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세계적 인기를 얻으며 '갓'이 한국 전통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갓을 만드는 전통기술인 '갓일'을 비롯한 국가무형유산은 심각한 계승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국가무형유산 전승 취약종목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갓일 보유자는 4명뿐이며 평균 연령은 약 83세에 달한다. '갓일'은 말 그대로 갓을 제작하는 전통기술로,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갓일뿐 아니라 '전통장(94세)', '발탈(86~91세)', '악기장(편종·편경, 90세)' 등 다수 종목의 보유자들이 고령층에 집중돼 있다. 전승 취약종목 보유자의 72%가 70대 이상으로, 무형유산의 기반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체 25개 전승 취약종목 가운데 23개가 5년 이상 취약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소멸 위험이 높아 긴급히 보호해야 할 '국가긴급보호무형유산' 4종목(나주의 샛골나이, 바디장, 백동연죽장, 악기장(편종·편경)) 중 '나주의 샛골나이', '바디장', '백동연죽장'은 보유자조차 부재하다. 이수자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바디장'은 보유자가 사망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후계자가 지정되지 못했다.
전승 인력의 감소와 달리 관련 예산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축소됐다. 국가무형유산 전체 예산은 2024년 639억원까지 확대됐으나 2025년에는 90억원 이상 감소했다. 국가긴급보호무형유산 보호·육성 예산 또한 5년째 연 1억 6천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민형배 의원은 "세계가 K-컬처의 전통기술에 감탄하지만, 현장에서는 몇 분의 고령 보유자가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국가무형유산의 뿌리가 끊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보유자 공백 종목의 신규 보유자 발굴과 무형유산 보호·육성 예산 증액 등 구체적인 정책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 의원은 지난 9월 10일 전통문화의 현대적 확산을 지원하기 위한 '케데헌법(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전통기술과 문화자산이 세계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