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독점, 韓씨 가족 '영구' 사업면허 향유
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삭도공업) 창업자 한석진 씨가 1975년 처음 면허를 받을 당시 유효기간이 3년이었다. 그러나 1978년 재허가 과정에서 유효기간 자체가 사라졌다. 그 결과, 사업권은 아들 한광수 씨 등에 이어 3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궤도운송법상 허가 기간 제한 규정이 없어, 사실상 영구 면허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공공성 되찾겠다며 '곤돌라'로 맞불
서울시는 2017년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국토부에 현행 '궤도운송법 개정'을 건의했다. 이를 통해 사업 기간을 제한하려 했지만, '소급 적용' 논란, '재산권 침해' 논란 등을 이유로 정부는 입법에 소극적이었다.
2023년 서울시는 새로운 해법을 들고 나왔다. 곤돌라 사업이다. 케이블카 대신 휠체어 이용자도 탈 수 있는 곤돌라를 도입해, 남산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다. 삭도공업의 독점구조를 깨겠다는 의도이기도 했다. 그러나 공사는 시작하자마자 멈췄다. 삭도공업이 곤돌라 사업이 영업권을 침해한다며 ①행정소송과 ②집행정지(공사중지) 신청을 제기했는데, 법원이 ②집행정지를 인용한 때문이다. 공정률 15%에서 사업은 정지됐다.
'공원녹지법' 논쟁, 법률의 덫에 걸린 행정
①행정소송 1심 판결은 올해 12월 19일 예정돼 있다. 핵심 쟁점은 공원녹지법 위반 여부다. 삭도공업은 서울시가 곤돌라 부지를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도시계획시설(공원)로 변경한 과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녹지를 훼손하지 않은 지역은 변경할 수 없다는 논리다. 서울시는 "원래 공원으로 조성하려던 부지를 재원 확보로 되살리는 조치일 뿐"이라고 반박중이다. 서울시는 특히 삭도공업이 소송을 제기할 자격(원고적격)이 없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따라서 소송 각하 가능성도 있지만 만약 삭도공업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전국 지자체의 공원정책 전체가 위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독점 퇴출법안 제출, 그러나 정치적으로 흘러
정치권의 대응 역시 무기력했다. 궤도운송법 개정안을 여러 차례 발의는 했지만, 상임위 심사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삭도공업측의 로비에 막혔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달 25일 민주당 천준호 의원 등 10명이 사업 허가 유효기간을 20년으로 제한하고, 재허가를 받지 못하면 사업 효력을 상실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강력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내년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 마케팅에 나서면서 서울시 대응의 적절성을 문제 삼았다. '오세훈 저격용' 법안이라는 괜한 의심을 산 것이다. 독점의 성이 50년째 공공히 지탱해온 것은 이처럼 법률의 공백, 행정의 한계, 정치의 무능이 겹겹이 쌓인 덕분이다.
12월 9일, 법원 50년 독점 균열 낼까
남산 케이블카는 지난해 126만 명이 이용했다. 매출은 220억 원을 넘었지만, 삭도공업이 낸 국유지 사용료는 고작 5200만 원이었다. 시민의 불편과 대기 시간, 그리고 접근성 제한도 여전하다. 남산은 여전히 '공공의 산'이 아니라 '사기업의 현금창구'로 남아 있다. 그 운명은 판사의 손에 달렸다. 12월 서울행정법원이 남산 독점의 50년 역사에 첫 균열을 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