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납치해 가자지구에 억류했던 이스라엘 생존 인질 중 마지막 남은 20명이 13일(현지시간) 모두 귀환했다.
지난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납치된 지 730여일 만이다.
인질 석방의 원동력이 된 가자지구 평화 구상을 제안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을 찾아 2년간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의 종료를 선언했다.
현지언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차례로 인질들을 풀어줬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거쳐 이스라엘군에 인계된 생존 인질은 모두 남성으로 이스라엘 남부 레임의 군부대에서 가족과 재회한 뒤 건강검진을 받았다.
남은 사망 인질 28명(가자지구 전쟁 이전에 납치된 1명 유해 포함)의 시신도 이스라엘 측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합의에 따라 종신형을 받은 250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수감자 1900여명을 석방했다.
이날 인질과 수감자 석방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에 따라 지난 10일 발효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 1단계에 따른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로 인질 7명이 석방되고 약 1시간 반 뒤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생존 인질 전원의 석방을 이스라엘군이 발표한 뒤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연설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2008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이후 처음인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 새벽이 열렸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금부터 몇 세대에 걸쳐 이 순간이 전쟁의 끝일뿐만 아니라 모든 변화의 시작점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자신의 성과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무력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었다"며 "이제 이 승리를 평화와 번영이라는 궁극적인 성과로 전환할 때"라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가자지구 재건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지난 6월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직접 폭격한 이란을 향해서도 "우정과 협력의 손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간단치 않은 인물"이라고 치켜세우며 부패 혐의로 기소된 그의 사면을 요구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선 환영사에서 "하룻밤에 모든 게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백악관에서 가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친구"라며 그에게 자국 최고의 훈장을 수여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일정을 마무리한 뒤 이집트로 건너가 홍해변 샤름엘셰이크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가자지구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를 주재한다.
이번 회의에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튀르키예 등 20여개국 정상은 물론 물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한 휴전 협정에 지지를 표명하고 실행 방안을 논의한다.
다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 무장 해제에 이견이 크고 포괄적인 합의에 대한 구체적 준비가 되지 않아, 2단계 합의가 난항을 겪으리라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