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의 셰프' 박영운 "대사 90%가 '전하', 한 달 반 만에 해답 찾아"[EN:터뷰]

지난달 28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에서 신수혁 역을 연기한 배우 박영운. tvN 제공

처음부터 호위무사 신수혁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 이미 수많은 히트작을 연출한 장태유 감독의 신작이었고, 그만큼 만만치 않은 경쟁이 예상됐기에 오히려 "편하게" 오디션을 봤다. 아직도 본인이 왜 뽑혔는지 "미스터리"라고도 털어놨다.

"수혁이 검은 조선에서 당할 자가 없을 텐데…" 까다로운 입맛과 불같은 성미의 왕 이헌(이채민)이 직접 언급했을 만큼 호위무사 신수혁의 검은 셌다. 제산대군(최귀화) 무리가 역모를 일으켜 빠르게 치닫는 후반부에는 대규모 전투 장면도 많았다. 오랜 시간 검도를 해 온 덕을 어느 정도 봤다. 승마는 열심히 연습해 장면의 90% 이상을 직접 해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폭군의 셰프' 속 신수혁 역을 연기한 배우 박영운을 만났다. 박영운은 왕 이헌을 향해 충성을 다하는 우림위장 신수혁 역을 두고 장태유 감독으로부터 어떤 주문을 들었는지, 또 본인은 신수혁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고 어떤 점에서 노력했는지를 자세히 풀어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배우 박영운을 만났다. 마스크스튜디오 제공

1. '폭군의 셰프'가 얼마 전 종영했다. 소감은.

먼저 '폭군의 셰프'를 많이 사랑해 주시고 시청해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 전하고 싶다. 저희가 날도 덥고 또 추운 겨울에도 촬영하면서 다 같이 고생했는데 또 그 시간이 다 보상받는 것 같다. 이게 다 시청자분들이 찾아주신 덕분에 지금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이렇게 좋은 자리를 갖게 된 것 같아서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다.

2. 처음부터 신수혁 역으로 오디션을 본 것인가.

대부분은 공길과 수혁을 열어놓고 2개를 동시에 진행하셨는데 저는 수혁 역만 보게 되었다. 저도 왜 뽑혔는지가 미스터리였는데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이미지가 좀 눈빛이나, 눈이 좀 날카로운 걸 원하셨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저도 (누군가를) 캐스팅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감독님께서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배우를 보셨을 거고, 느낌도 다 아실 텐데 '아, 오늘은 얘다!' 이러고 뽑지는 않으셨을 거라고 전 생각했다. 그래서 그 기대를 진짜 채워드리고 싶었다. 당연히 제가 해야 할 몫이고, 그래서 되게 부담감도 컸던 것 같다.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한 것이 후회되지 않도록 해야지, 하는 마음이 항상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이 순간만 잘해서 뽑힌 배우가 아니라, 감독님의 기대를 꼭 채워드려야지 하는 마음이 어느 작품이나 있었다.

3. 오디션 붙을 거라고 기대했나.

오디션 볼 때는 '아, 설마 내가 되겠어?' 했다. 물론 준비는 잘해가려고 했다. 진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준비해야 하는 건 맞는데, '설마 내가 그 역할을 하겠어?' 하는 의심은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편하게 봤던 것 같다. 개인적인 미스터리는 '근데 감독님께서 왜 날 뽑으셨을까?' 하는 거다. (웃음)

박영운이 연기한 신수혁은 왕 이헌의 곁을 묵묵하고 충직하게 지키는 호위무사였다. 마스크스튜디오 제공

4. 왜 붙었는지 따로 들은 바는 없나 보다.

네. 그건 따로 들어본 바는 없다. 그래서 이번에 포상휴가 가서 물어볼 예정이다. (웃음) 편안하게 오디션을 봐서 오히려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5. 공길 역을 맡은 배우 이주안이 다른 오디션보다 꽤 오래 봤다고 이야기했는데, 본인도 그랬는지.

저도 2시간 반 정도인데 그렇게 길 줄 몰랐다. 다음 스케줄이 있었는데 '꽤 오래 보네' 하다가 '어, 뭐지?' 하다가 '아, 얘(다음 일정)는 포기!' 했다. 저도 보는 내내 '뭘까?' 하고 생각했는데, 감독님께서 워낙 디테일하시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에서 연기를 보시더라. 일반 오디션은 정면에서만 (연기를) 보신다면, 똑같은 대사와 장면을 15도 틀어서 보시고, 또 180도 틀어서 보시고… 여러 각도 이미지를 보시는 것 같더라. 오디션 때는 긴장이 많이 됐는데, 어느 순간에는 판단이 되더라. 그런 부분에서는 장점이 있었다.

6. 그럼 촬영 현장에서 만난 장태유 감독은 어땠나.

저도 말로만 들었는데 직접 경험해 보니까 현장에서도 엄청 오래 찍으시더라. '얼마나 오래 찍으시겠어?' 했지만 정말 다양한 각도에서 찍으시고, 워낙 미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쓰시다 보니까… 그래도 되게 놀라웠던 건 엄청 오래 찍고 (찍은 걸) 다 쓰신다. 영상 보니까 너무 예쁜 거다. 할 말이 없더라. 눈이 즐거웠다. (웃음) 사실 (오디션 때는) 다른 분들한테 (감독님이 어떤지) 물어보지도 않고 들어간 거다. 촬영 들어갔을 때 그제야 조금 물어봤지. 스타 감독님이시고 흥행작 많으시다는 것만 알았는데, (같이) 하고 나서 되게 디테일하시다는 걸 알았다.

저자거리로 나간 7화에서 신수혁은 연지영을 위해 준비한 이헌의 선물을 내내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스크스튜디오 제공

7. 왕 이헌 옆을 지키는 과묵한 호위무사이자 우림위장인 신수혁이라는 인물을 연기했다.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는지 궁금하다.

일단 제가 평소 (목소리) 톤이 수혁보다 세 톤 정도 높다. 되게 하이톤이고 지금 (인터뷰 때도) 살짝 내린 거다. 근데 감독님께서 톤을 두 톤에서 세 톤 정도 내렸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아직 너무 어려 보인다고. 이건 퓨전 사극이지만 너는 로맨틱 코미디 사극이 아니라 정말 대하드라마에 나오는, 혹은 조선 시대 호위무사가 진짜로 온 것처럼 해 달라는 주문을 받아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상의도 많이 했다.

감독님께서 '고려 거란 전쟁'이나 대하드라마 같은 선배님들이 하신 걸(작품을) 많이 보고 오라고 하셨다. 그걸 보면서 준비도 해 보고, 장태유 감독님이 하신 '뿌리 깊은 나무'의 조진웅 선배님 역할(무휼, 극 중 이도의 호위무관)이 있다. 물론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서사도 다르지만 왕을 모시고 왕한테 충성하는 모습은 똑같다고 봤다. 그래서 선배님은 어떻게 표현하셨을까 되게 많이 챙겨보고 눈빛도 보고 감정선도 많이 봤다. 거기서 이제 영감도 많이 얻었고, 똑같이 하는 것보다 저도 저만의 느낌과 저만의 아우라를 가지고 가려고 연구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연기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전하'였다. 제 대사 90%가 '전하'로 시작해서 '전하'로 끝맺음하는 거였다. 감독님께서 세 톤 낮춰서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을 때부터 제가 혼도 좀 났다. 너무 어린 느낌이 난다고. '전하'라는 말을 네가 잘 연구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제 입장에서는 '전하'를 어떻게 해야 할까 싶은 거다. 목소리 한 번 깔아볼까? 묵직하게 해 볼까? 근데 그런 것들이 아니었더라.

한 달 반 동안 감독님하고 엄청 연구도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했다. '전하'만 수천 번, 수만 번 연습한 것 같다, 이 한 단어를. 근데 감독님이 어느 날 오케이 하시고 '잠깐, 이리 와 봐. 어떻게 한 거야?' 하셨다. 그러면서 '이거 기억해, 이거야!' 하셨다. 저는 똑같은 것 같은데… 감독님은 '이거 지금 네가 짚고 넘어가야 해' 하면서 다시 해 보라고 하다가 '지금 이거야! 이것만 기억해' 하셨다. 그걸 기억해서 집에 갈 때까지 하고 또 해서 이 해답을 한 달 반 만에 찾은 것 같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끝나고 나서 보니까 너무 배운 것도 많고 어느 사극을 맡아도 정말 그 누구보다 자신 있는 것 같다.

8. 드라마를 보면서도 신수혁은 위엄 있고 진중한 인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를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을까.

사실 대사가 많이 없다 보니까, 제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신 스틸러가 되고 싶었다. 근데 (극에) 저만의 서사가 그렇게 깊게 나오지 않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내가 존재감을 더 부각할 수 있을까 하면서 되게 묵직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냥 가만히 서 있어도 보이는 아우라를 위해.

'전하'라는 말 하나에도 그 어떤 누구도 나한테 함부로 대할 수 없고 항상 어려워하는 존재였으면 한다는 마음을 담았다. 그런 부분이 되게 어려웠다. 눈빛 하나와 말 한마디에 모든 게 설명되어야 하다 보니까.

박영운은 극 중 신수혁의 대사 90%가 '전하'였는데, 적절한 톤을 찾기까지 한 달 반이 걸렸다고 밝혔다. 마스크스튜디오 제공

9. 묵묵한 모습은 5화에서도 잘 나온 것 같다. 저잣거리로 나갔을 때 이헌이 연지영(임윤아)을 위해 산 선물을 짊어지고 다니면서도 말이 없더라. 대사가 너무 없어서 힘들진 않았나.

그때는 대본상에도 대사가 없었다. 수혁으로서는 조금 황당했을 것 같다. 왕이 저잣거리에 나와서 왜 이 여인에게 옷이며 비단을 사 주는지, 근데 그게 다 내 손에 있네? (웃음) 사실 여기서도 여러 가지 장면을 찍었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버전이 있었고, 제가 준비한 건… 제 입장에선 그 상황을 귀엽다고 느낀다. 그래서 피식 웃는 것 등 여러 가지를 찍었다. 여러 가지 찍으면 감독님이 편집하실 때 더 좋은 걸 써 주시겠지 했는데, 역시나 호위무사는 호위무사여서 웃는 건 항상 (본방엔) 없더라.

지영과 헌이 뛰어가는 장면이 있다. 저는 그걸 바라보는데, 바라보면서 '아, 전하가 저리 행복해하시는구나!' 하면서 사실 저는 그걸 보고 미소를 지으려고 했단 말이다. 혹시 모르니까 다른 것(안 웃는 것)도 찍었는데 감독님은 이게 더 좋으셨나 보더라.

10. 극 중 신수혁은 '우림위장'이다. 우림위장이라는 게 정확히 무엇인가.

현대로 치면 대통령 경호실장이라고 보시면 된다. 감독님께서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경호실장이야'라고 해 주셨다. 유튜브에서도 대통령 경호실장(영상)을 다 찾아봤다. 차가 이동할 경우 어떻게 움직일까. 왕에게는 내가 앞에 있는 게 맞나, 뒤에 있는 게 맞나. 걸어갈 때도 왕만 보는 게 아니라 항상 주변을 살피고… 표현이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표현을 해 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배우 박영운. 마스크스튜디오 제공

11. 앞서 본인 서사가 극에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다고 했는데, 그래도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전사를 생각해 본 게 있는지 궁금하다.

생각해 보니까 있다. 제가 되게 생활을 겪고 있을 때 채민이(이헌 역)가 저를 이 궁으로 불러들인 거다. 시나리오에도 '(이헌이) 저한테 기회를 한 번 줬다'라는 부분이 쓰여 있었다. 그 내용이 표현될 줄 알았는데 대본이 점점 나올수록 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어쨌든 제가 왕한테 큰 빚을 졌고 그래서 왕을 더 충실하게 모시는 서사가 있었다.

12. 극 중 신수혁은 엄청난 무술 실력자로 그려지는데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들려달라.

제가 검도를 12년 정도 했다. 사실 액션과 검도의 차이는 너무 크다. 다만 제가 이 검도로 인해서 액션에서 조금 더 감정선을 잘 보여드릴 수 있었다. 검을 뽑았을 때 표정이라든지. 검을 들고 있으면 (본인)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게끔 배워왔다.

(검을) 상대에게 겨누는 액션은, 저도 십 년 전에 사극('왕은 사랑한다')을 찍었고 십 년 만에 새로운 액션을 익히는 게 좀 어렵더라. 공길(이주안)이도 그렇고, 채민이(이헌 역)도 그렇고 쉬지 않고 쉬는 시간에도 먼저 액션 팀과 최대한 빨리 합을 맞추고 빠르게 외우면서 현장에 임했던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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