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내 광주 남구청장이 최근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공무국외출장에 특정 별정직을 반복적으로 동행시킨 사실이 확인돼 특혜성 '측근 챙기기'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남구는 "구청장의 해외 출장은 모두 공무 목적이었고 대외협력 업무를 맡은 구청장 보좌관이 관련 일정에 동행한 것으로 문제될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CBS노컷뉴스가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확인한 광주 5개 구청의 공무국외출장 현황을 보면 김병내 남구청장은 민선 8기 출범 이후인 2022년 7월부터 지난 6월 말까지 3년 동안 총 12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체류일수는 95일로 석 달에 가까우며, 출장 경비는 모두 2억 2천만 원, 1회당 평균 1800만 원가량이 소요됐다. 김 청장은 지난 9월 아일랜드 출장까지 포함해 모두 13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온 셈이다.
김병내 청장의 해외출장 수는 다른 구청장들보다 월등히 많았다.
같은 기간(2022년 7월부터 지난 6월 말까지) 임택 동구청장이 9차례, 김이강 서구청장이 7차례, 문인 북구청장이 6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온 반면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단 한 차례에 그쳤다.
김 청장은 2022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베트남, 일본, 독일, 스웨덴, 덴마크, 싱가포르, 대만, 이탈리아, 중국, 영국 등을 순회했다. 국제행사 참석, 정책연수, 도시재생 벤치마킹 등 각종 명목으로 해외를 찾았다.
그러나 김 청장은 해외출장마다 최측근 별정직 공무원을 대부분 동행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출장 목적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 일정도 적지 않아 '공무 아닌 특혜성 외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김 청장의 대부분 출장에는 별정직 공무원 A씨가 수행자로 포함됐다. 별정직 공무원은 단체장과 임기를 함께한다.
A씨는 남구 보좌관으로 대외협력 업무 등을 맡고 있다. A씨는 3년 3개월 동안 8차례 해외출장을 통해 약 70일, 단순 계산으로 두 달 넘게 해외에 머물렀다. 이 기간 사용된 출장 경비는 2600여만 원에 이른다.
해외출장 명목은 대부분 '구청장 수행 및 홍보'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교류 확대나 선진사례 견학 등 추상적 목적에 그쳐 행정 실익이 불분명했다. 특히 동일 인물이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동행한 점은 행정 필요성보다 인사권자의 신임에 따른 특혜성 출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일반직 공무원들은 해외출장을 가기 위해 프레젠테이션 등 복잡한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해 사실상 기회를 얻기 어렵다. 반면 A씨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출장에 동행하면서 조직 내부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남구 한 관계자는 "해외출장 리스트만 봐도 대부분 선진국이거나 대표적인 관광·휴양지"라며 "일반직 공무원 입장에서는 하루 종일 민원인을 상대하고 서류와 씨름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모습을 보려고 공무원이 된 건 아닌데 하는 부러움과 허탈감이 함께 드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의 '측근 챙기기'는 광주의 다른 자치구와 비교해 한층 더 두드러진다.
광주 5개 자치구의 민선 8기 정무라인 해외출장 현황을 살펴보면 아예 출장을 가지 않았거나 많아야 1~2차례 수준에 그친다.
북구의 경우 정무라인 인사가 민선 8기 들어 해외출장을 간 경우는 한 번도 없었고 △동구는 2명이 각각 1차례·2차례 △서구는 1명이 1차례 △광산구는 3명이 각각 1차례씩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정무라인들은 대개 국회와 중앙부처를 상대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뛰고 있다"며 "우리 구의 경우 정무라인이 해외출장을 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출장은 정무라인이 아닌 실제 업무와 연관이 있는 일반직 공무원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정무라인이 해외 일정에 동행하는 건 내부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고 꼬집었다.
시민단체 또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오주섭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특정 인물이 공무국외출장에 지속적으로 동행한 이유가 출장 목적과 부합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특혜 출장이라는 오해를 지우기 위해서는 동행 목적과 그로 인한 성과를 명확히 주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반복 동행이 '특혜'라는 지적에 대해 개인적 선택이 아닌 업무 연속성과 효율성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A씨는 "비서진 교체가 잦은 상황에서 단체장의 일정을 안정적으로 보좌할 사람이 필요했다"며 "14년간 업무를 해오면서 외부 일정에서도 단체장들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평가를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출장 명목은 '홍보'나 '수행'으로 기재돼 있지만, 실제로는 단체장의 일정 수행을 넘어 현지 기관과의 대외협력, 의전 지원, 소통 창구 역할을 맡았다"며 "모든 일정은 공무 목적과 절차에 따라 진행됐고 외유성 출장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은 "다른 보좌관이 계속 나간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대외협력 업무를 맡은 보좌관이 관련 일정에 동행한 것일 뿐"이라며 문제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