘은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 시대에 맞춰 '스마트 시스템'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가고 계신데요. 사진을 보니까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IoT 센서가 설치된 가정들의 데이터가 모니터로 나오더군요.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해 보였는데, 실제로 위기 상황이 발생해서 출동한 사례도 있습니까?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서는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가정 내에 IoT 센서를 설치해 위험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 강민주 PD

◆허기복> 그렇죠. 참고로 그건 영상이 아니고 센서이기 때문에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습니다.온도, 습도, 움직임까지 저희가 모니터로 확인하는데, 3시간 이상 움직임이 없으면 '경보', 그다음 단계가 '위험'으로 표시됩니다. 그래서 "이건 큰일이다" 싶어서 사회복지사님과 현장에 바로 출동했죠.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었고, 두 번째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혹시 외출하셨나, 센서 오류인가 싶었는데, 1시간 후 다시 갔을 때도 조용했어요. 창문 틀에 귀를 대고 들어보니 안에서 희미한 신음 소리가 들리더군요. 알고 보니 어르신이 5일 동안 식사를 못 하셔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셨던 겁니다. 그래서 경찰과 의사를 대동해 문을 열고 들어가 응급조치를 했고, 다행히 어르신이 회복하셨습니다. 이런 사례가 이미 10건 정도 있었습니다.

◇최진성> 다행입니다. 요즘 고독사 문제가 계속 대두되고 있는데, 이런 시스템이 그 문제를 미리 막는 효과도 있겠네요. '최진성의 위클리오늘', 오늘은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의 허기복 대표와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물론 스마트 복지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있지만, 여전히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분들도 많죠.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데, 올해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허기복> 일단 세대의 흐름에 따라 디지털화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정부나 지자체 예산을 받지 않고, 오직 기도와 후원자, 봉사자들의 참여로 운영되는 기독교 시민운동이기도 합니다.

이제 기후환경 변화에 따라 '탄소중립'이 중요해졌고, 기업들도 ESG 운동을 하고 있죠. 저희는 2년에 한 번씩 전국 연탄 사용 가구 조사를 합니다. 강원도 내 조사도 포함되죠. 조사 결과, 2년에 한 번 할 때마다 약 2만 가구 이상이 줄어드는 흐름이 보입니다.

올해는 약 4개월 동안 전국을 다니며 조사했는데, 거의 운동화 다섯 켤레를 닳을 정도로 현장을 돌았습니다.그 결과, 전국 연탄 사용 가구는 6만 가구가 조금 안 됩니다. 2년 전보다 약 2만 가구 줄었죠. 참고로 강원도 내만 해도 1만 8천 가구 정도, 원주는 1천 가구, 춘천은 약 800가구 정도 됩니다.
강원CBS.강원영동CBS 시사프로그램 <최진성의 위클리오늘>에 출연한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허기복 대표가 북원노인종합복지관에서 밥상공동체의 정신을 설명하고 있다. 강민주 PD
◇최진성> 그렇군요. 연탄 가구가 줄어든 이유가 경기 회복 때문이라면 좋겠는데, 현실은 다르겠죠.

◆허기복> 맞습니다. 줄어든 이유는 경기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고령화와 재개발 때문입니다. 연탄을 쓰는 가구는 대부분 고지대 달동네에 있고, 도시가스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결국 기름이나 연탄밖에 방법이 없어요.

참고로 난방유를 쓰면 겨울철 한 달에 1.5드럼, 약 40만 원이 듭니다. 반면 연탄은 150장, 약 13만 5천 원이면 됩니다. 그런데 연탄을 쓰는 분들 대부분이 평균 연령 80세 이상, 월소득 50만 원 미만의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가구입니다.

그래서 연탄 외엔 선택지가 없습니다. 경기가 좋아진 게 아니라 살던 곳이 재개발되거나, 연로하셔서 사용이 어려워진 겁니다. 게다가 강원도 내 연탄공장은 거의 사라졌고, 공급도 어렵습니다. 배달 인력도 줄어들었죠.
그래서 우리 교회 중심으로 함께하자 해서, 전국 31개 지역에 연탄은행이 세워졌습니다. 목사님들이 함께 참여하고, 강원도 내에서도 각 지역별로 섬기고 있습니다.

지금 연탄 한 장 값이 천 원이 넘었습니다. 하루 5장이 필요하니, 한 달이면 꽤 큰돈입니다.

◇최진성> 벌써 그렇게 됐군요. 천 원이 넘었다니요.

◆허기복>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는 이 일을 계속해야 합니다.

◇최진성> 그렇죠. 나눔과 사랑이라는 기독교적 가치가 이 운동의 중심이겠네요. 교회뿐 아니라 종교를 초월해 동참하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주변에서 "요즘 탄광이 문을 닫는다던데, 연탄 수급은 괜찮을까?" 하는 질문들도 많습니다. 강원도 내에서도 연탄을 사용하는 가정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생산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공급이 쉽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 허기복> 네, 굉장히 많습니다. 사실 무연탄을 채광하던 광업소도 문을 닫고, 연탄을 생산하는 공장들도 문을 닫았습니다. 그래서 강원도 내에서는 연탄을 어디서 공급받아야 하냐면, 충북 제천이나 경기도 끝자락 동두천, 심지어 문경에서 배달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러다 보니 배달비가 자연히 더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름을 때는 건 불가능합니다. 난방비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죠.

정책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비록 무연탄이 화석연료이긴 해도 미국에서도 여전히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아직 완전히 대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석탄의 경우 너무 일찍 손을 뗀 것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통일한국 시대를 준비한다고 하면, 북한의 무연탄은 세계적으로도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너무 일방적으로 '문 닫는 정책'을 펴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정책적으로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원CBS.강원영동CBS 시사프로그램 <최진성의 위클리오늘>에 출연한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허기복 대표가 해외 밥상공동체의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강민주 PD
◇ 최진성> 네, 거의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위기도 많았을 텐데요. 그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대책을 세우고 나아가고 있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입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짧게 소개해 주시죠.

◆ 허기복> 오래전에 원주에 계신 김흥렬 목사님께서 키르기스스탄으로 선교를 가셨습니다. 그분이 현지에서 "이곳에도 연탄이 필요하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키르기스스탄은 12월이면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는데, 고려인 후손들이 너무 춥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현지 조사를 거쳐 2012년에 수도 비슈케크에 '키르기스스탄 연탄은행'을 세웠습니다.

그곳에서는 고려인들 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때 강제이주된 분들, 또 독립운동 중에 망명하신 분들도 돕고 있습니다. 특히 왕산 허위 선생님의 손주를 찾아가 혹한기 5년치 난방비를 지원했는데, 그분이 "나라에서도 안 해준 일을 목사님이 해주셨습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한마디에 기독교 시민운동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 최진성> 참 귀한 일입니다. 시간이 금방 흘렀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이 다가오는데요. 후원이나 봉사로 함께하고 싶은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참여 방법 알려주시죠.

◆ 허기복> 네, 우리 강원CBS 애청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방송이 나갈 때마다 "어떻게 봉사할 수 있나요?" "후원은 얼마부터 가능한가요?" 하는 전화를 많이 주세요. 연탄 한 장이 900원인데요,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연탄 한 장이면 약 5시간 정도 방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습니다. 큰 돈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연탄 1장 900원, 10장 9천 원이라도 마음을 모아주시면 됩니다.

어디에서 봉사하고 싶은지도 말씀해 주시면 춘천, 원주, 동해, 속초, 강릉 등으로 나누어 연결해드립니다. 함께해 주신다면 '한국교회를 통해 대한민국은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겁니다. 그 희망을 2025년에도 이어가고 싶습니다.

◇ 최진성> 마지막으로, 내년 계획도 간단히 들려주실까요?

◆ 허기복> 저희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하나님 이름으로 꾸준히 사역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시민운동으로서 초심을 잃지 않도록 늘 기도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도 "연탄은행 모델을 접목하고 싶다"는 요청이 옵니다. 특히 내년 5월쯤 큰 변화와 기도의 응답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계속 기도하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 최진성> 네, 정말 귀한 사역입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도 손길을 내밀고 있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앞으로도 건강하게 그 사명을 이어가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허기복> 네, 감사합니다.

◇ 최진성> 네, 지금까지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허기복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