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였던 '미들 블로커' 이다현(흥국생명)이 새 유니폼을 입고 힘찬 비상을 외쳤다.
이다현은 16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개막 미디어 데이 전 취재진과 만나 "처음 팀을 이적하고 맞는 시즌인데, 지금까지 준비했던 시즌과는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2019-2020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이다현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다.
V-리그를 대표하는 미들 블로커로 성장한 이다현은 FA 시장 최대어로 꼽혔고, 많은 구단의 관심 속 차기 행선지로 '디펜딩 챔피언' 흥국생명을 선택했다.
이다현은 차기 행선지로 흥국생명을 선택한 이유로 요시하라 토모코 신임 감독의 존재를 꼽은 바 있다. 일본 국가대표 미들 블로커 출신인 요시하라 감독에게 배우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었다.
미디어 데이 전 취재진과 만난 이다현은 요시하라 감독의 지도 스타일에 대해 "일본 스타일은 처음인데, 확실히 디테일한 부분이 다르다"며 "일본 배구가 성장한 이유를 알겠더라. 내 신체적인 조건 내에서 퍼포먼스를 최고치로 만들어주시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FA 최대어였던 만큼, 새 시즌 흥국생명의 주축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다현은 "책임감이 크고, 전술적으로 차지하는 역할도 많아서 올 시즌은 정말 다를 것 같다"며 "막중한 책임감이 든다. 부담이라면 부담인데, 완전 새로운 느낌으로 시즌을 준비했다"며 설레는 감정을 내비쳤다.
이제는 새로운 세터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친정팀 현대건설은 물론 국가대표팀에서도 함께 했던 김다인과 함께 한 지난 6년은 잊어야 한다.
이다현은 "다인 언니와 오랫 동안 함께 해서 새로운 세터에 대한 물음표가 있었다. 하지만 좋은 공격수라면 어떤 볼도 잘 처리할 줄 알아야 한다"며 "새 시즌 내가 증명해야 할 부분이다. 나 스스로 집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은 지난 시즌 흥국생명의 통합 우승을 이끌고 떠났다. 이제 이다현이 김연경의 빈자리를 채울 거란 기대감도 크다.
하지만 이다현은 "연경 언니의 빈자리가 크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이다. 내가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하고 싶다"며 "연경 언니의 빈자리는 너무 크고, 나와 기량 자체가 다르다. 나는 팀적으로 배구하고 싶다. 조직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연경은 은퇴 후 흥국생명 어드바이저를 맡고 있다. 선수가 아닌 어드바이저로 김연경을 만난 이다현은 "평소 연경 언니와 연락을 많이 하는데, 공적인 자리에서 만난 건 오랜만이다. 믿음이 많이 간다"며 미소 지었다.
흥국생명 이적 과정에서도 김연경의 조언이 있었다. 이다현은 "평소에는 그냥 툭툭 던지는 스타일인데, 처음 FA 고민할 때 흥국생명에 오면 실력이 늘 거라고 해줬다. 그 말도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경이 떠난 V-리그의 흥행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다. 이다현은 "연경 언니는 언더독스 촬영 등 배구 흥행만 생각한다. 후배들도 그 부분에 대해 깊게 생각해야 한다"며 "현역으로서는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다현은 새 시즌 경쟁 구도에 대해 "컵대회를 보면 기업은행과 도로공사가 강할 것 같다. 뎁스가 두텁고 공격력이 좋더라"면서 "까딱하면 우승, 아니면 꼴찌를 할 것 같다. 모두 (전력이)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친정팀 현대건설의 묻자 이다현은 "우리 걱정하기도 바쁘다. 이번 시즌은 예상하기 힘들다"며 고개를 저었다. 은사인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에 대해서는 "감독님한테 '전남친' 같다고 했다. 이젠 상대팀이 됐다"며 "연락은 안 했지만, 간간히 뵙고 인사드렸다. 워낙 사이가 좋다"며 껄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