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의 원인 규명 작업이 본격화한 가운데 배터리업계 세대교체가 속도를 내고 있다.
발화점인 무정전전원장치(UPS)에 쓰인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데 지난 2022년 카카오 먹통 사태를 야기한 화재 현장에 있었던 배터리 모두 파우치형 삼원계 배터리로 파악되면서 각형과 LFP로의 기술 전환이 빨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화재 원인, 배터리 문제 아닌 걸로 추정되지만 시장 우려 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정자원 화재 이후 배터리 업계는 당국의 조사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이번 화재는 현재까지는 배터리가 문제가 아니라 전원이 차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체 작업을 하다 발화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불이 난 배터리 모델도 이전까지 화재 이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한 배터리와 2022년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이어진 성남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불에 탄 배터리가 모두 파우치형 삼원계 배터리라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번 화재는 2014년 납품된 파우치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UPS에서 시작됐고, 2022년 화재는 외부 전기설비 이상으로 발생한 불씨가 파우치형 리튬이온 삼원계 배터리에 옮겨붙어 사고가 커졌다.
화재 방지 기술 적용 가능한 각형 등 각광
배터리 업계에서는 각형과 LFP 배터리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파우치형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하고 열 발산이 잘 되는 장점이 있지만 손상 위험이 큰데다 내부에서 발생한 가스로 배터리가 팽창하는 스웰링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크다는 약점이 있다.
반면 각형 배터리는 금속 케이스 설계를 통해 배터리 셀 자체에 가스 방출 벤트나 회로 차단 퓨즈 등 화재 방지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2020년부터 5년 6개월간 국내 ESS 화재 54건 중 각형 화재가 17건으로 가장 많았던 것을 두고 각형 설치 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영향이라는 의견과 배터리 형태별로 안전성을 따지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으로 배터리 형태가 아닌 소재별로는 LFP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FP는 배터리 소재 중 열 폭주 개시 온도가 삼원계에 비해 훨씬 낮아 화재 안전성 면에서 우위가 뚜렷하다.
중국 업체들이 안전성이 높은 LFP를 각형으로 만들어 세계 시장을 장악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지난 6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가운데 각형 비중은 2021년 전체의 59%에서 지난해에는 77%까지 확대됐다. 반면 파우치형 비중은 같은 기간 25%에서 13%로 줄었다.
특히 배터리 용량이 큰 ESS 시장은 최근 각형 비중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업계, 기술 경쟁 드라이브…각형 삼성SDI 우위·LFP LG엔솔 앞서
국내 배터리 3사도 배터리 안전성이 중요시되는 흐름에 따라 관련 기술의 개발 및 도입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지난 2011년 울산 공장에서 처음 각형 배터리를 양산하며 국내 업체 중 가장 앞선 각형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SDI가 관련 기술에선 앞서있단 평가를 받는다.
삼성SDI가 자체 개발한 'No TP(No Thermal Propagation, 열전파 차단)' 기술을 통해 화재 위험성을 크게 낮췄다.
LG에너지솔루션은 LFP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 미국에서 생산 체제를 가장 먼저 갖추고 잇따른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에너지산업 전시회 'RE+ 2025'에서 ESS용 LFP(리튬인산철) 각형 배터리도 처음으로 선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용 각형 LMR(리튬·망간·부산화) 배터리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파우치에 모듈 단위로 가스 방출 벤팅을 접목하고 셀 보호 부품을 적용하는 등 안전성을 보완하고 있다.
SK온도 지난 3월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5'에서 "세계적으로 각형 배터리가 흐름을 타고 있다"며 "개발은 완료했고 양산을 위해 최대한 '스피드 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