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이는 추석 장터 속 침묵의 행렬…그들은 왜 걸었을까

순천생태학교 마지막 순서로 기후위기 걷기 행진 열려
40여 명 참석자, 피켓 들고 장터 속 침묵 행렬 이어가
"기후위기는 미래 아닌 현재의 문제"… 한 달 일정 마무리

'지구별을 지키자'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참석자들이 추석 장날 장터를 행진하고 있다. 박사라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30일, 전통시장 '웃장'은 명절 준비를 하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상인들의 손놀림은 분주했고, 장터는 장바구니를 든 손님들로 가득했다.

같은 시각, 시장 한편에서는 차분한 행렬이 이어졌다. 순천생태학교 참가자 40여 명이 '지구별을 지키자', '1회용 줄이기', '탄소중립, 나로부터 시작'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줄지어 걸었다. 구호나 확성기 없이 침묵으로 기후위기 메시지를 전하는 '걷기 행진'이었다.

참가자들은 기후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의 먹거리와 생활을 위협하는 현실임을 알리고,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민들과 나누고자 했다. 이번 행진은 지난달 2일 개강해 한 달 동안 강의와 토론을 이어온 순천생태학교의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다.

행렬은 전남CBS 사옥에서 출발해 순천시청과 중앙시장, 웃장을 거쳐 순천대학교까지 이어졌다.

장터를 지나던 한 상인은 "탄소중립, 중요하제"라며 응수했고,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피켓 문구를 살펴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시민들에게 알리는 동시에 스스로에게도 다짐이 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나단 씨는 "일회용품 줄이기는 늘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걷다 보니 스스로 다짐하는 기분이 들었다"며 "자각이 더 강해졌다"고 했다.

30년 동안 개인적 실천을 이어왔다는 장수미 씨는 "세제 줄이기, 친환경 세제 사용, 전기 절약 등을 해왔지만 혼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며 "함께 힘을 모아야 변화가 생긴다고 생각해 참여했다. 기후 위기가 아니라 인간의 위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늘 마음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다섯 자녀를 키우는 서안영 씨는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행진에 참여했다. 그는 "기후위기가 심각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걱정된다"며 "기업과 정부가 책임져야 하지만 개인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사람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조금 더 알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순천생태학교 참석자들이 기후위기 걷기 기도회를 마치고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박사라 기자

순천생태학교는 올해 두 번째로 열렸다. 지난 8월 30일 개강해 한 달 동안 네 차례 강의와 현장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시민들과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모색했고, 이날 행진으로 마무리됐다.

행진의 리드를 맡은 김영진 목사(하늘평화교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이런 행진이 한국 사회 곳곳에서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기후위기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과 연결된 문제"라고 말했다.

최광선 순천생태학교 디렉터는 "생태학교를 기후위기 걷기로 마무리하게 돼 기쁘다"며 "오늘의 배움이 삶에서, 지역에서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제3회 순천생태학교는 내년 9월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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