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추석 연휴를 맞아 정국 구상을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입국할 오는 29일 전후 대미 관세 협상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나포 국민 문제도 현안으로 떠올랐다.
다만 K푸드 전도를 위해 마련한 예능프로그램 출연 과정에서의 대응이 매끄럽지 않아 논란을 자처한 측면은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가다.
첫 추석 맞아 정국구상…연휴 중에도 관세 회의는 수시로
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까지 내리 6일 동안 공개 일정을 소화하지 않으며 추석 연휴를 보냈다.다만 이 기간에도 현안 대응에는 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과의 관세협상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4일 미국을 다시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협의에 나서는 등 후속 협상이 한창이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연휴 기간임에도 지난 5일, 7일, 8일에 관련 회의를 열었다. 이날도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 3실장이 총동원돼 김 장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과 통상대책회의를 열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워낙 중대한 사안이고 필수적인 사안이라서 회의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대응방안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우선 김 장관은 지난 방미에서 정부가 미국 측에 보낸 대미 투자펀트 MOU(양해각서) 수정안에 대해 답을 구했지만, 미국 측은 이에 대한 수용 여부나, 재수정 요구 등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3실장 회의도 김 장관의 방미 내용을 보고 받은 뒤 관련 의견을 모으는 자리로, 상황 반전책이나 돌파책 등을 상세히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국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점도 변수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성황리에 개최하면서,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성과 있는 관세협상 성적표를 받아드는 것이 최대 목표다.
때문에 이를 위해 남은 3주 가까운 시간을 각종 시나리오별로 검토한 대안을 마련해 제시해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을 최종 결정할지, 입국한다면 언제부터 얼마나 머물지 등에 따라 협상의 방식과 내용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이스라엘 나포 국민·日 다카이치와의 외교도 숙제
대미 관세협상 이외의 외교 숙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지난 8일 발생한 이스라엘군의 한국 국적 활동가 김아현씨 나포 문제가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김씨는 가자지구에 접근하던 국제 구호선단에 타고 있다가 타국 활동가들과 함께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는데, 외교부는 이스라엘 측과 진전 상황을 공유하며 대응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관련 내용을 보고 받고는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 신속 석방, 조기 귀국을 위해 국가 외교 역량을 최대한 투입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또 다른 중대 현안은 지도자가 교체된 일본과의 외교다.일본 집권 자민당은 지난 연휴 중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후임으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을 선출했다.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해 오는 등 일본 내 극우 인사로 여겨진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빠르게 캐나다에 이어 일본과 한국에서 연이어 이시바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는 등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를 복원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재와 이시바 총리의 성향이 적잖이 달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다만 다카이치 총재가 이달 들어서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보류를 검토하는 등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일각에서는 다시 소통의 장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지속되는 '냉부해' 여진…부정 여론 속 현안대응 지속
이런 와중에 국내에서는 이 대통령 내외의 '냉장고를 부탁해'(냉부해) 프로그램 출연을 둘러싼 여진이 지속되고 있어 국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K푸드를 널리 알리기 위한 홍보차원에서 기획됐다고 설명했지만, 촬영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가 수습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야당에 비판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초기대응이 아쉬웠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의혹제기가 시작되자 이 대통령이 귀국 후 밤새 관련 상황을 점검했고, 촬영 당일에도 긴급 비상대책회의, 정부서울청사 관계 부처 장관 회의에 나섰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비상대책회의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가 있었던 날 촬영이 이뤄졌다는 점을 미리 알리지 않으면서 은폐 의혹이 불거졌다. 국가전산망 담당 공무원이 숨지면서 발인일을 고려해 방영일을 하루 연기했지만, 국가적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촬영을 강행했어야 했느냐는 비판 여론 또한 적지 않았다.
중대본은 이날 국정자원 통합운영관리시스템 복구를 통해 시스템 목록을 확인한 결과 화재로 중단된 정부 시스템 규모가 기존 647개에서 709개로 늘어났다고 정정했다. 중단된 1등급 핵심 시스템 40개 중에는 25개가 복구된 것으로 집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은 관세 협상을 비롯해 이스라엘 나포 국민과 국정자원 화재 등 현안 전반에 대해 수시로 보고를 받으며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며 "연휴 때는 물론이고, 연휴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대응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