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국내 쇼핑몰서 '한복=한푸' 버젓이 판매중[이런일이]

C사 쇼핑몰 캡처

추석 명절을 앞두고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우리 전통 의상인 '한복'과 중국 의상인 '한푸'를 혼용해 판매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네이버, 쿠팡 등 국내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한복'을 검색하면 '중국 스타일 한복', '한복 한푸 코스프레' 등으로 표기된 상품들이 버젓이 판매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한복과 한푸는 역사적 배경, 디자인, 제작 방식이 완전히 다른 별개의 의상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같은 옷인 것처럼 혼동을 초래하는 판매 방식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쇼핑몰에서 한푸를 한복으로 판매하고 있다. C사 쇼핑몰 캡처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추석을 맞아 많은 누리꾼이 제보를 해 줬다"며 "'중국 스타일 한복' 등으로 판매하는 건 정말로 어이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 교수는 "중국풍 옷을 당연히 판매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복'과 '한푸'는 엄연히 다른 의상이기에 명확히 구분을 해서 판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플랫폼만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렇다 하더라도 꾸준한 모니터링을 통해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대부분의 대형 쇼핑몰이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되면서 판매 플랫폼만 제공할 뿐, 개별 판매자가 등록하는 수십만 개의 상품 하나하나에 직접 개입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만, 플랫폼 사업자로서 최소한의 품질 관리와 모니터링의 필요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중국 조선족 대표가 한복을 입고 등장한 모습. 연합뉴스

문제의 심각성은 중국이 현재도 한복을 한푸의 일부라고 왜곡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커진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 백과사전에서는 한복을 '조선족 복식'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과거 샤오미의 스마트폰 배경화면 스토어에서 한복을 '중국문화'로 소개해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조선족 대표가 한복을 입고 등장해 마치 한복이 중국 소수민족 의상인 것처럼 연출하기도 했다. 같은 해 미국 패션지 보그(Vogue)가 한복 디자인 의상을 '한푸'로 소개해 서경덕 교수가 강력하게 항의한 사례도 있었다.

서 교수는 "국내에서의 이러한 상황들은 중국에게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최근 몇 년간 중국 누리꾼은 '한복'이 '한푸'에서 유래했다는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네이버 쇼핑 캡처

서 교수는 "우리의 한복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국내에서 발생한 한복의 오류를 바로 잡는 일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가 발견된 이번 국내 온라인 쇼핑몰들은 빠른 시일 내에 한복과 한푸를 반드시 분리해서 판매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하며, 플랫폼 사업자들의 즉각적인 시정 조치를 촉구했다.

서경덕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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