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치기, 쪼개기, 껴안기…유병호의 '7대 신공'[영상]

감사원 유병호 감사위원. 황진환 기자

감사원 유병호 감사위원이 과거 탈원전 감사 등을 진행하며 팀원들과 공유한 업무지침, 즉 '공감노트'의 내용은 지난 16일 열린 국회 법사위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또 다시 거론됐다.
 
'주요 공감 및 논의사항'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감사관들에게 전달된 유병호 전 사무총장의 업무지침은 "신용문객잔의 주방장이 칼 쓰 듯이 조사 하소… 다다다다다…!"라는 표현처럼 조사 대상자에 대한 잔혹한 감사를 암시하고 연상시키는 여러 지시를 담고 있어 이미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유병호 전 사무총장의 무리한 감사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으로 거론된 내용은 감사 기법에 대한 것이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유병호의 7대 신공'이라고 명명하며 '퉁치기, 넘겨짚기, 막고파기, 쪼개기, 껴안기, 몰아치기, 반복하기' 등의 감사 기법을 설명했다.
 
실제 유 전 사무총장이 국장시절인 지난 2021년 1월 29일 휘하의 전 직원과 공유한 '공감노트'에는 "각종 질문법"을 알아야 한다며 "퉁치기, 쪼개기(6하 원칙 등을 활용), 넘겨짚기, 껴안기(태극권), 막고퍼(파)기, 몰아치기, 반복 확인질문(점점 구체화해야)" 등의 감사 기법을 강조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 의원은 감사원 내부 직원들의 '은어'로 보이는 이 용어들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워 직원들에 직접 뜻을 물어봤다고 한다. 이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퉁치기'는 "감사 대상자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를 하는 것"으로 "내가 하나 봐줄 테니 너도 하나 불어"라는 의미라고 했다.
 
'넘겨짚기'는 "증거가 부족해도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감사를 계속 하는 것"이고, 막고 파(퍼)기는 "감사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를 보관해놨다가 상대를 제압할 때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쪼개기'는 "감사 대상이 아닌데 진술 등을 쪼개고 합쳐서 감사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고 '껴안기'는 "감사 대상자에게 비공식적으로 은근히 겁을 준 뒤 이후에 온화하게 껴안으며 잘못을 추인 받는 방식"이다.
 
'몰아치기'와 '반복하기'는 감사 대상자를 불러 밤샘 조사 등 장시간 조사를 하며 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하고 몰아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유병호 감사위원. 연합뉴스

유 전 총장은 공감노트에서 "자랑스런 대한민국 헌법기관의 공무원이 되어서 감사하는 것"이라는 구절을 시작으로 말끝마다 "천도무친 상여선인(天道無親 常如善人, 하늘의 도는 사사로움이 없으니 항상 선인에게 되돌려준다"는 고전 인용으로 감사 정당성을 강조하며 "장인 정신으로 독전(毒戰)"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감사 대상자 또는 감사 관련자들에게는 'ㅆㄹㄱ'(쓰레기), 'b쓰레기', 'm걸레', '좁쌀', '능구렁이' 등 인권을 넘어서는 각종 멸칭과 비칭을 반복했다.
 
이런 멸칭과 비칭은 백번 양보해 개인을 향한 것으로 일부 제한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른바 '7대 신공'은 전체 감사과정에서 자칫 권력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감사원의 비공식적 감사 문화를 드러낸 것이어서 충격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성윤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찰은 조사 중 휴식 보장과 밤샘조사 금지 등 각종 인권보호규칙이 있지만 감사원 감사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국 공무원들이 감사원이 부르기만 하면 못 간다고 호소하는 형편"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이번 국정감사 질의에서 정상우 신임 감사원 사무총장에게 현재 가동 중인 '감사원 쇄신 TF'에서 이른바 '7대 감사 신공' 등 권력남용의 감사기법에 대해 조사를 할 것인지를 묻자, 정 사무총장은 "일부 조사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앞서 유 전 총장은 지난 2023년 국정감사 때 신용문객잔과 환영마검, 혈우마검 등 무협소설 용어를 감사기법으로 언급한 것과 관련해 "신용문객잔을 말한 것은 감사원 시스템이 민주성을 기하다보니 너무 느리다"며, "민주성을 존중하지만 의견을 듣다가 시의성을 놓치는 게 너무 많아 좀 빨리 하라고 한 취지"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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