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 추석을 하루 앞둔 2일,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은 이른 귀성길에 오른 사람들로 가득했다. 제각각 커다란 여행용 캐리어와 보자기에 싼 짐 등으로 귀성객들의 양손은 무거웠지만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만은 가벼웠다.
서울역에서는 맞이방 의자에 빈자리가 없어 일부 귀성객들은 캐리어를 세워두고 그 앞에 서있었다. 아이들은 캐리어 위에 몸을 기대 앉기도 했다.
시민들은 이른 시간에 하품을 하며 기차를 기다리면서도 양손에는 호두과자, 종합선물세트 등을 꼭 쥐고 있었다. 캐리어 위에 저마다 선물 쇼핑백을 올려둔 사람들이 기차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플랫폼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기차를 기다리며 어묵과 과자 등 간식을 먹는 아이들도 보였다.
최장 열흘에 달하는 긴 연휴로 오랜만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는 이들이 많았다. 6살 아들의 사진을 찍어주던 조수민(39)씨는 "친정이 경남 마산인데 아기랑 친정에 가서 지내다 오려고 한다. 열흘 정도 있다가 오는 12일 돌아올 예정"이라며 "선물은 현금으로 준비했다"고 웃었다. 조씨는 "오랜만에 아기랑 같이 가서 부모님도 뵙고 맛있는 엄마 밥도 얻어먹고 하니까 좋다. 가족들이랑 좋은 시간 보낼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4살 자녀, 아내와 함께 기차를 타고 본가인 광주광역시로 간다는 최슬기(39)씨는 "(광주에) 저번 설에 가고 지금에야 간다"며 "부모님 선물을 준비는 했는데 마음에 들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아이가 조금 커서 가는 건 처음인데 부모님이 오래간만에 아이가 큰 모습을 보실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며 "아이가 처음 기차를 타는 여행이라 걱정도 되지만 잘 다녀오겠다"며 설렌 표정을 지었다.
설 이후 처음 부모님을 만나러 부산에 간다는 박지호(30)씨는 "진짜 오랜만에 가서 부산 지리가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만 반가운 기분"이라며 "(연휴 이후) 어머니와 같이 서울에 올라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또 "기차 예매 방법을 좀 수정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에 출근도 미루고 예매를 기다리다가 겨우겨우 표를 샀다"고 덧붙였다.
고속버스터미널도 앉을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붐볐다. 부모와 자녀, 부부 등 가족 단위의 귀성객들도 많았지만 홀로 귀성길에 오른 이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호남선 터미널에서 만난 대학생 이성은(26)씨는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고향인 충남 서산에 내려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씨는 "가족들이랑 모여서 맛있는 것도 먹고 여행도 가려고 계획하고 있다"며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나는 거라 기대가 되고 설렌다"고 했다.
서울에서 지내다 긴 연휴를 맞아 고향에 내려가 쉼을 계획하고 있다는 손무진(23)씨는 "고향이 전남 순천이라 내려가는데, 계획은 따로 없다. 연휴가 길어서 좀 더 편하게 쉴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연휴를 맞아 귀성객들 뿐 아니라 여행객을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아주 오랜만에 함께 지방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한 60대 부부는 버스 시간이 다 됐다며 발길을 재촉했다. 큰 여행용 백팩을 메고 차를 기다리는 외국인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8월 22일부터 일주일간 99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이동하는 인원은 3218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2973만명보다 8.2% 증가한 수치로 하루 평균 775만명이 이동하고, 추석 당일엔 최다인 933만명이 몰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