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전에서 0-5 충격패를 당한 홍명보호가 파라과이를 상대로 필승 각오를 다졌다.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홍명보 감독은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0월 마지막 경기이고, 여러 가지로 중요한 경기다. 꼭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0-5로 대패한 홍명보호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파라과이전 승리가 절실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이자 월드컵 최다 우승(5회)에 빛나는 브라질의 위력은 예상대로 강력했다. 한국의 스리백은 비니시우스, 호드리구(이상 레알 마드리드), 이스테반(첼시) 등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공격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브라질전 대패에 대해 홍 감독은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 첫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회복하는 방법을 점검한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경기 도중 전광판에 홍 감독의 얼굴이 나오자, 경기력에 실망한 팬들은 야유를 쏟아냈다. 이에 홍 감독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답했다.
홍 감독은 지난 7월 K리거 위주로 치른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챔피언십(동아시안컵)부터 '플랜 B'로 스리백 전술을 가동해 왔다.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드러낸 수비 불안에 대한 해법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스리백은 동아시안컵 3경기에서 1골만 내줬고, 지난달 미국·멕시코와의 2연전에서 1승1무를 거두며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브라질전까지 6경기 연속으로 꺼내 들며 스리백 전술은 홍명보호의 '플랜 A'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세계적 강팀과 맞붙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경쟁력이 통할지는 물음표다. 수비 강화를 목적으로 가동한 스리백 전술은 브라질전에서 오히려 수비 불안을 드러내며 우려를 낳았다.
이에 홍 감독은 "브라질전 같은 경기를 계속 해야 한다. 아시아 예선에선 나오지 않았던 단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단점이 나오는 걸 걱정할 수 있지만,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월드컵 무대에서 문제가 생긴다. 지금은 단점을 찾아내는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파라과이는 남미 예선에서 최소 실점 2위를 기록한 만큼 수비가 견고한 팀이다. 총 18경기에서 단 10골만 내주는 짠물 수비를 앞세워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등 세계적 강팀을 한 번씩 꺾는 저력을 보였다.
브라질전에서 유효슈팅 1개에 그친 답답한 공격이 살아나야 승산이 있다. 홍 감독은 "파라과이는 수비 조직력이 끈끈한 팀이다. 또 나머지 공격수들의 개인 능력으로 경기를 풀어간다"며 "우리는 공격에서 좋지 않은 모습이 역습으로 이어져 실점했다. 디테일한 부분을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홍명보호에 파라과이전 승리가 중요한 이유가 또 있다. 파라과이에 패하면 월드컵 조 추첨 포트 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중미 월드컵은 48개국을 4개 포트(12개국씩)로 나눠 추첨을 통해 포트별 한 팀씩 같은 조에 배정한다. 개최 3개국을 제외하고 FIFA 랭킹 1~9위는 포트1, 10~23위는 포트2 등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포트가 높을수록 강팀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FIFA 랭킹 23위로 포트2 끝자리에 걸려 있는 한국으로선 현재 순위를 유지하거나, 더 높은 순위로 올라서야 한다.
포트는 다음달 A매치 2경기 성적까지 반영해 발표되는 11월 FIFA 랭킹을 기준으로 배정된다. 한국은 파라과이에 진다면 24위 에콰도르, 25위 호주 등에 밀려 포트3로 내려갈 수 있다.
홍 감독은 "파라과이전이 중요한 경기라고 강조한 이유다. 내부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도 중요하지만, 결과도 중요한 시기"라며 이를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