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글로벌 테크지수'로 자리잡는 모양새입니다. MSCI 국가지수 내 IT 비중을 보면 한국은 45.56%로 절반에 육박합니다. 2위 산업재(19.29%)의 2배 수준이죠.
이는 원조 테크지수인 미국 나스닥과 비슷한데요. 나스닥(QQQ 기준)은 IT 비중이 54.75%입니다. MSCI 국가지수 기준으로도 미국의 IT 비중은 34.48%입니다. 참고로 일본(13.18%)이나 중국(8.85%)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대만과도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대만은 IT 비중이 전체의 82.55%로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MSCI 대만지수는 사실상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인 TSMC(비중 55.92%) 주가가 좌우하는 수준입니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율이 전체의 40%입니다.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 2위에 자리한 만큼, 한국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보여주는 글로벌 테크지수인 셈이죠.
물론 아쉬움도 있습니다. AI 산업이 하드웨어, 클라우드, AI 모델, AI 애플리케이션 등 'AI 풀스택'으로 구성된 가운데 한국은 하드웨어 제조업에 치우쳤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수도'로 만들기 위해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등에 대규모 투자하기로 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다만 AI 소프트웨어에 대한 공백은 여전합니다.
정부의 글로벌 AI 3대·벤처 4대 강국 달성을 위한 국정과제가 기대받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혁신 기업 성장으로 돌리는 '생산적 금융'으로 불립니다.
정부는 먼저 초대형IB(투자은행) 모험자본 의무공급 비율을 높입니다.
금융당국은 연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발행하는 발행어음 인가 신청 심사 결과를 발표하는데요. 이들 종투사는 부동산 운용 한도를 30%에서 2027년까지 10%로 낮춰야 하고, 모험자본 의무공급 비율을 내년 10%에서 2028년 25%까지 단계적으로 높여야 합니다.
민관합동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는 10대 첨단전략산업인 반도체·AI·로봇·바이오 등의 생태계 전반을 지원합니다. 또 내년 3월부터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법이 시행되는데요. 이는 펀드 자산총액의 50% 이상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혁신기업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공모펀드입니다.
신한투자증권 강진혁 연구원은 "벤처 기업의 역할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한 혁신 촉발과 산업 역동성 제고"라며 "현재 노동과 자본 투입을 통한 성장이 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 총요소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벤처 혁신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AI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엔비디아가 AI 대장주가 된 핵심은 2006년 개발한 소프트웨어 '쿠다(CUDA)'의 역할이 큰데요. 쿠다는 GPU(그래픽처리장치) 운영체제입니다. 즉 PC(CPU)의 윈도우,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와 iOS라고 보면 되는데요.
2012년 토론토대 제프리 힌턴 연구팀이 GPU가 AI 학습에 압도적인 효율을 보인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힌턴 교수는 지난해 AI 연구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인물입니다.
이를 계기로 쿠다는 AI 생태계를 독점했습니다. 2022년 챗GPT의 등장은 'AI 혁명'이 됐고, 결국 엔비디아는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올랐습니다. 즉 '쿠다'라는 소프트웨어가 시장에서 자리잡기까지 최소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AI 소프트웨어 육성을 위한 투자에도 '인내심'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