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중국인 아니에요" 극성스런 혐중에 대만인들이 다는 배지

'대만 사람이에요' 한글 배지…"한국 갈 땐 꼭 챙겨야"
재지로 중국인 오해 풀면 "무서움 없이 여행할 수 있을 것"
"혐오 대상 아닌 여행객에겐 친절한 한국인"…씁쓸한 현실

한 대만인이 한국 여행에 챙겨야하냐며 올린 '대만 사람이에요' 배지. 스레드(Threads) 캡처

최근 국내에서 반 중국 정서가 확산되며 한국을 방문하려는 대만인들 사이에서 "나는 중국인이 아니다"를 증명하는 배지가 등장해 화제다. 길거리에 혐중 현수막이 걸리고, 일부 극우 단체가 '반중 시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혐중 정서를 피해가기 위한 외국인의 자구책이 등장하자 네티즌들은 '혐중'을 부추기는 일부 국민들로 인해 죄 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0일, 대만의 한 누리꾼은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스레드'(Threads)에 한 배지 사진과 함께 "최근 한국에서 중국인에 대한 반감이 조금 심각한데 이런 배지를 달아야 할까?"라는 글을 올렸다.

배지에는 큼지막한 한글로 표기된 '대만 사람이에요'라는 문구와 함께 'I'm from Taiwan'이라는 영어 문구가 적혀 있다. 아래쪽에는 여행을 왔음을 뜻하는 비행기와 함께 대만 국기를 들고 있는 사람 캐릭터가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해당 게시물은 네티즌들에게 큰 화제를 모았다. 해당 배지를 착용하고 한국을 방문했다는 한 대만인은 "점원이 배지를 본 뒤 참을성이 생기고, 나를 싫어하는 태도가 사라졌다"는 후기를 전했다. 이어 "배지를 보고 중국인인지, 대만인인지 구별이 가능할 테니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고 한국을 여행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 섞인 반응도 다수 있었다.

한 한국인 네티즌은 "중국어를 사용하면 중국인인지, 대만인인지 잘 모를 수 있으니 배지를 착용하고, 누군가 국적을 물어볼 때 대만 사람이라고 말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조언 섞인 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 다른 디자인의 배지 사진이 댓글에 공유 되었다. 스레드(Threads) 캡처

이러한 반응이 이어지자 해당 글의 작성자는 다시 배지 사진을 게시하며 "한국에 갈 땐 꼭 챙겨야 할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해당 게시물의 댓글엔 자신도 가져가야겠다며 또 다른 디자인의 배지가 공유되기도 했다.

한국을 좋아해 방문한 여행객이 '나는 혐오의 대상이 아닙니다'라는 표식을 달고 다녀야 하는 현실에 많은 네티즌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네티즌은 "혐오를 갖고 있는 한국인은 극히 일부인데 설렘을 갖고 한국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다른 네티즌은 "중국인을 혐오하는 사람을 만나 대만인이라 하면 중국인과 다른 대접을 받고 신나하는 모습이 씁쓸하다"며 혐오의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친절해지는 모습은 이질적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혐중 정서에 기인한 혐중·반중 시위가 잦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강성 보수 단체 '민초결사대'는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반중 시위를 벌이며 "반국가세력 척결", "짱깨" 등 구호를 외쳤다. 경찰이 특정 국가를 겨냥한 혐오 구호 중단을 요청했지만 시위대는 "경찰은 우리를 안 지키고 누굴 지키냐"며 반발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국격을 훼손하는 행위를 방치해선 안 된다"며 혐오 시위 대응 강화를 밝혔으며 행정안전부는 '경찰의 적극적인 법 집행 방안'을 지시했다. 행안부는 "최근 혐오 집회·시위가 심화하면서 특정 국가 국민뿐 아니라 외국인 커뮤니티 전반에서 높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집회·시위가 지속될 경우 우리 사회의 안전뿐 아니라 국가 간 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고려한 데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혐중 시위 뿐 아니라 혐중 정서를 부추기는 일부 집단의 현수막은 이미 전국으로 확산됐다.  '유괴, 납치, 장기 적출 엄마들은 무섭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 중단하라!' 등 자극적인 문구로 중국인을 범죄자처럼 묘사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04명 중 683명(68%)이 혐중 현수막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 중 79.4%(542명)는 불쾌함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 1004명 중 672명(66.9%)는 이런 현수막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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