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청부살해' 사건의 주범에게 허위진단서를 발급한 의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으로 임명된 것과 관련해, 강중구 심평원장이 "10년 전 일이라 괜찮을 줄 알았다"고 밝혔다.
강 원장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의 관련 질의에 "사건이 10여 년 지난 일이고, 임용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심사위원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와 같이 해당 위원의 문제가 사회적 파장 등 문제가 되면 직위해제나 인사조치 징계처분 등 가능한 조치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거취는 본인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앞으로 채용 과정에서 의료법 위반 전력을 보다 철저히 검증하겠다"며 "특히 진단서 위조나 면허 정지·취소 이력이 있는 경우는 임용에서 배제하는 등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의 당사자인 박병우 전 연세대 교수는 2002년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과 관련해 허위진단서를 발급한 혐의로 2017년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을 확정받았다.
이 사건은 류원기 전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이던 윤길자씨가 여대생 하모(당시 22세)씨를 자신의 사위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의심해 청부살해한 사건이다. 윤씨는 2004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윤씨는 유방암 등을 이유로 수차례 형 집행 정지를 받아 민간병원 특실에서 생활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샀다.
박 위원은 당시 윤씨의 형 집행 정지를 돕기 위해 류 전 회장과 공모해 허위진단서를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원장이 박 위원과 연세대 의대 동기이며, 사건 당시 박 위원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임명 과정에서 개인적 인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강 원장은 "판사가 판단하되 진료를 좀 보게 해달라는 정도의 내용으로 탄원서를 쓰긴 했지만, 주위에 탄원서 작성을 요청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해촉을 포함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라'고 요구하자, 강 원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