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법, 제주 사법거래 의혹 부실조사 "제 식구 감싸기"

대법, 사법거래 의혹 부장판사 조사
"변호사가 친분 과장" 선 긋기
수시로 연락하고 룸살롱 정황 포착
지귀연 접대 의혹에 이어 부실조사
추미애 "판사 비위 적극 대처 필요"

대법원 제공

근무시간 음주소동 부장판사들 중 1명이 사법거래를 시도한 변호사의 유흥접대를 받은 정황이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로 드러나며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런데도 대법원은 변호사가 친분을 과장한 것이라고 선을 그어 지귀연 부장판사 접대 의혹에 이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 "사법거래 의혹 변호사가 친분 과장"

 
3일 CBS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올해 초 제주지방법원에서 수도권지역 법원으로 자리를 옮긴 A 부장판사와 B 변호사 간 사법거래 의혹을 조사했다. 사법거래 의혹이 제기되자 사실관계 조사를 벌인 것이다.
 
제기된 의혹은 A 부장판사가 제주지방법원 형사 단독재판부 재판장이었던 지난해 7월 벌어진 사법거래 사건이다. B 변호사는 A 부장판사가 재판을 맡고 있는 형사사건 피고인 변호사에게 "A 부장판사와 막역한 사이인데 원하는 형량을 받도록 해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 조사결과. 추미애 의원실 제공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해당 재판장과 변호사가 고등학교 동문 관계인 것은 사실이나 자주 연락하거나 만나는 등의 친분은 없는데도 해당 변호사가 과장한 것으로 보이고, 변호사가 해당 재판장에게 구체적인 사건에 관한 청탁을 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사실관계 조사결과를 밝혔다.
 
또 "해당 변호사에 대해서는 대한변호사협회와 수사기관(제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수사의 결과도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시로 통화하고 유흥주점 접대 정황

 
사법거래 의혹에 대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A 부장판사와 B 변호사가 자주 연락하거나 만나는 등의 친분이 없고, B 변호사가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취재진이 제보자로부터 확보한 통화기록 목록 사진과 유흥주점 접대 정황이 담긴 SNS 메시지 캡처 사진을 보면 사실과 다르다.
 
제보자는 형사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지난해 11월 14일 첫 공판에서 A 부장판사가 법정 구속시킨 사람이다. 이후 B 변호사가 제주교도소에 수감된 제보자를 찾아가 "A는 제주 올 때마다 술 사주고 공치고 한 후배이자 동생"이라며 보석으로 풀려나게 해주겠다며 사법거래를 시도했다.
 
A 부장판사와 B 변호사 통화기록. 제보자 제공

B 변호사가 A 부장판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제보자 지인을 통해 보낸 통화기록 캡처 사진을 보면 둘은 지난해 11월 5일부터 12월 12일 사이 12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온다.
 
제보자가 법정 구속된 지난해 11월 14일 전후로 A 부장판사와 B 변호사가 6차례나 서로 통화하기도 했다. 더욱이 B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13일 교도소를 찾아가 제보자를 만났는데, 그 전날까지 통화했다. '자주 연락하는 등 친분이 없다'고 한 대법원 윤리감사관실 조사결과와 배치된다.
 
특히 둘의 대화 내용이 담긴 SNS 캡처 사진을 보면 A 부장판사가 먼저 B 변호사에게 '형님 다음 주에 제주 오시나요?? ㅋ'라고 보내거나 B 변호사가 '오늘 2차는 스윽 애기(유흥주점 여종업원) 보러갈까?'라고 하면 '아유 좋죠 형님^^'이라 답하는 등 둘의 친분이 상당한 점을 알 수 있다.
 
A 부장판사와 B 변호사의 유흥주점 함께 가자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대화 내용(사진 왼쪽)과 유흥주점 여종업원과 B 변호사가 나눈 대화 내용. 제보자 제공

형식적 조사…반복되는 '제 식구 감싸기'

 
대법원은 그간 판사 비위의혹이 제기되면 윤리감사관실을 통해 사실관계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강제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형식적인 조사에 그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지귀연 부장판사의 접대 의혹에 이어 A 부장판사와 B 변호사 사법거래 의혹도 마찬가지다.
 
취재진이 확보한 둘의 통화기록 캡처 사진과 유흥주점에 함께 드나든 정황이 담긴 SNS 캡처 사진만 봐도 둘의 관계가 의심스러운데, 윤리감사관실은 당사자들 주장만 듣고는 A 부장판사와 B 변호사가 자주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고 B 변호사가 혼자서 친분을 부풀렸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이 '사법과 법관의 독립'을 강조하면서 판사의 도덕적 책무에는 소홀한 것이다. 판사 비위 의혹에는 안일하게 대처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추미애 위원장. 윤창원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대법원이 판사들의 비위 의혹에 대한 징계 전 조사나 감사를 좀 더 엄격하게 하고 그에 따른 합당한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판사들의 비위 문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 2명과 A 부장판사 등 3명이 지난해 6월 28일 근무시간에 술을 마시고 노래방 업주와 시비가 붙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들이 법원의 위신을 훼손했는데도 징계가 아닌 법원장 경고에 그친 사실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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