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300억' 환수 대상은 최태원?…검찰 수사 주목

검찰 "대법 판결 취지 검토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이른바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에 대해 '뇌물 자금'이자 '증여 성격'이라고 판단하면서, 검찰의 비자금 수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판결로 노 관장은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전달했다는 비자금 300억원과 관련해선 재산분할 시 권한이나 기여도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 만큼, 검찰의 범죄수익 은닉 관련 수사가 진전된다면 환수 대상은 최 회장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노태우 300억원'은 두 사람의 이혼 소송 2심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이 SK그룹의 성장에 대한 기여도를 주장하기 위해 새롭게 들고 나온 근거였다. 노 관장은 재판에서 어머니 김옥숙 여사가 1998~1999년 작성한 메모(선경 300억원)와 1991년 선경건설 명의로 발행한 300억원어치 약속어음 등 증거를 제출했다. 약속어음은 노 전 대통령이 최종현 SK 선대 회장에게 300억원의 금전 지원을 한 후 증빙의 의미로 교부받은 것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국가가 추징을 완료한 것 이외에 새로운 비자금이 드러나면서 일부 시민단체는 노 관장과 김 여사,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 최 회장 등을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지난해 말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노 전 대통령 일가의 금융계좌 등을 확보해 자금 흐름을 추적해왔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그러나 지난 16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문제의 300억원에 대한 수사는 최 회장 쪽으로도 방향을 틀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해당 자금을 '불법원인급여'라고 인정하는 동시에, 그 불법성으로 인해 노 관장은 해당 자금에 대한 반환은 물론 자금이 SK그룹의 성장에 기여한 점에 대해서도 참작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태우 300억원'의 이득이 최 회장 측에 남아있게 된 셈이다.
   
대법원은 "원심(서울고법)이 인정한 바와 같이 노태우가 최종현에게 300억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하였다고 보더라도"라고 가정하며 자금 전달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해당 자금의 성격에 대해선 "소비임치(위탁받은 사람이 위탁물을 소비하는 대신 나중에 동일한 수준의 물건을 반환하는 약속)나 대여보다는 금전 지원의 목적으로 이뤄진 증여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수십 년이 흐르는 동안 노 관장 측이 최 회장에게 300억원의 반환을 청구한 적이 없고, 자금의 존재나 권리를 주장한 적도 없다는 점 등을 토대로 노 관장 측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또 노 전 대통령이 다수의 기업인들로부터 2708억96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점 등으로 유죄가 확정된 사실을 거론하며 300억원에 대해 "규모나 전달 시기에 비추어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이 그 출처로 보인다"고 짚었다.
   
대법원이 '노태우 300억원'은 뇌물이자 금전지원 목적의 증여라는 성격을 확인한 만큼, 검찰은 대법원이 판단으로 나아가지 않은 '전달 여부'의 구체적 증거들을 확인해 퍼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앞서 2심에서는 기존 대법원 판례 취지를 인용해 1991년 300억원 전달 시점엔 형사처벌 근거가 없었다며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라고 했지만, 대법원은 "설령 당시에 이를 직접 금지하는 규범이 없었더라도 …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판단을 바꿨다. 법조계 일각에선 사실상의 판례 변경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까지 나오는 만큼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법해석·적용 여지도 확장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해당 이혼소송 상고심 판결의 취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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