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순교한 이도종 목사와 4.3 당시 주민 수천명의 목숨을 구한 조남수 목사의 숨결을 느끼며 화해와 평화의 소중함을 나누는 제주순례길 걷기대회가 열렸다.
제주CBS와 제주기독교순례길연구회, 제주서남기독교교회협의회는 11일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에서 '2025 제주순례길 걷기대회'를 가졌다.
이번 행사는 대정교회를 출발해 추사적거터와 모슬봉, 강병대교회, 모슬포교회 박물관, 조남수 목사 공덕비를 거쳐 모슬포교회까지 걷는 6.5㎞ 코스에서 펼쳐졌다.
올해로 두번째인 제주순례길 걷기대회는 제주 기독교 순례길 제4코스의 화해의 길 일부에서 진행된 것이다.
제주의 파란 가을 하늘 아래 각 교회와 개인별로 120여 명이 참가한 이날 행사는 '대정교회' 잔디밭에서 개회식이 진행됐다.
제주CBS 목회자 운영위원회 제종원 이사장은 전도서 4장 9절의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그들이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는 말씀을 전하며 "주님과 함께하고 우리가 함께하고 CBS와 함께하면 순례의 여정도 빛을 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헌 서남기독교교회협의회장은 축사에서 모슬포 지역을 통해 순례의 여정이 다시 회복 되길 소망했고, 심현구 제주기독교순례길연구회장은 순례길 4코스 화해의 길을 소개했다.
개회식이 열린 대정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에서 공식 지정한 이도종 목사 순교성지다. 제주지역의 첫 목사이자 4.3사건 당시 순교한 이도종 목사의 마지막 목회지가 대정교회이고, 이 목사의 유해와 기념비가 봉안돼 있다.
대정교회를 출발한 순례길 참가자들은 삼의사비 앞에서 이재수의 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고 '추사적거터'에서 김정희 선생에 관한 담소를 나눈 뒤 제주의 돌담길을 지나 '모슬봉' 앞까지 걸었다.
이어 한국전쟁 당시 육군 제1훈련소 9대 소장으로 부임한 장도영 장군이 건립해 문화재청 등록 근대군사문화재로도 지정된 '강병대교회'를 찾았다.
다음 장소는 '조남수 목사 공덕비'로, 조 목사는 1948년 4.3사건 당시 무장대로 오인당해 어려운 처지에 놓인 모슬포 주민 3천여 명을 구했다. 이를 기리기 위해 주민들이 1996년 조남수 목사 공덕비를 세웠다.
마지막으로 1909년 이기풍 목사가 설립해 조남수 목사 등도 시무한 모슬포교회를 찾았다. 모슬포교회에선 제주CCM 색소폰 앙상블이 멋진 연주를 선보이며 순례길 걷기를 완료한 참가자들을 맞았다.
제주 기독교 순례길은 2012년 6월 제1코스 개장을 시작으로 현재 5개 코스가 운영중이다.
제1코스 '순종의 길'은 이도종 목사가 어린 시절 다녔던 금성교회를 시작으로 협재교회까지 이어지는 14.1㎞ 구간이다.
2~4코스는 지난 2013년 4월 개장했는데, 2코스 '순교의 길'은 협재교회에서 대정읍 무릉리 이도종 목사 순교터에 이르는 23㎞ 구간이다.
3코스 '사명의 길'은 조수교회에서 대정읍 동일리 조남수 목사 공덕비에 이르는 21.4㎞ 구간, 4코스 '화해의 길'은 이도종 목사 순교터에서 조남수 목사 공덕비에 이르는 11.3㎞ 구간이다.
2017년 11월 개장한 5코스는 '은혜의 첫길'로, 제주시 성내교회를 출발해 제주 첫 유치원인 중앙유치원 등을 거쳐 순국지사 조봉호 기념비가 있는 사라봉까지 모두 8㎞ 구간을 연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