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서는 그토록 강심장이었던 '돌부처'도 결국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한국 야구 최고의 마무리 삼성 오승환(43)이 21년 프로 생활을 마무리하는 경기를 마치고 진행된 은퇴식에서 감동의 은퇴사를 전했다.
오승환은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KIA와 홈 경기에서 9회초 등판했다. 삼성 시절 절친했던 1년 후배 KIA 최형우를 삼진으로 잡고 현역 마지막일지 모를 투구를 마무리했다.
이후 오승환은 구단이 준비한 은퇴식에 나섰다. KBO 리그 역대 최다 427세이브에 일본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 리그(MLB)까지 통산 549세이브를 거둔 위대한 마무리의 그야말로 마무리 행사였다.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정근우, 김강민, 이동현, 최준석(빠른 1983년생), 채병용, 박재상, 김백만, 채태인 등 1982년생 동기들이 가장 마지막으로 떠나는 친구를 격려했다. 오승환은 한 사람씩 동기를 안으며 진한 사나이의 정을 확인했다.
오승환의 현역 마무리를 기리는 영상도 게재됐다. MLB 세인트루이스 시절 찰떡 호흡을 자랑했던 최고 포수 야디어 몰리나를 비롯해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를 비롯해 박해민(LG), 김상수(kt), 이지영(SSG) 등 예전 삼성 후배들도 선배의 은퇴를 축하했다.
이후 오승환은 준비해온 은퇴사를 읽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오승환은 "그동안 인터뷰를 하면서 후회가 많아서 미리 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승환은 먼저 "저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해 주시기 위해 이렇게 많은 발걸음을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팬들에 대한 인사를 했다. 이어 "늘 승리만 생각하며 걸어 나오던 이 길을 이렇게 여러분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기 위해 걸으니 가슴이 벅차고 한편으론 먹먹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오승환은 "저에게 야구는 말로 다할 수 없이 특별한 존재, 인생 그 자체였다"면서 "공을 던지는 자체가 너무 즐거웠고 매순간 행복했다"고 선수 생활을 돌아봤다. 이어 "삼성은 저에게 매우 특별한 팀이었다"면서 오승환은 "남들보다 늦게 프로에 입단했고, 당시엔 부상도 있었고 그저 평범한, 내세울 만한 성적도 없었던 선수였지만 그런 저를 삼성 구단이 선택해주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특히 오승환은 가족을 언급하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오승환은 "저에게 가장 중요한 가족, 어린 시절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도 부모님과 형들은 저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주셨다"면서 "아버지!"를 외친 뒤 감정이 북받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팬들의 "오승환!" 연호 속에 오승환은 "언제나 내색하지않고 묵묵히 보여주신 그 사랑이 힘이 되었다"면서 "지금의 돌부처 오승환을 있게 한 건 마운드 위에서는 감정을 숨기라고 알려주신 아버지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오승환은 "지난 수년간은 사랑하는 아내와, 저의 아들 그리고 장인 어른과 장모님도 항상 제곁을 지켜주었다"면서 "지난 몇 년 힘든 순간마다 저를 단단하게 잡아준 것은 와이프와 아들 덕분"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기억 못할 수도 있는 아들에게 오늘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끝까지 노력하면 안되는 건 없다는 것, 너와 이 자리에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걸 얘기해주고 싶다"면서 "옆에서 나를 지탱해주고 어쩌면 감당하지 않아도 될 짐들을 함께 짊어져 주고 오승환의 아내로서 서준이의 엄마로서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고 김지혜 씨를 언급했다.
무엇보다 오승환은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모친을 언급하며 펑펑 눈물을 쏟았다. 오승환은 "무엇보다 오늘 이 자리에 계셨으면 했던 분이 있는데 바로 하늘에 계신 어머니"라면서 "야구 선수 아들을 둬서 누구보다 마음 졸였을 어머니, 이제 걱정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시고, 오늘 이 순간을 하늘에서도 함께 보고 계실 거라 믿는다"고 눈가를 훔쳤다.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오승환은 "마지막으로 제게 또 다른 특별한 존재인 팬 여러분, 오늘의 오승환이 있기까지 저의 존재와 영광은 모두 팬 여러분 덕분이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오승환은 동료들에 대한 정을 언급하며 눈물의 은퇴사를 마무리했다.
이후 오승환은 아버지 오병옥 씨, 아내 김 씨, 아들 서준 군과 함께 무대에 섰다. 영구 결번이 확정된 21번이 새겨진 은퇴 유니폼을 유정근 구단 대표이사에게 반납했다.
삼성 선수단 전체와 포옹한 오승환은 시그니처 포즈인 하늘로 검지를 가리키는 '끝판왕' 세리머니를 함께 펼쳤다.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음악 대장으로 9연승을 기록한 가수 하현우가 오승환의 등장곡인 '라젠카 세이브 어스'를 열창했다.
화려한 불꽃쇼와 함께 오승환의 은퇴식은 최고조에 달했다. 오승환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한 뒤 팬들의 "오승환" 연호 속에 은퇴식 행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