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의 한 다세대주택 아래 축대가 붕괴된 이후 2년 넘게 임시 조치만 한 채 방치되고 있어 인근 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14일 부산 서구 암남동의 한 주택가. 3층짜리 다세대 주택 건물 앞에 통행 안전에 유의를 당부하는 '구조안전 위험시설물 알림'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이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높이 6m, 폭 10m가량의 축대는 전체가 파란색 비닐 천막으로 덮여있다.
천막이 날리지 않도록 고정하기 위해 설치한 모래주머니들은 심하게 부식돼 모래가 터져 나오는 등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천막이 일부 드러나 있는 안쪽에는 임시 보강조치로 채워진 마대자루가 터져 내용물이 보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추가 붕괴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축대가 또 무너질까 싶어 걱정이 크다. 특히 밤에 비가 오는 날이면 무서워서 잠도 잘 못 잔다"며 "어떻게든 정비를 해야 하는데 비닐만 덮어두고 몇 년째 계속 이 상태로 있으니까 너무 답답하다. 모래주머니가 낡아 터지면서 집 안까지 모래가 날려 들어오는데 구청에서는 잘 와보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축대 위에 위치한 다세대 주택 건물 역시 1977년 지어져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부산 서구는 지난 2023년 축대 붕괴사고 이후 건물 붕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해당 건물을 제3종 시설물 안전등급 D등급으로 지정했다. D등급은 주요 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태를 말한다.
서구는 토지 소유주에게 안전조치 명령을 통보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수·보강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해명하지만, 구체적인 공사 일정이나 계획은 정해지지 않아 근본적인 붕괴 위험이 해소될 시기는 미지수다.
부산 서구 관계자는 "붕괴 이후 토사가 유실된 축대를 채우는 긴급 복구공사를 했고, 해빙기에도 전문가와 점검을 실시했다"며 "소유주에게 안전조치 시행 명령을 통보했지만 이행하지 않고 있다. 계속 이 상태로 둘 수 없어 구청에서 보수보강을 위한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정확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