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외국계 갤러리'에선 어떤 전시가 열릴까?

페로탕 서울, 이즈미 가토
가고시안 갤러리, 무라카미 다카시
리만머핀 서울, 테레시타 페르난데스

일본 현대미술가 이즈미 카토가 서울 강남구 페로탕 서울에서 자신의 작품 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곽인숙 기자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현대미술가 이즈미 가토(56)의 개인전이 25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페로탕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부터 나무나 돌을 사용한 조각, 설치 작품까지 신비롭고 초자연적인 존재를 형상화하며 원초적 감각을 일깨우는 다양한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머리에 새를 얹고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사람 모양의 '형상', 프라모델 비행기와 결합된 '형상', 바다와 불꽃을 품은 회화 등이 선보인다.

몸통에 비해 크고 둥근 머리에 큰 눈, 짧은 팔과 다리를 가진, 인간을 닮았지만 또 다른, 마치 외계인같은 느낌을 준다. 목재, 돌 등 자연적 재료를 활용해 '토템' 같은 형상의 작품으로 구현됐다.

독특한 '형상'은 일본의 전통적인 민간신앙에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작가가 태어난 시마네현은 산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일본에서도 신토(神道)의 대표적 성소로 여겨지는 이즈모 타이샤(出雲大社)가 있는 곳이다.

고향의 애니미즘 신앙, 신화, 정령에 관한 이야기가 작품의 바탕이 된 것이다.

이즈미 가토, '무제', 아크릴 페인트, 나무, 플라스틱 모델, 스테인리스 스틸, 70 x 32 x 24cm(2024). 페로탕 서울 제공
가토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때 붓을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문질러 그린다.

손가락을 사용하면 물감이 캔버스에 더욱 밀착되고 색의 경계도 흐려진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내 그림은 그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 그려지는 것"이라며 "의미를 찾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은 관람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무라카미 다카시가 서울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APMA 캐비닛에서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곽인숙 기자
세계 최정상 화랑으로 꼽히는 가고시안 갤러리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의 프로젝트 공간인 APMA 캐비닛에서 일본 팝아트의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63)의 개인전 '서울, 귀여운 여름방학'을 11일까지 연다.

대표 이미지인 '활짝 웃는 꽃'은 회화, 조각, 금박화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됐다.

1995년부터 그의 작품에서 등장해온 이 모티프는 애니메이션과 만화, '오타쿠(특정 취미에 몰두하는 사람)' 문화, '귀여움'을 뜻하는 '카와이(kawaii)' 감성이 뒤섞인 무라카미의 '슈퍼플랫(superflat)' 미학과 닿아 있다. 고급문화나 하위문화, 전통과 현대적인 것, 독창성과 모방, 동양과 서양 등 모든 분야에서 위계가 없이 수평화한다는 개념이다.

작가는 "'플랫(평평함)'은 동양화의 평면적 전통에서 착안했다"며 "인공지능(AI) 시대가 오면서 지식을 모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고 있다"며 "모두가 수평인 사회로, 플랫함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루이비통, 오프 화이트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와 지드래곤, 블랙핑크, 뉴진스 등 케이팝 아이돌과도 협업했다.

해골 문양 금박 위에 '활짝 웃는 꽃'으로 가득 채운 '서머 베케이션 플라워스 언더 더 골든 스카이'(Summer Vacation Flowers under the Golden Sky)는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다.

100년 역사의 미국 미술위원회 위원으로 처음으로 선정된 라틴계 미국인 여성 작가 테레시타 페르난데스(57)의 개인전 '지층의 바다'가 25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린다.

라틴계 미국인 여성 작가 테레시타 페르난데스의 개인전 '지층의 바다'가 25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만머핀 서울에서 열린다. 리만머핀 서울 제공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망명 중인 쿠바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는 2011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임명한 미국 미술위원회 위원이 됐다.

디자인과 미학에 관한 국가적 사안에 관해 대통령과 의회에 자문을 제공하는 자리로, 라틴계 여성으로는 최초였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지층의 바다'(Liquid Horizon) 연작은 땅과 바다를 대상으로 했다.

작품은 수평선 풍경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바다의 수직 단면을 드러낸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이 작품이 평면 회화로 보이겠지만 사실은 조각이라고 설명한다.

화면 아래쪽은 땅을 상징하는 목탄을 붙였고 그 위로는 모래, 청색 안료 등을 층층이 쌓아 올려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작업을 하면서 늘 지금 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며 "의도적으로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흐릿하게 해서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어디일까를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수천 개의 작은 세라믹 큐브로 구성된 대형 벽면 설치 작업 '화이트 포스포러스/코발트 (White Phosphorus/Cobalt)'는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갈수록 색의 채도와 밝기가 점차 깊어져 팽창과 수축을 동시에 표현하며 소용돌이 혹은 천체의 형태를 암시한다.

작가는 "작은 조각 하나라도 흙을 반죽한 뒤 유약을 바르고 불에 굽는 과정을 거치는 데 마치 작은 지구가 탄생하는 것과 같다"며 "불에 구울 때는 제가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조각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100년 역사의 미국 미술위원회 위원으로 처음으로 선정된, 라틴계 미국인 여성 작가 테레시타 페르난데스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만머핀 서울에서 자신의 작품 '화이트 포스포러스/코발트 (White Phosphorus/Cobalt)'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곽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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