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 입점업체 줄폐업 빈번…"도로공사가 불공정 계약 조장"

16일 한국도로공사 함진규 사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앞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방송 캡처

한국도로공사가 휴게소 운영사와 입점 업체 간 불공정 계약 구조를 사실상 조장한다는 질타가 국회에서 나왔다. 감독 기능을 제대로 하지 않아 공공서비스 공백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국회의원(강원 원주을)이 한국도로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8년간(2018~2025) 운영사가 교체된 전국 휴게소 59곳 중 43곳(72.8%)에서 입점업체 계약 해지 또는 신규 교체가 발생했다.

휴게소별로 최대 14건, 휴게소 1곳당 평균 4.6건의 계약이 종료됐다.

대표적으로 2022년 내린천휴게소(14건), 2020년 오창휴게소(11건), 2018년 현풍휴게소(12건) 등에서 다수의 입점업체가 교체됐다.

운영사 교체와 함께 입점업체 계약해지가 있었던 43개 휴게소의 총 370개 매장 중 197곳(53.2%)에서 계약이 해지되고 173곳(46.8%)만 재계약된 것이다.

운영사 변경 때마다 수년간 거래를 이어온 기존 입점업체들이 별도 보상 절차나 재입찰 기회 없이 한꺼번에 계약을 잃는 구조가 관행화된 셈이다.

감독기관인 한국도로공사는 '운영사와 입점업체 간 계약은 자율사항'이라는 이유를 들며 실태 조사나 입점업체 보호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사는 계약기간, 판매품목, 계약종료 시점 등 거래 조건을 간접적으로 통제하는 등 휴게소 운영에 실질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특히 2023년 공사가 추진한 휴게소 입점업체 실태조사 과정에서 '당해 휴게소 운영사의 계약 종료 시 소유권 주장 및 투자비 보전 등 일체의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확약서 제출을 전국 운영사와 입점업체들에 요구한 정황이 확인됐다.

공사는 입점 업체들의 민원 제기를 이유로 조사를 중단했고, 2025년 현재까지 후속 실태조사는 단 한 건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도로공사는 계약의 중도 해지 등으로 피해를 입은 입점업체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감독기관이 휴게소 운영 현장의 불공정 실태를 확인할 기회를 스스로 차단한 셈이다.

휴게소 입점계약의 불공정 구조는 공사가 신규 운영사에 제시하는 표준계약서(납품거래약정서) 조항에서도 드러난다.

'납품거래약정서' 제4조는 '운영사와 입점업체의 계약기간은 도로공사와 운영사의 임대차 계약기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해당 휴게소 운영사의 교체 시 기존 입점업체들의 계약도 자동 해지되는 구조를 강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입점업체가 다른 계약 의무를 모두 이행하더라도 당해 휴게소 운영사가 과실이나 유책으로 운영권을 잃게 되면 상위계약 종료와 함께 퇴거해야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감독기관으로서 한국도로공사의 중립성 논란도 제기됐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청송양방향휴게소의 분쟁에서 공사가 운영사 측의 보조 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1심 법원은 하청업체의 손을 들어주며 "운영사가 부담해야 할 인테리어 비용을 입점업체가 대신 지출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결했으나, 도공은 입점업체의 권익보다는 운영사 입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택한 것이다.

공공시설인 휴게소 운영의 감독기관이 분쟁의 공정성을 확보하기보다 특정 사업자 측의 법적 대응에 동조한 것은 이해 상충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송기헌 의원은 "도로공사는 '자율계약 사항'이라는 명분으로 사실상 조장한 불공정 계약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며 "입점업체의 피해와 휴게소 운영 갈등은 결국 해당 휴게소를 이용하는 국민들에게도 불편으로 돌아오는 만큼 공사가 감독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