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장이 산불에 불탄 피해목으로 만들어진 가구들로 채워진다. 대부분 소각되던 산불 피해목이 재활용된 국내 첫 사례로, 기후위기 대응과 녹색성장을 주요 의제로 다루는 APEC 정상회의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킬 전망이다.
APEC 정상회의 공식 가구 협찬사인 코아스는 산불 피해목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재활용해 제작한 프리미엄 가구들을 이번 APEC 정상회의에 협찬한다고 13일 밝혔다. 정상 회의장과 정상 집무실, 귀빈 대기실 등 주요 공간에 친환경 프리미엄 가구 17종, 총 142점(약 3억원 상당)이 배치된다.
코아스가 제공하는 가구들은 올해 초 안동 지역 산불로 불탄 나무들로 만들어졌다.
지난 3월 말 경북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안동 일대까지 번져 일주일 동안 계속됐다. 피해 산림 면적만 약 2만 6708ha(헥타르)로, 서울 크기의 1.7배에 달하는 넓이다. 통상 산불로 불탄 목재들은 상품가치가 없어져 90% 가까이 소각 처리돼 왔다.
90% 이상 소각되던 산불 폐목이 고급 목재로
피해목은 열과 습기에 약해 변형이 빠르고, 일반 목재보다 수분 함량이 불안정해 가구 소재로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코아스는 국립산림과학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수분 안정화 및 탄화 기술을 피해목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탄화목(wood carbonization)' 공정은 피해목의 메탄 방출을 억제하고, 탄소 저장 기간을 수십 년 연장시킨다.
피해목을 소각시킬 경우 목재 1㎥당 저장된 평균 0.917톤(t)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만, 탄화 공정을 거쳐 가구로 재활용하면 수십 년간 이산화탄소 저장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아스는 '안동 산불 피해목'을 프리미엄 가구로 재가공하기 위해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경상북도, 목재 가공 전문기업인 동화기업 등과 긴밀히 협력해 신속한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제품화를 실현했다. 8년간 수입 목재 대체를 목표로 현재 18.5% 수준인 국내 목재 자급률을 높여갈 계획이며, 산불 피해목을 활용하는 '친환경 조달가구 인증제도'도 주도적으로 추진 중이다.
코아스는 모든 협찬 가구를 회의 종료 뒤 공공기관, 복지시설, 교육기관 등에 전량 기부할 예정이다. 단순히 '한 번 쓰고 끝나는 협찬'이 아니라, '지속가능 협찬(Sustainable Legacy)'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천연 대나무 추출 성분으로 만든 친환경 제품
코아스는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산불 피해목 재활용 가구 외에도 독특한 친환경 제품들을 선보인다.
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정상들이 앉게 될 정상용 의자 '마론(MARUON) 체어'는 천연 대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바이오 가죽(BAM-P Leather)이 적용됐다.
80% 이상 바이오 기반 소재로 만들어져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동시에 인체에 무해하며, 항균·탈취 기능까지 갖췄다. 해외 제품의 바이오 ECO 함유율이 30~5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라는 설명이다.
코아스 민경중 대표는 "숲의 상처를 의미 없이 지워버리지 않고, 국가의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재해를 혁신으로 바꾸는 대한민국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