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공명당 '결별'…日정치상황에 대일외교도 '관심'

연합뉴스

일본 차기 총리 선출이 진통을 겪으면서 정부가 향후 대일외교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초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의 총리 지명이 유력했지만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자민당과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다만 일본내 분위기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무역 및 통상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투트랙 외교가 다져온 우호적인 한일 관계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와 회담을 가진 뒤, "자민당과는 더는 같이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앞으로 각자의 길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악수하고 헤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26년간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합해 국회의원 선거를 치뤘으며, 총리 선거때는 공명당이 자민당 총재를 밀었다. 하지만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공명당은 다카이치가 신임 총재로 선출된 이후에 자민당의 정치자금 스캔들 문제의 확실한 처리를 요구했다.

당초 일본 자민당은 오는 21일 임시국회를 열고 총리 지명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공명당이 빠짐으로써 구도는 복잡해졌다. 

공명당이 빠진 연립정당은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일본유신회 등 야당 3당의 연합보다 의석수가 작다. 공명당이 빠짐으로써 3당 연대로 총리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현재 국민민주당과 입헌민주당이 정치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공명당의 연립정당 이탈로 상황은 달라졌다.

앞서 다카이치 총재의 자민당 총재 선출 때부터 야권에서는 의석의 우위를 살린 단일 총리 후보론이 피어나온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거론됐던 인물이 타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다. 공명당이 연정을 깨면서 일본내에서는 타마키 총리 후보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같은 상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만일 신임 일본 총리가 독도 등 영토 문제나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 등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면 이재명 대통령으로서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우리 국민 감정상 과거사 문제에 대응하지 않기는 어렵다. 과거사 문제가 부각되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세 차례의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다져왔던 '실용주의 투트랙 대일 외교'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대일 투트랙 외교' 원칙을 지켜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일본 내부 정치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투트랙 외교의 원칙을 바탕으로 대처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극우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총재의 총리 선임 가능성이 낮아진 것과 관련해 과거사를 둘러싼 리스크가 적어진 것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자민당이 공명당을 제외하고 일본 최대 정당이란 점, 다카이치 총재가 공명당의 '정치자금 입법' 요구를 전격 수용해 연정을 가까스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총리 지명 가능성은 남아있다.

다만 당초 다카이치 총재는 이달 야스쿠니 신사에서 열리는 가을 예대제(例大祭) 참배를 보류하는 방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 지명을 받더라도 이달 한일 관계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격돌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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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후보가 총리 지명을 받더라도 일본 역시 과거사를 '관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누가 지명이 되든 정무적, 외교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이 오는 27~29일로 예정돼 있는데, 그 전에 한국과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굳이 강행할 필요가 없다.

오승희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 자민당의 입장이나 다양한 야당과의 연립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사실 지금은 누가 총리 후보가 되어도 과거사를 잘 관리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 내 정치 상황이 혼란을 겪으며 총리 취임이 늦어지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달 경주 APEC 정상회의 계기 신임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이 열려 이전 정부의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됐는데, 이 일정 자체가 불확실해졌다.  

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등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소신표명 연설도 늦어질 수 있고 임시국회 소집도 미뤄지고 있다. (신임 총리 취임이) 11월 뒤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봤다.

만일 APEC 정상회의 계기 양국 정상의 만남이 이뤄지고, 곧이어 다음달 일본에서 한중일 및 한일 정상회의가 개최된다면 양국 관계는 일본 신임 총리 체제 하에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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