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고도제한 완화·부동산 규제 '불똥'…세입자 "갈 곳 없어"

분당 야탑·이매동, 고도 완화에 전세 품귀·급등
재정비 추진 기대감 더해져 연일 신고가 경신
정부, 10·15 부동산 대책 발표…LTV 40% 제한
내집마련 꿈꾸는 세입자, 외곽 지역으로 눈 돌려
전문가 "실수요자 위해 중장기 대책 병행해야"

자료사진. 박종민 기자

"전세값은 오르고, 이사갈 곳은 없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위모(39)씨는 요즘 부쩍 잠이 오질 않는다. 전세로 살고 있는 아파트가 1기 신도시 재정비 추진 단지로 거론되면서 시세가 수억 원씩 오르고, 전세값도 수천만 원씩 뛰었기 때문이다. 위씨는 또한 집주인으로부터 "다음 재계약 때는 보증금을 3천만 원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분당 내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알아봤지만, 인근 야탑·이매동 일부 지역의 고도제한 완화로 해당 지역 전세가격도 급등해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위씨는 "초등학생 자녀가 이미 학교에 적응했는데, 갑자기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엔 부담이 크다"며 "재계약까지 남은 6개월 동안 어떻게든 3천만 원을 마련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을 꿈꾸는 세입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성남시 일대가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결혼을 앞둔 직장인 박모(36)씨는 "분당 아파트값이 더 오르기 전에 대출을 받아 신혼집을 마련하려 했지만, LTV 제한으로 자금이 턱없이 부족해 규제 지역을 벗어나 외곽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대출은 막히고 집값은 오르니 실수요자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재정비·고도제한 완화에 분당 부동산 시장 '들썩'

참고사진. 류영주 기자

성남시 분당구가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과 고도제한 완화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일대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달 30일 야탑·이매동 일부 지역을 비행안전 2구역에서 6구역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탑마을 선경·대우, 아름마을 태영·건영·한성·두산·삼호·풍림·선경·효성, 이매촌 진흥 등 11개 단지는 재건축 시 기존보다 5~21층 높게 지을 수 있게 됐다.

이 영향으로 해당 지역 전세 매물은 빠르게 줄고 있다. 일부 단지는 매물이 자취를 감췄고, 새로 나오는 전세는 이전보다 5천만 원 이상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매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재건축 기대감에 매물을 회수하거나,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다"며 "세입자들이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재정비 기대감에 아파트값도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파트미에 따르면 지난달 분당구에서 체결된 아파트 매매계약 824건 중 52%에 해당하는 431건이 이전 최고가를 경신했다. 분당구 서현동 '시범우성'의 경우 전용 84㎡가 직전 최고가보다 3억3500만 원 오른 18억3천만 원에 거래됐고, 분당구 백현동 '백현마을5단지' 전용 84㎡도 22억5천만 원에 거래되며 이전보다 2억2천만 원 올랐다.

투기과열·조정대상 지정, 실수요자엔 또 다른 '장벽'



정부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성남시 전역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실수요자들에게는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무주택자 기준 LTV은 40%로 제한된다. 주택가격 구간별 대출 한도도 시가 15억 원 이하 6억 원, 15억~25억 원 4억 원, 25억 원 초과는 2억 원으로 낮아졌다. 분당의 대부분 아파트가 10억을 넘는 점을 감안하면 실수요자들은 4억~10억 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안정 목적의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실수요자 중심의 세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부동산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도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나 신혼부부에 대한 대출 완화 혜택은 유지되지만, 분당처럼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지원 한도 내 실질적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단기적 규제에 그치지 않고, 실수요자의 구매력 회복을 위한 중장기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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