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도 불 켜진 항만' 24시간 뛰는 물류 심장 부산항

우리나라 최대 무역항 '부산항' 명절 당일 제외한 363일 24시간 운영
전 세계 오가는 물량 소화…항만 직원들 "해양 산업 최전선" 자부심
휴가 양보·근무 일정 조율 등 직원 배려는 기본 문화
부산항 지난해 환적 물량 기준 세계 2위…북극항로 개척 등으로 글로벌 항만 도약 기대

부산항 신항. 부산항만공사 제공

우리나라 최대 무역항이자 물류 산업의 심장인 부산항은 역대급 황금연휴에도 24시간 불을 밝히며 밤낮 없이 뛰고 있다. 항만 노동자들은 물류 산업의 최전선에 있다는 자부심으로 현장을 지키고 있다.

부산 남구에 있는 신선대감만터미널(Busan Port Terminal·BPT) 입구. 트레일러 수십 대가 쉴 새 없이 드나들며 컨테이너를 실어 날랐다. 정문 너머에서는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대형 크레인이 느리지만 분주하게 움직이며 화물을 옮겼다.

야적장에 쌓인 형형색색의 컨테이너와 선석에 정박해 하역 작업이 한창인 대형 화물선은 이곳이 우리나라 물류 산업의 중심이자 기점임을 실감케 했다.

터미널 입구 본관 건물 3층에서는 부두 전체를 관제하며 업무를 총괄하는 통제실이 운영 중이다. 10여 명의 직원은 신선대와 감만터미널의 화물 흐름과 업무를 관리하고 있었다.

사무실 창문 쪽에 설치된 모니터에서는 터미널 곳곳에 설치된 CCTV 화면이 실시간으로 송출됐다. 많게는 8개까지 분할된 화면에는 컨테이너를 하역하는 크레인, 이를 운반하는 장비와 트레일러 등이 제각각 움직였다.

책상에 놓인 무전 설비에서는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과 각종 요구가 이어졌고, 동시에 요란한 전화벨도 울렸다. 잠시 숨을 돌리기도 쉽지 않았지만, 통제실 직원은 "오늘은 작업량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며 오히려 여유를 보였다.

부산항 신선대감만터미널. 부산항만공사 제공

이곳 신선대와 감만터미널, 신항 등 부산항은 추석과 설 명절 당일, 단 이틀을 빼고 1년 동안 쉬지 않고 움직인다. 전 세계를 오가는 선박과 물류 수요를 감당하려면 1년 363일,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항만 안팎에서 일하는 수백 명의 직원들 역시 물류 산업 최전선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황금연휴에도 현장을 지켰다. 3개 조를 이뤄 주간과 야간을 오가며 근무하는 형태도 그대로 유지한다.

신선대감만터미널(BPT) 운영팀 오기식 차장은 "전 세계 선박이 밤에도 들어오고, 휴일에도 입항한다. 항만 직원들 역시 일요일에 쉰다던가 명절 연휴를 모두 쉰다는 개념은 없다"며 "물류가 멈추지 않는 한 직원들도 멈추지 않는다. 3조 2교대 형태로 명절 이틀을 제외한 363일, 24시간 항만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 신선대감만터미널 통제실. 송호재 기자

이 때문에 고향이 먼 직원에게 휴일을 양보하거나 근무 일정을 조율하는 등 직원 간 배려와 양보는 기본적인 사내 문화가 됐다.

오 차장은 "추석 명절에 고향도 가고 어른도 찾아봬야 하는데, 못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추석 전후 쉬는 날이나 개인 휴가를 붙여서 다녀오는 수밖에 없다"며 "고향이 먼 직원도 많기 때문에 순서에 따라 쉬는 날을 바꾸거나 근무 일정을 조율하는 등 서로 맞춰서 작업하는 게 기본으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들이 어릴 때는 휴일에 아빠랑 놀러도 가고 싶어 했지만, 수십 년 동안 야근도 하고 일요일, 휴일에도 출근하다 보니 이제는 가족들도 익숙해졌다"며 "오히려 일요일에 같이 집에 있으면 더 어색한 상황"이라며 웃었다.

한편 부산항은 우리나라 최대이자 환적 화물 기준 세계 2위, 총 물동량 7위의 세계적인 항만이다. 부산신항에는 27선석, 신선대·감만터미널에 9개 선석이 운영 중이다. 지난해 총 물동량은 2440만TEU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이 중 환적 화물은 1350만TEU로 집계됐다. 향후 북극항로 개척이 본격화할 경우 부산항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북동항로 기점 항만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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