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북중미 월드컵 개최 도시에서 보스턴 등 지역에 대해 정치적 성향과 치안 문제를 이유로 경기 유치를 제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보스턴 시내에서 벌어진 거리 점거 시위를 거론하고 "그 도시의 시장은 급진 좌파이며, 도심 일부가 사실상 점령당하고 있다"며 "(경기 유치를) 박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가디언은 해당 시위가 특정 정치 세력의 조직적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스턴의 이른바 '거리 점거' 시위는 자동차로 도심을 점령한 뒤 스턴트 공연을 벌이는 불법 집회로, 코로나19 봉쇄 해제 이후 미국 여러 도시에서 반복돼 온 사회 문제다. 최근에는 일부 참가자들이 경찰을 공격하거나 순찰차에 불을 지르는 폭력 사태로 번지면서, 보스턴의 공공 안전 논란이 재점화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인 월드컵 경기를 다른 도시로 옮길 수 있다"며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변경을 요청하겠다. 인판티노는 훌륭한 인물이며, 내가 부탁하면 쉽게 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보스턴뿐 아니라 LA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2028년 LA 올림픽 준비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다른 도시로 옮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산불 대응을 비판하며 "비슷한 행정 실패가 반복된다면, 올림픽 개최권 박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에도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를 두고 '급진 좌파가 장악한 도시'라고 비판하며 월드컵 개최지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빅터 몬타글리아니 FIFA 부회장은 "대회 개최와 관련된 결정권은 FIFA에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일축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 공동 개최로 열리며, 미국 내에서는 이미 11개 개최 도시가 확정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