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검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호출로 가장 먼저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한 점을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불법한 계엄에 가담하는 행위를 지시한 것이 내란중요임무종사라는 취지다.
1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전날 박 전 장관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그가 계엄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직권을 남용해 법무부 관계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앞서 특검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구속기소할 때도 불법한 계엄 상황에서의 직권남용 범행을 내란중요임무종사로 판단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의 경우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단전·단수 등의 조치 내용이 담긴 계엄 문건을 받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논의한 정황이 CCTV에 포착됐고, 이를 토대로 지시 수령 과정과 이행이 구체적으로 공소장에 담겼다.
현재까지 박 전 장관에 대한 수사 과정에선 그가 법무부에 대한 계엄 관련 지시 문건을 받은 물증이나 진술 증거가 있는지가 언론 등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특검은 '범죄사실이 완성됐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사 윤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나 공모가 없었더라도 박 전 장관의 계엄 당시 행위만으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하는 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박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이 오랜 시간 내란을 공모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고 12월 3일 당일 저녁 가장 먼저 직접 호출한 인물이다. 이 전 장관의 경우 김 전 장관이 대신 연락해 대통령실로 불렀다.
박 전 장관과 김석우 전 법무부 차관의 수사기관 진술에 따르면 서울 압구정에서 저녁 식사 중이던 박 전 장관에게 저녁 7시 41분쯤 윤 대통령의 전화가 걸려왔고, 박 전 장관은 저녁 8시 14분에 대통령실 대접견실에 도착해 대기하다가 8시 27분에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갔다.
윤 전 대통령은 이후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7시 54분)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8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8시 무렵),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8시 6분)에 각각 전화를 걸었다. 이들은 저녁 8시 40분부터 9시 사이에 차례로 대통령실에 도착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전화해 일찍 대통령실에 도착한 박 전 장관이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내란중요임무종사의 한 근거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른 국무위원도 아닌 법무부 장관으로서 불법한 계엄임을 알고도, 이를 막기는커녕 계엄 선포 후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 검토를 지시하는 등의 직권남용 범행을 통해 내란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직권남용 혐의에는 박 전 장관이 교정본부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각각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확보와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계엄 당일 밤 입국·출국금지와 출입국 관련 대테러 업무를 맡는 출입국규제팀이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기도 했다.
박 전 장관 측은 일부 지시에 대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범죄 혐의로 구성될 것은 아니라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사 파견 검토는 합동수사본부가 구성되면 인력 차출이 필요한지 따져보라는 원론적인 지시였을 뿐이며, 교정본부에 대한 것도 계엄 이후 소요나 폭동이 발생할 경우 대비를 위한 통상적인 점검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출입국본부에 대한 지시도 계엄선포 후 공항에 사람이 몰려 혼잡해질 상황에 대비하라는 차원으로, 특히 출입국규제팀에 대해선 박 전 장관이 직제상 존재 여부를 몰라 구체적인 출근·대기 지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체포 피의자 신분인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다음 주 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국무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김 전 장관과 이 전 장관, 한 전 총리 이후 네 번째다. 김·이 전 장관은 구속됐지만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박 전 장관이 구속되면 법무부와 검찰 내 다른 비상계엄 조력자를 비롯해 조태용 전 국정원장 등 국무위원에 대한 수사도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 전 총리에 이어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되면 특검의 내란 혐의 적용이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특검 후반부 수사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