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운명이 흔들릴 수 있는 세기의 이혼 재판을 불과 수 시간 앞두고 최 회장이 사촌 등 친인척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은 배경은 무엇인지, 비공개 회동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을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최 회장은 지난 15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삼청동 선혜원에서 SK가(家) 인사들을 모아 만찬 회동을 했다. 사촌 등 최씨 일가 20명가량이 참석한 이번 회동은 뷔페식 만찬을 곁들여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선혜원은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의 자택으로 쓰였던 한옥 건물로, SK그룹 직원 연수원으로 활용되다가 최근에는 포도뮤지엄의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총괄디렉터가 주도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김 디렉터는 해당 전시회 관련 다수의 게시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왔으며, 최 회장의 이혼소송 판결 당일까지도 전시가 오는 19일 막을 내린다는 내용을 담은 사진을 게시하며 막판 홍보를 하기도 했다.
이날 만찬에 앞서 최씨 일가는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김 디렉터가 기획한 전시를 둘러봤다.
만찬은 관람객들과 분리된 지하 1층 삼청원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만찬장으로의 출입은 철저하게 통제됐고 창문에는 대형 블라인드를 설치해 보안을 유지했다.
최 회장과 일가 친족들의 끈끈한 연결고리는 지난 2018년 1조 원에 육박하는 지분 증여로 부각됐었다. 당시 최 회장은 취임 20주년을 맞아 친족 18명에게 9228억여 원어치의 SK㈜ 주식 329만주를 증여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큰아버지 故 최종건(1926~1973) 회장이 창업했지만 그가 비교적 이른 나이에 별세하면서 사업을 함께 하던 동생 故 최종현 회장(1929~1998, 최태원 회장 부친)이 그룹 경영을 맡게 됐다. 이후 최종현 회장도 1998년 폐질환으로 별세하자 가족 친지들이 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최태원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맡겼다.
한편 대법원은 16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1조3800여억 원을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2심은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는 등의 판단에 따라 노 관장이 받아야 할 재산분할액을 산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당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해도 노 전 대통령이 수령한 뇌물로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불법 자금을 분할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최 회장이 2018년 친족에게 증여한 주식 등도 2심과는 달리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최 회장의 이 같은 재산 처분이 혼인 관계 파탄일인 2019년 12월 4일 이전에 이뤄졌고, 부부공동재산의 유지와 확대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