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코스피 랠리때 개미 10조 순매도…탈출일까 수익실현일까[계좌부활전]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500선을 돌파한 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류영주 기자

지난달 코스피는 7.5% 상승했습니다. 올해 들어 월간 기준 상승률은 6월(13.8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습니다.
 
지난달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10조 4857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겼고, 월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개인의 3분기 매도 규모는 18조 4324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코스피는 3분기 11.5% 올랐습니다.
 
이 같은 개인의 매도 물량은 외국인과 기관이 모두 소화했습니다. 투자자를 크게 외국인, 기관, 개인 등 3개 축으로 구분하다 보니 당연한 결과인데요.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팔고 개인이 매수할 때 코스피가 하락하고, 개인이 팔면 코스피가 오를 때 주로 관심이 쏠립니다. 코스피가 오르는 동안 개인은 '탈출'했다는 표현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결국 개인은 '시장의 약자' 혹은 상대적으로 멍청한 투자를 한다는 편견이 녹아있는 시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개인의 순매도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합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코스피를 떠난 것이 아니라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지난달 종목별 개인 순매도 순위는 1위 삼성전자(7조 2620억원)에 이어 SK하이닉스(1조 7306억원)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6574억원) 등입니다.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를 통해 개인의 평균단가를 추정할 수 있는데요. 삼성전자의 평균단가는 6만 9583원입니다. 지난달 6만 9700원에서 출발해 8만 3900원까지 20% 상승한 주가를 생각하면, 삼성전자를 보유한 대부분의 개인은 수익권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도 평균단가 23만 3299원으로 월간 최저가인 25만 5천원보다도 아래에 있으니 상당한 수익을 냈다고 예상할 수 있고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평균단가는 67만 4408원인데 주가는 110만 7천원으로 마무리했으니 단순 계산으로 수익률은 60%가 넘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성적표를 받아 본 개인이 수익을 실현한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증권사에 맡겨 놓은 투자자예탁금을 봐도 그렇습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9월 한 달 투자자예탁금은 8조 1천억 넘게 늘었는데요. 월간 코스피 상승률 1위인 6월에도 투자자예탁금은 11조 6752억원 증가해 올해 월간 기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즉 코스피가 크게 상승할 때 계좌 잔고도 풍성해진 것이죠.
 
증가한 투자자예탁금을 신규 자금 유입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올해 코스피의 월평균 상승률은 4.13%이고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2조 2400억원 늘었는데, 6월과 9월은 모두 이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입니다.
 
라쿤자산운용 홍진채 대표는 저서 '주식하는 마음'에서 수급에 따른 주가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기관(외국인 포함)이 사고 개인이 파는데 주가가 상승했다면 '기관이 조급하게 매수하고 있다'로 봐야 하고, 반대로 기관이 팔고 개인이 사는데 주가가 오른다면 '기관이 급하게 팔고 싶어 하지 않는다'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죠.
 
또 기관이 매수하고 개인이 매도하는데 주가가 내려가면 '기관의 매수가 급하지 않다'는 의미이고, 기관이 매도하고 개인이 사는데 주가가 내려가면 '기관이 급하게 팔고 있다'라는 뜻이라고 말합니다.
 
홍 대표는 "매수와 매도는 언제나 한 쌍으로 이뤄진다"면서 "중요한 질문은 수급의 독립변수가 누구냐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누가 더 조급하게 또는 일관성 있게 매매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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