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선택받은 거죠."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가 배우 송혜교, 다니엘 헤니, 김지훈의 특별 출연 섭외 배경을 전했다.
김은숙 작가는 10일 넷플릭스를 통해 "짧은 몇 신을 저 배우님들께 부탁드리는 건 저도 어려웠다"며 "먼 길을 오셔야 하고 맥락을 이해하시려면 대본 전권을 읽어야 하는 수고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출연을 허락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여신 같으셨던 송혜교님, 정말 '개' 같으셨던 다니엘 헤니님, 정말 수색대 같으셨던 김지훈님, 덕분에 중요한 장면들에 마법처럼 '엣지'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1천여 년 만에 깨어난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가 인간 기가영(수지)을 만나 세 가지 소원을 두고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그는 "가영은 자신의 본성이 악하다고 믿는다"며 "하지만 할머니와 온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낸 걸 학습으로 알기 때문에, 본성을 억누르고 평생 '좋은 선택'을 하면서 살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면 '가영은 착한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이 질문을 통해 인간은 어떻게 태어나는지보다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지가 더 중요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간성'의 본질이 나타난다"며 "끝내 좋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선택을 좀 더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은숙 작가와의 일문일답.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아름다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사를 이야기하며 가영이 지니에게 왈츠를 학습시키는 '오아시스 신'과 지니가 되레 인간에게 소원을 비는, 사탄조차 피눈물 흘리게 하는 '황금비가 내리는 광장 신', 어린 가영을 함께 키우는 '마을 사람들 장면'과 가영에게 감정을 학습시키는 '판금의 공부 신', 사이코패스가 처음 흘리는 눈물을 수지 씨가 완벽한 표정과 연기로 완성한 '치사하네'하는 신을 좋아한다. 그중 저에게 압도적 1등은 8부 엔딩의 '야 이 사이코패스야!' 신이다.
-김우빈과 수지 외에 안은진, 노상현 배우와의 만남은 어땠는지.
류수현(노상현)은 천사 중에서도 죽음의 천사다. 인간 따위는 지긋지긋해하고, 신의 명으로 지니의 목을 칠 날만 호시탐탐 노린다. 그래서 수현을 표현하는 한 줄은 '거만하고 거룩하게'였는데, 노상현 씨를 봤을 때 딱 그랬다. 선과 악이 다 공존하는 얼굴이 신비로웠고 극 중에서도 거만과 거룩 사이를 자유자재로 옮겨 다닌다. 형제인 지니와 맞붙을 때마다 나오는 허당기와 찌질한 질투도 너무 잘 표현해 주셨다.
오판금(안은진) 역은 20대 여인의 외형으로 70대 할머니의 영혼을 연기해야 하는 역할이라 두 분의 배우가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 캐릭터에 두 배우는 큰 모험인데, 안은진 씨는 김미경 선생님을 이어받아서 너무나 사랑스럽고 완벽하게 20대 판금이 캐릭터를 완성해 주셨다. 몸은 젊어졌지만 여전히 손녀 걱정을 하는 할머니의 감정을 시청자들께 애처롭게 전해줄 수 있는 배우는 오직 안은진이었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서 '명대사'를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작품의 '킥'이 될 대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걸 저보고 뽑으라고요? 진짜 사탄이시다.(웃음) 명대사와 킥이 될 대사는 다르다고 생각해, 명대사는 시청자분들이 뽑아 주실 거라 믿고 저는 '킥'이 될 대사 몇 가지를 뽑았다.
△"무슨 의미여 이거! 뭐에 반한겨! 내 어디가 맘에 든겨!" △"하빕티(내 사랑)." △"이 연쇄 키스마야!" △"넌 여전히 정말 끔찍하고 깜찍하다." △"다음 생이 있다면 꼭 다시 만나기를" △"누굴 대신해 죽여줄 순 있어. 이건 안 쳐줘? 사랑으로?" △"너 따위가 감히! 진흙으로 빚은 인간 따위가 감히!"
-작품을 사랑해 주시는 전 세계 시청자분들께.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이 만약 그대들의 언어로 읽힌다면 그건, 내가 180여 국에 동시 방영되는 최고의 OTT 넷플릭스와 작업했기 때문이다(웃음). 당신의 귀한 시간을 '다 이루어질지니'에 내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제가 사는 대한민국과는 언어도 문화도 다른, 어느 먼 도시에 살고 계실 여러분들의 세 가지 소원은 무엇일지 궁금해하며 작업을 했다. 모쪼록 재밌게 보시고 벚꽃 피는 계절에 한국으로 꼭 놀러 오시라.
총 13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은 공개 3일 만에 400만 시청수(시청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시리즈 비영어 TV쇼 부문 5위에 올랐다. 국내 넷플릭스 톱10 시리즈에는 1위를 차지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브라질, 인도, 홍콩, 태국, 이집트, 모로코 등 전 세계 46개국 톱10에도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