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개막하는 진에어 2025-2026 V리그를 앞두고 남자부 미디어 데이가 열린 15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이룬 현대캐피탈이 역시 올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가장 꺾고 싶은 팀을 묻는 질문에 7개 구단 중 4개팀의 선택을 받았다.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 한국전력, OK저축은행 감독들이 현대캐피탈을 꺾고 우승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캐피탈은 레오와 허수봉 등 우승 전력이 거의 변하지 않았고, 전광인이 OK저축은행으로 이적했지만 신호진을 받아 공백을 메웠다.
최근 5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대한항공과 거포 임성진을 영입한 KB손해보험이 대항마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V리그에 앞서 열린 여수·농협컵(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KB손해보험은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 임성진과 계약하며 나경복과 최강의 토종 쌍포를 구축했다.
하지만 조용한 반란을 노리는 팀이 있다. 지난 시즌 6위에 머물렀던 한국전력이다. 비록 2시즌 연속 봄 배구가 무산됐지만 올 시즌 최고의 외인 거포를 앞세워 '언더독의 반란'을 노린다.
한국전력은 임성진이 KB손해보험, 유망주 김동영도 우리카드로 이적하면서 전력 누수가 생겼다. 다만 삼성화재에서 김정호를 데려오면서 공백을 그나마 메웠다.
특히 외국인 선수 쉐론 베논 에번스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206cm의 베논은 캐나다 국가대표 주포로 지난달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경기 67점을 올렸다. 베논은 폴란드와 이탈리아 리그를 거쳐 2021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일본 SV리그 오사카에서도 활약했다.
이날 미디어 데이에서도 베논은 경계 대상 1호로 꼽혔다. OK저축은행 전광인은 "워낙 유명했던 선수"라고 했고, 현대캐피탈 신호진도 "일본에서 뛴 경험도 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강력한 화력을 보여줬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삼성화재 미힐 아히, 우리카드 하파엘 아라우조 등 외인들도 베논의 기량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 초반 5연승을 달리며 기세를 올렸다. 쿠바 출신 거포 엘리안이 맹위를 떨치며 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엘리안이 부상을 당하면서 4연패에 빠졌고, 대체 선수와 계약이 불발된 가운데 또 다른 대체 선수 마테우스가 부상으로 빠지는 악재가 겹쳤다.
다만 외국인 선수만 건재하다면 충분히 상위권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은 입증했다. 베논이 베테랑 신영석, 서재덕에 지난 시즌 가능성을 확인한 김주영, 박승수, 구교혁 등 젊은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충분히 우승 후보 대열에 오를 수 있다.
권영민 감독도 "지난 시즌에는 워낙 외국인 선수 부상 변수가 컸다"면서 "그러나 값진 경험을 한 만큼 올 시즌 봄 배구 도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베논의 기량이 좋아 국내 선수들과 조화를 이룬다면 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부임 첫 시즌 권 감독은 4위로 봄 배구에 나섰지만 최근 2시즌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한국전력은 권 감독을 유임하며 기회를 줬다. 권 감독은 "3년 동안 매년 계약을 해왔다"면서 "이번에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나설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과연 한국전력이 불운을 딛고 반등을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