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의 셰프' 이채민이 해석한 이헌…"감정 숨김없는 솔직한 인물"[EN:터뷰]

지난달 28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에서 폭군이자 미식가인 이헌 역을 연기한 배우 이채민. tvN 제공

"'이헌 그 자체 같다'라는 그런 말들을 들었었는데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딱 첫 느낌이 배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되게 뿌듯했고 성취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너무 행복했습니다."

최종회 17.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로 유종의 미를 거둔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에서 미식가 폭군 이헌 역을 맡은 이채민은 이 작품으로 가장 주목받은 배우다. 울분과 냉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의 어색함과 설렘 등 폭넓은 감정을 표현해야 했던 이채민은 '사극이 퍼스널 컬러'라는 호평 속에 대표작을 만들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이채민의 '폭군의 셰프'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종영 소감 질문에, 이채민은 '폭군의 셰프'가 "좋은 분들이 제 곁에 너무 많이 선물처럼 다가와" 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항상 제가 하는 작품들은 저에게 소중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는 작품들이어서 다 똑같지만 이 작품에서는 더욱더 저에게 저를 더 관심 가져주시고 더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고, 더 재미있게 봐주신 분들도 많아졌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감사함을 더 느끼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열어 취재진을 만난 배우 이채민.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프랑스 최고 요리대회에서 우승한 뛰어난 셰프 연지영(임윤아)이 우연히 '망운록'이라는 책을 읽다가 조선 시대로 떨어져 대령숙수가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폭군의 셰프'에서, 이채민은 생모인 폐비 연씨(이은재)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복수심을 품고 살며 폭군이 된 이헌 역을 맡았다. 미식가로서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인 '요리'의 맛을 살렸고, 연지영과의 두근거리는 로맨스를 견인했다.

"이헌이라는 캐릭터는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이라고 운을 뗀 이채민은 "되게 다양한 매력들이 존재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 가장 베이스(기본)는 되게 솔직하다는 거다. 자기 감정에 관해 숨김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헌이 폭군으로 비치지만,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폭군 성향이 아니라 어떤 정치적인 반대 세력에 의한 자극, 영향에 의해 솔직한 감정이 표출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폭군 같은 면모가 드러나는 것"이라며 "얼마나 이런 자극에 이헌이 솔직하게 반응하는지"가 중요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지영과의 로맨스 신에서는 지영 때문에 설레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소년 같은 미도 있고 때로는 되게 성숙하게 로맨스를 잘 풀어나가는 부분도 있고, 가끔은 또 허당처럼 또 어쩔 줄 몰라 하는 부분도 있고 때로는 또 막 칼 들고 난리 치는 폭군 같은 면모도 있고 이 모든 게 다 솔직함을 베이스로 나왔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채민은 사극인 '폭군의 셰프'를 위해 사극 말투를 익히고 승마 등 다양한 것을 배웠다. tvN 제공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일어났을 때 불호령을 내리고 서슴없이 검을 뽑아 드는 폭군적 면모를 중화해 준 건 '미식가' 이헌의 정체성이었다. 동시에 이헌이 '코믹'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룰라라'(하늘나라로 가는 것처럼 최상급의 기분을 표현) CG(컴퓨터 그래픽)을 중심으로 한 이헌의 맛 표현 장면은 공개될 때마다 화제를 모았다.

"저도 아무래도 욕심이 생겼죠. 조금은 더 망가지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 왜냐하면 그런 게 있잖아요. 쌓아온 만큼 무너졌을 때 더 약간 더 배가되는 그런 매력이 있잖아요. 그래서 확실하게 그런 것들을 구분 지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음식 앞에서만큼은 되게 순진하고 천진무구한 그런 인물이어야겠다! 제가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되게 단순하고 되게 솔직한 인물이기 때문에 정치하는 데 있어서는 되게 엄격하고 되게 근엄하지만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한없이 해맑은 소년처럼 보이면 그게 더 귀여워 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이니…"

맛 표현 연기를 할 때는 '이헌만의 특성'을 잡아가고자 애썼다. 이채민은 "항상 먹으면 저는 눈을 감았다"라며 "최대한 이 음식의 특징과 어떤 킥(가장 중요한 부분)을 살릴 만한 반응을 촬영 전 리허설하면서 많이 찾아보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음식을 먹는 장면'이 드라마의 주제와도 연결된 "되게 중요한 컷"이었기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만화적인 요소가 담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독한 미식가'를 비롯한 만화, 애니메이션을 참고했다. 음식 먹는 프로그램을 보며 집에서 혼자 따라 해 보기도 했다. 동네 이웃에게 피해가 갈까 봐 집에서는 "최대한 절제하면서 연습"했고, 현장 가서는 "리허설 때 한번 마음껏 해" 봤다. 주로 먹었던 건 껌이나 사탕처럼 달콤하고 최대한 맛이 잘 나는 것들이었다.

이채민은 이헌이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숙원 강목주(강한나)의 계략으로 앓아누운 진명대군(김강윤)을 위해 연지영이 만든 보양식이 자현대비(신은정)로부터 끝내 의심을 받자, 연지영의 결백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이헌은 직접 기미하겠다고 나선다. 대본을 보고 이채민은 감독에게 '제가 이 음식을 너무 먹고 싶어서 기미하겠다고 하는 것 같은데 괜찮을지' 의견을 구했다.

'저 상황에서도 쟤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 안달이 났네' 하는 시청자 반응도 봤다는 이채민은 "저게 과연 지영을 위한 건가, 이헌을 위한 건가 사실 저도 아직 그건 딜레마"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이게 뭘까. 정말 저 음식이 먹고 싶은 걸까, 지영을 지키기 위함일까. 그 상황에서 저는 최대한 지영을 위한다고 했지만 아무리 어떻게 해도 그게 그렇게 보이지는 않더라. 되게 눈치 없는(느낌)?"이라며 "침을 한 번 꿀꺽해야 하나 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음식 맛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장면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건 현란한 CG였다. 이채민 역시 "사실 CG팀의 노고가 있었다"라며 "가장 부끄럽기도 하면서 힘들었던 장면"으로 사슴 고기를 먹고 갈대밭에서 앞섶을 열고 크게 웃는 장면을 꼽았다. 힘들었지만 찍으면서 재미있고 만족했다는 이채민은 "제 틀을 깬 것 같다. 그때부터 그냥 이제는 모르겠다, 나의 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하면 더 과하지 이제 덜 과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웃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도 언급된 '앞섶 풀어 헤친 연기' 이야기가 나오자 이채민은 "앞섶 연기가 화제가 됐나?"라고 되물은 후 "원래 대본에 나왔던 것도 있고 어떤 건 감독님이 갑자기 '채민아, 오늘 한번 (옷을) 까 볼까? 하신 것도 있다. 왜냐하면 이게 편집실에서 반응이 좋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감독님도 조금 더 욕심을 내서 '오늘 좀 괜찮니? 준비가 됐니?' 하신 것"이라고 밝혔다.

이채민의 '앞섶 연기'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tvN 제공

당시 "감독님, 준비가 뭐가 필요합니까? 저는 항상 벗어야죠"라고 했다는 이채민은 "촬영 전부터 감독님이 '앞섶을 풀어 헤쳐야 하는 신이 있다'라고 하셨다. 그래도 제가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했고, 앞섶 풀어헤치는 건 초반부에 많아서 다행이었다. 뒤로 갈수록 먹는 게 많아지니까 점점 살이 쪘다"라고 말했다.

배우 박성훈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부적절한 게시물을 올려 하차한 후 이헌 역으로 대체 투입된 이채민은 준비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었다. 캐스팅 과정을 물었을 때 "캐스팅 비하인드는 확실하게 나온 얘기가 없기 때문에 저도 좀 조심스럽다"라고 말문을 연 이채민은 "제가 듣기로는 '함께 리딩을 해 보자'라는 제안이 들어왔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며칠을 기다려 좋은 소식을 듣게 됐고, 이헌을 맡았다.

"촬영 들어가기 열흘에서 한 20일 남짓"한 시점에 캐스팅된 이채민은 '옷소매 붉은 끝동'의 이준호 등 다양한 선배들의 연기를 보고 따라 하면서 사극 말투를 준비했다. 승마도 배웠다. 이채민은 "위험했던 순간들은 있었지만, 평소에 운동했던 게 있어서 그런지 운동 신경이 없지는 않아서인지 그래도 다행히 큰 부상 없이 말을 타면서 점점 그 리듬감을 좀 익혀갔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사실 말과 친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이채민은 "말들이 (사람이) 등에 타면 '얘가 잘 타는 애다, 못 타는 애다'를 느끼는데 제가 처음에 잘 못 타니까 절 무시했던 것 같다"라며 "중후반부에는 혼자 자유롭게 달릴 정도가 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고추장 버터 비빔밥을 먹는 장면이 이채민의 첫 촬영이었다. '폭군의 셰프' 캡처

첫 촬영은 1화에 나오는 '고추장 버터 비빔밥'을 먹는 장면이었다. 이채민은 "그 상태 그대로가 이헌이었다. '나는 왕인데 왜 모두가 날 받아주지 않지?' 이런 멘붕(멘탈 붕괴)이 오는 상황이다. 정말 살아생전 처음 느껴보는 경험이기 때문에 그런 의아함, 막막함을 온전히 그냥 가지고 촬영장에 들어갔던 것 같다"라고 기억했다.

촉박한 일정 속 큰 프로젝트에 들어가게 된 이채민의 상황과, 조선 최고의 왕이지만 본인을 인정하지 않는 연지영-서길금(윤서아) 사이에 있는 이헌의 상황은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이채민은 "그런 부분에서 되게 도움이 많이 됐던 신이다. 아무래도 먹는 장면이라 되게 중요해서 처음부터 어떤 느낌을 갖고 가야겠다는 걸 첫 촬영을 하면서 이제 조금 느꼈다. 이런 느낌으로 가는 게 맞구나 하면서 첫 단추를 그래도 나름 좋게 꿰찬 것 같아서 좋았다"라고 답했다.

밤 9시 10분에 시작하는 '폭군의 셰프'는 매회 먹음직스러운 새로운 요리가 등장했기에 시청자들의 배고픔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채민은 "저희가 의도한 것"이라며 "우리 드라마는 사람들이 보고 배고파서 야식을 시키게 하면 성공한 거라는 말들을 했다. (실제로) 그랬다니 되게 뿌듯하다"라고 즐거워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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