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행동 조심해. 앞으로 재판 계속 지켜볼 거야. 내가 1년 6개월까지 재판을 할 수 있어. 매달 법정에 세워서 세상 무서운 거 보여주겠다."
광주지방법원
광주고등법원이 법정 막말을 근절하고 법관의 언행을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외부 전문가 1:1 컨설팅과 상호 모니터링, 강의형 연수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품위 있고 절제된 재판 문화를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일 광주고등법원에 따르면 지역 내 법원 소속 법관 15명이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외부 전문 컨설턴트의 1:1 지도를 받았다. 광주지방법원(5명), 전주지방법원(5명), 목포지원(1명), 장흥지원(1명), 순천지원(3명) 소속 법관들이 1차 컨설팅을 마쳤으며, 실제 재판에서 적용한 뒤 2차 지도를 추가로 받을 예정이다.
이번 컨설팅은 전문 컨설턴트가 실제 재판을 방청하거나 녹화 영상을 확인한 뒤, 해당 법관과 대면해 구체적인 개선점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같은 뜻이라면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요"와 같이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조언이 제공된다.
법관 상호 모니터링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광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목포지원, 순천지원, 군산지원, 남원지원 등에서는 법관들이 서로 다른 법정을 교차 방청하며 모범 사례를 배우고, 개선점을 지적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제주지방원과 군산지원은 '법정언행개선연구회'를 신설해 꾸준히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제주지법은 지난 7월 '설득과 공감의 법정 소통 기법'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최신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접목한 발표와 토론을 진행해 호평을 받았다.
이와 함께 광주고등법원과 관할 법원들은 '바람직한 재판 언어'를 주제로 강의형 연수를 열고, 변호사단체
와 로스쿨생의 의견도 수렴하고 있다. 장흥지원은 올 하반기부터 '오늘 재판 어떠셨나요' 프로그램을 도입해 당사자와 변호인을 대상으로 법정 언행에 대한 익명 설문을 받고 있다.
앞서 광주 법조계에서는 일부 판사의 고압적인 태도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2024년 광주지방변호사회가 실시한 법관평가에서도 '품위·친절' 항목에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 제시됐다. "재판 중 짜증 섞인 언행을 보인다", "정중하지 않고 고압적이다", "모든 재판에서 소송 대리인에게 호통을 친다"는 구체적 사례도 포함됐다.
광주고법 관계자는 "이 같은 노력은 당사자에게는 충분히 말할 기회를 주고, 법관은 차분히 듣는 자세를 갖추는 법정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다"면서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