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트럼프·시진핑 오면 APEC 후 경주 위상 달라질 것" [한판승부]

지역 축제, 연결과 기억 중요
일본 지역의 사례 참고해야
서귀포 관광극장 철거 잘못
1960년 제주 기억 왜 지우나
지역 발전 발상의 전환 필요
경주, APEC 이후 작업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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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박재홍>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2부 문을 열었습니다. 오늘 2부에서는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함께 우리 대한민국의 지역 축제들 그리고 경주에서 있을 APEC 행사까지 짚어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탁현민>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연휴 잘 보내셨어요?
 
◆ 탁현민> 신안군 축제위원장, 이렇게 불러주시면 좋겠는데.
 
◇ 박재홍> 신안군 축제위원장, 신안에서 축제를 하셨던 거죠?
 
◆ 탁현민> 축제를 했죠.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러니까 어떻게 연출하시게 되신 거예요?
 
◆ 탁현민> 제가 어느 순간에 인구 소멸 지역과 인연이 조금 닿게 됐어요. 그래서 이제 지자체 단체장분들을 만나게 됐는데 몇 분을 만나게 된 거죠. 근데 대부분 자기소개를 할 때 인구 소멸 1위 지역입니다. 이렇게 하면서 도움을 요청을 하신단 말이에요. 그런데 만나는 분마다 인구 소멸 1위 지역이래요. 그래서 왜들 이렇게 얘기를 하시나 봤더니 진짜로 인구 소멸 위기 지역에 있는 자치단체장들이 거의 대부분이더라는 거에 약간 충격을 받았어요.
 
저만 해도 서울에 살고 오랫동안 큰 도시나 대도시에 살았고 물론 제가 어렸을 때는 강원도 춘천에서 살았지만 그때만 해도 인구 소멸 이런 얘기는 없었을 때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정말 심각한 문제고 한 지역이 붕괴되는 문제구나. 그래서 다른 어떤 큰 행사 멋들어진 공연도 중요하겠지만 이 지역을 살리거나 혹은 이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좀 생각해 봐야겠다는 의지를 좀 다지게 됐었죠.
 
◇ 박재홍> 그러니까 전남 신안군과 함께 처음 신안, 이 축제를 만드셨는데 우리 또 탁현민 전 비서관, 위원장의 축제는 뭔가 좀 다를 것 같아서.
 
◆ 탁현민> 그 과정에서 이제 이건 일종의 자기 고백 같은 저는 저도 똑같았어요. 그러니까 신안에서 축제를 한다고 했을 때 이게 왜 해야 되느냐, 여기 사람들이 많이 오면 성공이다.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아마 대부분의 축제를 기획하는 분들이나 혹은 대부분의 자치단체장들도 그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어떤 축제를 했을 때 과연 얼마만큼의 사람이 올 수 있나.
 
◇ 박재홍> 어떤 가수가 오고.
 
◆ 탁현민> 그래요, 어떤 가수가 오고 또 얼마나 많은 장터가 열리고 결국 그걸로 그 축제의 성패를 평가하게 되잖아요. 근데 축제가 다 끝났을 때예요. 저희 축제도 나름 소기의 성과가 있었고 다 끝나고 나서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는 걸 보고 있는데 이 사람들이 왔다가 간다고 해서 과연 이 황량한 이 신안의 뭐가 달라졌지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럼 난 뭘 한 거지? 이런 생각이 드니까 이게 전반적으로 재검토돼야 되는구나, 지역의 축제라는 게.
 
그래서 찾아오는 사람의 숫자, 언론의 관심과 반응.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역 소멸을 걱정하면서 만드는 축제들은 적어도 그런 축제들은 어떻게 하면 그 지역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 지역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럼으로써 그 지역이 조금씩 소생하거나 혹은 그 지역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하느냐 이게 훨씬 더 중요한 거죠. 1000명이 오는 것보다 1명의 이주자가 더 중요한 거죠.
 
◇ 박재홍> 1명은 이사 가서 살고 싶다.
 
◆ 탁현민> 그렇죠. 근데 모든 축제에는 그렇게 안 맞춰져 있는 거예요. 심지어 제가 했던 축제조차도, 일종의 자기 고백입니다만. 그래서 이 문제를 좀 같이들 고민을 하는 게 좋겠다. 그래서 사실 오늘도 제가 부탁을 했잖아요. 이 문제를 좀 다뤄주실 수 있냐고.
 
◇ 박재홍> 어떻게 하면 정말 지역 소멸 위기를 막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저도 언뜻 생각해 보면 강원도 화천에 빙어 축제 뭐 이런 거 하면 빙어 잡으러 간 적이 있거든요. 근데 간 다음에 이 지역에 살아야겠다. 이렇게 생각은.
 
◆ 탁현민> 전혀 안 들죠.
 
◇ 박재홍> 안 하잖아요, 사실은.
 
◆ 탁현민> 저는 빙어 축제의 첫 번째 축제를 같이 기획했던 사람 중에 1명이거든요.
 
◇ 박재홍> 그래요? 그래도 기억에 남잖아요, 나 같은 사람들이.
 
◆ 탁현민> 1회. 근데 그 이후에 축제가 너무너무 커지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랑하고 물론 그런 것도 의미는 있어요. 그게 의미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화천이라는 지역이 갖고 있는 게 그 산천어라는 게 대개 다 양식을 해서 그 축제를 위해서 키워내는 거란 말이에요.
 
과연 그게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그 지역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결과적으로는 그 지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만들어줬나, 그럼 이제 반성해 보고 생각해 봐야 될 지점들이 있는 거죠. 신안도 마찬가지고 또 다른 지역들도 대개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대개 그런 지역들의 축제에는 정부 예산이 쓰인단 말이에요. 근데 그게 무한정 주실 수 있는 예산도 아니란 말이에요. 한 번 두 번 하고 나면 그다음에는 뭔가 성과가 있어야 되는데 그 숫자와 규모만 갖고 평가를 하면 계속해서 그런 식으로 더 많은 사람을 끌어오기 위한, 더 많은 손님들을 받기 위한 일종의 말 그대로 이벤트가 돼버리는 거죠.
 
제가 이걸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제 말이 좀 장황하지만 일본 사례를 좀 들어 드리고 싶은데 제가 관심 있게 주목했던 게 두 가지가 있었어요. 하나는 대마도에서 했던 지금은 아마 그 축제가 없어진 걸로 알고 있어요. 친구 축제라는 게 있었어요. 말 그대로 친구가 한자니까 우리랑 같은 뜻으로 이해할 수 있잖아요.
 
이 친구 축제는 국내에서 아주 유명하진 않지만 그래도 알 만한 가수들을 초청하고 또 일본에서 아주 유명하진 않지만 알 만한 가수들을 초청해서 그들의 합동 무대를 만드는 거예요. 근데 무대를 만드는 모든 과정, 무대를 세우고 가수들을 섭외하고 그다음에 스태프들을 불러모으고 2박 3일간의 축제와 공연을 기획하는 내내 모든 걸 주민이 해요.
 
그러니까 어설퍼요. 제 기억에도 되게 어설펐던 기억이 있어요. 왜냐하면 전문가가 아니니까. 그렇지만 어떻게든 만들어내요. 그래서 그 축제에 참여했던 혹은 그 축제를 구경 왔던 모든 사람들이 그 축제의 정말로 주인이 되는 거예요. 옆에 철물점 하던 아저씨가 그날은 조명을 붙잡고 있고 또 저쪽에서 편의점 하던 아주머니는 그날 스태프들의 식사를 담당하고 이런 식의 축제인 거예요.
 
그러니까 그 지역 자체가 말 그대로 즐기게 되는 거죠. 그런 게 대마도의 친구 축제라는 데서 느꼈던 거고 또 하나는 히가시카와라는 동네가 이게 진짜 저는 모범과 정형이라고 보는데 어떤 면이 있었냐 하면 정말 아무것도 없는 3무의 도시래요, 흔히들 얘기하는. 그러니까 일본에서 3무의 도시라면 어떤 게 없었냐 하면 일단 고속도로가 없고, 얼마나 오지인 줄 알겠죠. 그다음에 철도가 연결이 안 돼 있고, 일본은 철도가 되게 중요하잖아요. 그것도 연결이 안 돼 있고 세 번째는 상수도가 없대요.
 
◇ 박재홍> 상수도가 없어요?
 
◆ 탁현민> 그건 두 가지 의미죠. 물이 좋고 또 그만큼 어떤 기반시설이 안 돼 있다는 얘기인 거죠. 그런 도시였는데 이 도시가 인구가 완전히 점점 소멸로 가니까 마을 회의를 연 거예요. 어떻게 해야 되나 이걸 살려야겠다. 그러고 나서 아이디어를 누군가가 낸 게 이 마을에 아주 유명한 사진가가 와서 사진을 찍은 적이 있대요, 오지니까. 그러니까 좋은 사진이 나왔겠죠. 그걸 기억하고 아 여기 사진가들을 불러서 사진 대회를 열었으면 좋겠다. 그러고 나서.
 
◇ 박재홍> 출사 오세요.
 
◆ 탁현민> 그렇죠, 출사지로 홍보를 한 거죠. 그런데 돈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일본의 유명한 카메라 회사들을 다 찾아다녔는데 당연히 누가 거기에 돈을 대겠어요? 근데 정말 거짓말같이 일본의 유명한 카메라 회사 하나가 거기에 돈을 댔다고 합니다. 그 시골 출신이래요, 그 회사 사장이. 그래서 정말로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너희 마을이 살아날 수 있다면 내가 돈을 대겠다. 해서 첫 대회가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왔대요. 그리고 정말 좋은 사진들이 많이 찍혔고 화려하게 이 도시가 부각이 됐고 그래서 자기들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축제가 성공했으니까 앞으로 이 도시에 사람들이 많이 올 거라고 생각했대요.
 
그러나 사진 대회라는 게 우리가 한번 생각해 보세요. 2회, 3회라는 게 같은 지역에서 무슨 의미가 있어요? 찍을 수 있는 건 다 찍었잖아요. 그러니까 점점점점 사람들이 줄어들고 안 오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결국은 이 사람들이 똑같은 고민에 다시 빠지게 된 거죠. 이렇게 됐는데도 사람들이 왜 안 올까, 그러면 또 다른 방법을 해야 되는데 어떻게 할까라고 했을 때 정말 기똥찬 아이디어를 누가 낸 거예요. 사진 대회를 하되 중고등학생들의 사진 대회를 하자.
 
◇ 박재홍> 중고등학교.
 
◆ 탁현민> 예, 그 아이들이 와서 사진을 찍게 하자. 이건 아주 단순한 변화 같지만 어떤 큰 변화를 끌고 왔냐 하면 중고등학생들이 오니까 그들의 부모가 같이 오는 거예요.
 
◇ 박재홍> 태워줘야 되니까.
 
◆ 탁현민> 그리고 무조건 홈스테이를 한 거예요. 왜냐하면 그 작은 마을이니까 뭐가 없잖아요. 제반 시설, 기반 시설이.
 
◇ 박재홍> 호텔이나 모텔이 없겠죠.
 
◆ 탁현민> 그러니까 이 가족들이 그 마을에 사는 또 다른 가족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사진 대회가 없더라도 그 좋은 기억을 갖고 있던 사람은 그 지역을 또 찾아오게 되고 또 찾아오게 되니까 점점 더 가까워지게 되고 그 마을이 갖고 있는 여러 풍경과 아름다움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고 그러면서 그 마을과 관계를 가졌던 어린아이들이 크면서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면서 아 나도 저런 마을에서 살고 싶다고 하면서 이주가 시작되고 그러고 나서 그 이주하는 아이들이 또 그 마을에서 자라나고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거예요.
 
그러니까 겉으로 보기에는 유명한 사진 대회 하나였지만 결국은 그 내밀한 변화가 내밀하고 사소한 변화가 정말로 그 마을을 사람들이 들어와서 다시 살게끔 해주는 그런 마을로 변화시켰다는 얘기를 봤거든요. 그럼 우리나라의 축제들도 더 이상 먹거리 장터나.
 
◇ 박재홍> 트로트 가수가 이제 없고.
 
◆ 탁현민> 트로트 가수가 나쁘다는 건 아니죠. 물론 그런 유흥거리도 있어야겠지만 본질, 그 마을 사람들과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줄 것이냐. 그리고 그걸 어떻게 유지하고 확장시켜 나갈 거냐, 이걸 봐줘야죠. 그걸 봐주고 그런 쪽의 축제들을 지원하고 그런 쪽으로 축제들의 방향을 틀어줘야 되는데 그걸 못하고 있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오늘 열변을 토하고 있는 겁니다.
 

◇ 박재홍> 왜 그런 고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그 축제 담당자들도 작년에 했던 거 모아서 하시고, 그게 다 비슷한 또 MC와 비슷한 행사와.
 
◆ 탁현민> 제일 중요한 건 생각을 바꿔야 되는데 그런 면에서 오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 중에 두 번째는 제주도 서귀포시의 최근의 행정이에요. 사람들을 우리 마을로 초대하고 우리 마을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그걸 자랑하고 거기서 서로 간의 관계가 맺어지는 거잖아요, 결국은.
 
우리 마을이 나도 너무 볼품이 없고 내가 생각해도 여기선 사람 살 데가 아니야 이러면 어떻게 사람들을 부르겠어요? 내 마을의 자랑거리, 우리 동네의 자랑거리들이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제가 서귀포시를 딱 집어서 얘기하는 이유는 최근에 1960년대에 지어진 서귀포 관광극장을 허물었어요.
 
◇ 박재홍> 맞아요. 그랬다면서요.
 
◆ 탁현민> 저는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 박재홍> 서귀포 관광극장 철거.
 
◆ 탁현민> 예, 이거는 서귀포시 입장에서만 보더라도 서귀포의 1960년대를 허문 거나 마찬가지라고 봐요. 유일하게 남아 있던 그 시절의 극장이에요. 대한민국 영화사에도 남을 만한 아주 유서 깊은 건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근데 그걸 이중섭 미술관을 확장하기 위해 했다는 이유로 그걸 허물어버렸단 말이에요. 허물다가 지금 잠깐 중단된 상태예요, 다행히. 근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외벽은 제가 알기로는 허물어진 거로 알고 있어요. 이중섭 선생이 살아계셨으면 그걸 보고 뭐라 그랬을까, 그 지역은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중섭 생가나 그쪽이 1950년대 형태로 유지 보수되고 있고 1960년대에 지어진 서귀포 극장이 있는 곳이에요. 그 자체가 서귀포의 역사고 제주의 역사예요.
 
그리고 한국 영화사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고 그리고 그 영화에 그 극장에서 수많은 영화를 봤던 사람들이 여전히 생존해 있고 그럼 그런 작은 것들이라고 생각하는 얼마든지 부셔도 된다고 생각하는 그런 생각조차 그런 생각들을 버려야죠. 그래야 그 지역에 대한 사랑과 자랑과 이런 것들이 생기는 거죠. 우리가 해외여행 가서 제일 많이 보는 게 유서 깊은 건물 아니에요.
 
◇ 박재홍> 스토리.
 
◆ 탁현민> 스토리라고 해도 좋고 뭐라고 해도 좋습니다. 오래된 거 보러 가는 거잖아요. 거기 새로 지은 빌딩 보러 가는 거 아니잖아요, 특히나 유럽 같은 경우는. 근데 우리는 1960년대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극장을 허무는 행정 안에서 살고 있는 거예요, 지금.
 
이래서야 무슨 지역과 관계를 맺고 지역민들이 자기 지역을 사랑하고 자랑할 만한 거리들을 만들어서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 그걸 어필하고 그러겠어요? 이건 불가능한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식의 행정을 반성하고 지금 내 지역에 어떤 자산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 자산의 가치가 어떤지부터 판단할 줄 알아야죠.
 
◇ 박재홍> 저도 일본 교토 갔었는데 거기 가이드하시는 분이 본인 20년째 하신다는 거예요. 그런데 교토에 관광객이 계속 늘고 있는데 주차장을 안 고친다는 거예요.
 
◆ 탁현민> 맞아요.
 
◇ 박재홍> 그리고 본인이 20년 전 활동했던 교토와 지금의 교토가 똑같다는 거야.
 
◆ 탁현민> 그걸 보러 가는 거잖아요.
 
◇ 박재홍> 그러니까 그거 20년 전 교토와 지금의 교토도 똑같고 그거를 오히려 자산으로 삼아서 관광객이 온다.
 
◆ 탁현민> 우리는 지금 관광 대국을 꿈꾸잖아요. 그리고 관광 산업을 더 육성해야 된다고 그러고 아마 오늘도 이재명 대통령이 K-컬처 얘기하시면서 문화 관광 이쪽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하자고 말씀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해서 더 큰 축제가 열리고 더 큰 먹거리 장터가 열린다고 나아지지 않아요, 절대. 똑같아요, 외국인들도.
 
한국에 오면 한국의 전통적인 것 한국의 근현대의 유산 그리고 정말 폐허가 된 우리는, 이거 폐허 아니야? 이거 보여줘도 돼? 라고 생각하는 그런 것들 보고 싶어 한단 말이에요. 우리는 그런 걸 보고 싶은데 왜 그들은 이런 걸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세요?
 
근데 그런 것들을 지역에 있는 행정가들 혹은 지역에 있는 분들이 그 유산의 가치를 제대로 못 알아보면 그건 허물어지는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리고 번듯한 새 건물이 올라가겠죠. 카페가 생길 거고 거기서 향긋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되겠죠. 그걸 과연 사람들이 혹은 관광객들이 얼마나 거기에 반응하고 그런 게 얼마나 유지될까요? 한 50년 후면 또 허물어야 될 거 아니에요. 아무 근거도 없고 가치도 없는 거니까.
 
그런 일이 자꾸 반복되는 게 안타깝고 특히 서귀포 극장 같은 경우는 지금 완전히 허물지 않았으니까 지금이라도 제가 알기로는 그 지역의 건축가들도 다 반대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 근데 화제가 안 돼요. 워낙 작고 워낙 변방의 일이라고 생각해서들 그러는지 화제가 안 되고 그게 크게 논의도 안 되고 제가 들은 말이지만 서귀포 시장님이 그러면 너희들이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를 연구해 오라고 했대요.
 
이게 얼마나 가당치 않은 태도입니까. 그걸 연구하라고 공무원 자격을 준 거 아니에요, 그 가치를 알아보라고 그 가치를 활용해서 무엇인가 하라고 그분을 시장으로 앉힌 거 아니에요. 근데 너희들이 해오려면 민간에서 그거를 어떻게 해요? 일단 좀 그런 면에서 매우 화가 나는 일이 좀 있었습니다.
 
◇ 박재홍> 그 안에는, 그러면 그 관광극장 안에 주민들은 어떻게 좀 더 살리고 싶다는 의견을 내시는 분이.
 
◆ 탁현민> 제가 거기서 하는 공연을 한 번 본 적이 있어요. 지금은 그게 너무 멋있는 게 극장에 뚜껑이 없어졌어요, 세월이 흐르면서. 그러니까 약간 그 뭐였죠? 그 이탈리아에 가면 그런 아레나 있잖아요. 그 아레나에 왜 오페라.
 
◇ 박재홍> 콜로세움?
 
◆ 탁현민> 콜로세움 말고. 그건 진짜 저거고, 하여튼 그 오페라 하는 아레나가 있어요. 그 폐허가 된 아레나. 그리스 로마 유적 같은 그런 느낌이죠. 극장이에요. 근데 위에 뚜껑이 없어요. 거기서 공연하는 걸 봤는데 기가 막혀요.
 
◇ 박재홍> 야외 노천극장처럼.
 
◆ 탁현민> 노천극장이죠, 뭐. 갑자기 노천극장이 된 거죠. 몇십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을 거기서 할 수 있겠어요. 공연도 할 수 있고 그 외벽에 영상을 넣을 수도 있고 또 그냥 제가 그냥 막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막 던지자면 거기서도 영화를 볼 수 있을 거예요. 그 허물어가는 벽에다가 영사기를 쏴서.
 
◇ 박재홍> 자동차 극장처럼.
 
◆ 탁현민> 예, 사람들이 앉아서 볼 수 있고. 그러니까 사실은 그 존재 자체가 콘텐츠인데 그러니까 이런 것 같아요. 문화 콘텐츠는 여러분 만들어내는 게 아니에요, 절대. 찾는 거예요. 이미 우리가 갖고 있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그 가치를 찾아내는 작업인 거지 그걸 자꾸 만들어낸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거는 제가 공연을 연출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갖고 있는 가치, 그 노래가 갖고 있는 가치 혹은 그 가수가 갖고 있는 가치를 찾아내는 편이 내가 그 가수와 노래를 조합해서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것보다 훨씬 유효하고 훨씬 설득력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번에 케데헌도 보면 우리가 없던 걸 가지고 얘기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 성곽 그다음에 갓 그다음에 호랑이, 까치, 호랑이 이미 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 아니에요. 이미 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고 그러나 외국인들은 거기에 반응하잖아요. 근데 자꾸 뭔가를 새로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그 강박이 더 문제인 것 같아요.
 
◇ 박재홍> 뭔가를 부셔서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야 된다는 강박에.
 
◆ 탁현민> 그러니까요. 이중섭 미술관 확장한다고 그 1960년에 만든 극장, 서귀포 관광극장을 허물면 뭐 얼마나 대단한 걸 만들려고요.
 
◇ 박재홍>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면 더 주목할 수 있는.
 
◆ 탁현민> 그렇죠. 부여하고 그걸 어떻게 잘 활용할지만 고민하면 되는 문제를 그걸 부시고 새로 만들겠다? 약간 위험하기도 하고 저는 오만하기도 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지역 축제나 어떤 지역 발전을 위해서 뭔가 좀 상상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 상상력을 어떻게 불어넣을 것이냐.
 
◆ 탁현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이 필요하죠. 이미 있다고 생각하고 접근하셔야 돼요.
 
◇ 박재홍> 우리 안에, 아름다움이 있다.
 
◆ 탁현민> 제가 신안 얘기했잖아요. 신안뿐만 아니에요. 사실은 수많은 지역들이 그 지역 발전시키려면 군수님들부터 전부 다 무슨 생각들부터 하시냐 하면 여기 콘도가 들어와야 돼, 진짜로. 여기 무슨 박물관이 들어와야 돼. 이렇게 생각하신단 말이에요.
 
◇ 박재홍> 유치해야 돼.
 
◆ 탁현민> 그래서 박물관을 유치하려면 정부 예산을 따와야 되고 뭐 어떻게 해야 되고 이렇게 생각한단 말이에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신안이 갖고 있는 최고의 가치는 거기가 외지고 소외됐기 때문에 아직 아무도 건들지 않았던 자연이에요. 그게 최고의 가치예요. 누군가 신안에 간다면 그걸 보러 가는 거예요. 그렇지 않겠어요? 거기 콘도가 있어서 가겠어요? 난 아닌 것 같아.
 
◇ 박재홍> 리조트를 지어야 된다.
 
◆ 탁현민> 그분들 조금만 우리가 생각해 보면 우리가 로키산맥에 가는 이유는 로키산맥 리조트가 좋아서가 아니잖아요. 그 거대하고 장엄한 산맥을 보러 가는 거 아니에요. 우리가 그리스 로마에 가는 거는 그리스 로마가 편의시설이 많아서 가는 게 아니잖아요. 폐허가 된 유적을 보러 가는 거 아니에요. 관광이라는 건 그런 거 아니에요. 쉽고 편하려면 집에 있어야죠. 집이 훨씬 편하지.
 
◇ 박재홍> 그런 의미에서 신안 축제하실 때도 런닝 그리고 맨발 걷기 캠핑을 주 콘텐츠로.
 
◆ 탁현민> 예, 그렇게 해봤습니다. 그러니까 신안에 있는 걸 뭘 새로 세워서 뭘 하는 게 아니라 거기 비어 있는 가장 넓은 바다가 있거든요, 긴 해안이. 거기를 그냥 걷는 거예요. 그 걷는 기분, 걷는 걸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걸 그걸 해본 거고 어찌 보면 프로그램도 아니라고 할 수 있죠, 누군가는. 야, 그게 무슨 프로그램이야, 해변 그냥 맨발로 걷는 게. 걸어봐, 걸어보고 나서 얘기해.
 
◇ 박재홍> 느껴봐. 처음 신안 느껴봐.
 
◆ 탁현민> 달라져요. 공교롭게도 또 신안이라는 지명이 새로운 신자에 편안할 안 자거든요. 그래서 처음 신안이라는 이름을 썼던 거고.
 
◇ 박재홍> 경북 김천에서 작년에 1회 김밥 축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김밥 천국을 김천으로 줄여 부르는데 착안했다고 하는데 이런 아이디어는.
 
◆ 탁현민> 저는 그런 건 위트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김천이 김밥으로 유명한 도시로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한가, 아니면 김천이란 도시가 있고 여기가 살 만한 도시고 여러분들도 여기 오셔서 얼마든지 한번 지내보면 여기가 얼마나 매력적인 곳인지 아시게 될 겁니다라고 얘기하는 게 중요한가. 거기 100만 명이 가서 김밥 먹고 오면 뭐 해요.
 
◇ 박재홍> 다시 안 가면 말짱.
 
◆ 탁현민> 에, 무슨 의미가 있어요? 저는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잘 모르겠어요. 기획했던 분들이 그걸 잘못했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 저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겁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요. 사실 독일의 옥토버 페스트라든가 이런 것처럼 뭔가 좀 이렇게 생각나고 이야기할 수 있고 그런 서사가 있는 그런 지역 축제에 대한 상상력이 좀 필요하다.
 
◆ 탁현민> 그런 것도 있죠. 그러니까 어떤 특정한 날 특정한 행위를 기리기 위한 축제들도 있을 수 있죠.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역 축제는 그렇다기보다 너무 한쪽에 편중돼 있다는 거죠. 결국은 지역 소멸을 위해서 축제를 만든다.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축제를 만든다는 명분들은 걸고 있지만 그게 단기간에 장사 내지는 홍보 또 전문적으로 또 축제만 찾아다니는 축제꾼들이 있어요. 이거 구경꾼이 아니라 장사하시는 분들.
 
◇ 박재홍> 그렇겠네요.
 
◆ 탁현민> 심지어 이런 거예요. 김천 축제에서 먹었던 통돼지 바비큐를 신안 축제에서 똑같이 하고 있고 또 어디서 그걸 막을 수가 없잖아요. 그걸 어떻게 무슨 근거로 막겠어요? 그런저런 고민들을 제가 요즘 많이 하고 또 그런 것들이 우리나라를 관광 대국으로 혹은 관광 문화를 좀 더 개발시키자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이때쯤 한 번쯤 정말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이런 차원에서 드렸습니다.
 
◇ 박재홍> 그런 의미에서 또 서귀포 관광극장 논란까지도 함께 짚어주셨네요. 경주가 주목받고 있어요, APEC.
 
◆ 탁현민> APEC, 이거는 좀 다른 형태죠.
 
◇ 박재홍> 다른 형태인데 이건 국가 행사인데 지금 어떤 바람이 있으신지 지금 준비 잘 되고 있는 것 같으신가요?
 
◆ 탁현민> 사실은 정상회의는 우리가 약간 착각을 하고 있는 게 뭐냐 하면 정상회의는 정상들의 회의예요. 일반 회의가 아니잖아요.
 
◇ 박재홍> 그렇죠, 정상회담도 해야 돼요.
 
◆ 탁현민> 그래서 예를 들어 G20이나 G7하면 하면 외국의 경우는, 특히나 유럽 국가들의 경우는 도시 전체를 소외시켜요. 못 나오게 한단 말이죠. 그렇잖아요. 왜 대규모 시위대가 오기도 하고 그래서 상점마다 전부 철시를 하지 상점이 막 열리고 이러지 않아요, 절대.
 
근데 우리는 지금 되게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귀추가 주목돼요. 성공적으로 가면 좋잖아요. 정상회의가 축제 같다. 얼마나 좋아요. 근데 기존의 정상회의들은 그걸 잘 못했단 말이에요. 보안 문제도 있었고 또 다루는 이야기들도 첨예하고 이번에도 트럼프, 시진핑 둘이 만나서 얘기를 한다면 축제 같은 얘기를 하겠어요? 서로? 엄청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들을 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사실은 경주의 관광 개발하고 이런 것들은 지금 APEC 자체만을 놓고 한다기보다는 APEC 이후에 APEC이 열렸던 도시라고 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그것을 관광 자원화하려는 노력으로 봐야지 APEC 기간 안에 뭘 어떻게 결론을 보겠다, 이렇게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 박재홍> 그렇군요. 그 이유가 더 중요하겠군요.
 
◆ 탁현민> 그렇죠, 훨씬 더 중요하죠. 그러려면 역시 첫 번째 과제인 정상회의가 잘 돼야죠. 모든 많은 정상들이 참여해 주셔야 되고 특히나 트럼프, 시진핑 꼭 오셔야 되고.
 
◇ 박재홍> 트럼프가 묵었던 곳, 시진핑이 왔다 간 곳.
 
◆ 탁현민> 바라옵건대 트럼프, 시진핑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이 뭔가 근사한 합의 내지는 우리가 제공한 장소에서 근사한 합의를 이끌어내고 그게 역사적으로도 기록되고 우리가 헤이그나 또 뭐 얄타 이런 거 잘, 가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사람들이 기억하는 게 그런 이유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게 돼야지, 경주가 그런 데가 돼야죠. 그러고 나서 인프라에 투자하고 박물관 투자하고 이런 것들도 다 잘 되길 바랍니다.
 
◇ 박재홍> 예. 새로운 스토리의 시작 또 경주에서 나오길 바라봅니다. 탁현민 전 비서관, 고맙습니다.
 
◆ 탁현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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