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백석총회, 목회자 정년 현행대로 유지 결정

예장백석총회가 목회자 정년을 폐지하지 않기로 했다.
[앵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가 미자립 교회 담임목회자에게 정년 제한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결의를 취소하고, 현행 75세인 목회자 정년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자립 교회를 고려한 입법 취지와 달리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조칩니다. 예장백석총회는 총회 직후 개최한 첫 실행위원회에서 원인 무효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승규 기자의 보돕니다.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가 현행 75세인 목회자 정년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예장백석총회는 지난달 15일 개최한 제48회 총회에서 교회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요청할 경우 담임목사는 정년의 제한을 받지 아니한다고 결의한 바 있습니다. 사실상 목회자 정년을 폐지하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 논란이 생긴 겁니다.

하지만 이 결정 직후 교단 내부에서 먼저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예장백석총회 목회자들은 "총회 영향력이 강화되는 시점에 목회자 정년 폐지는 안 될 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결국 총회 폐회 이후 진행한 첫 번째 실행위원회에서 노회 수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방법으로 이 안건을 원인 무효화했습니다. 실행위원들은 "목회자 정년 연장은 사회 통념상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단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논의는 오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김동기 총회장이 실행위원의 동의를 물었고, 재석 90명 중 76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원인 무효가 결정됐습니다.

예장백석총회 장종현 설립자 역시 강하게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종현 설립자는 "총회가 1만 교회를 돌파하는 등 양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내실을 다지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며 "교단의 미래를 위해 정년 연장은 절대 안 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이 안건은 미자립 교회와 오지에서는 후임자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회를 폐쇄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의미에서 상정됐습니다. 지역 노회가 겪는 고민에서 나온 헌의안이지만, 헌법수개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상정되면서 세밀한 연구 과정이 생략된 겁니다. 이와 함께 헌법 개정 사항임에도 표결 없이 총대들의 허락으로 통과된 절차의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후임을 못 구하는 오지 교회를 돕자는 취지였는데, 이와 달리 정년 폐지로 악용될 소지가 발견된 겁니다.

목회자 정년 연장은 매우 민감한 문제입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에는 수년 째 목회자 정년 연장이 안건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계속 부결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정년 연장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교단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겁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는 목회자와 장로 등 항존직 정년을 70세가 되는 해 12월에서 만 70세가 되는 해 12월로 사실상 1년 연장하는 안건이 올라왔지만 1년 연구로 결론이 났습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도 목회자를 포함한 교회 직원들의 정년 연장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예장백석총회의 목회자 정년 유지 결정은 예장합동총회를 비롯한 다른 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CBS 뉴스 이승규입니다.
영상 기자 정선택 영상 편집 김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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