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신선식품도 가능하긴 한데 명절까지 겹쳐서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서 쉽게 상할 수 있는 식품은 웬만하면 보내지 않으시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전산실 화재 닷새째인 30일 오전 기자가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우체국 직원은 '오늘부터 신선택배를 부칠 수 있냐'고 묻자 이렇게 설명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중단됐던 신선식품 택배가 이날부터 가능하다고 안내했지만, 우체국 현장에선 식품 변질과 지연 우려 등으로 인해 '제한적으로 가능하다'는 취지로 안내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찾은 서울 마포구 일대의 여러 우체국들은 이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우편 업무가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월요일이었던 전날 편지와 소포, 국제우편 등 기본적인 우편 서비스는 복구돼 이용 가능했고, 이날부터 신선식품·착불·안심 소포도 접수도 가능해졌다.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했던 소포 상자 신용카드 구매 등도 정상화됐다.
다만 우체국 직원의 설명대로 국정자원 화재에 명절 물량까지 겹쳐 소포가 크게 지연되는 등 일부 시민들이 겪어야 할 불편은 불가피했다. 또 미국행 EMS(국제 특급 우편 서비스)와 우체국 쇼핑 등 일부 업무는 여전히 서비스 제공이 되지 않고, 언제 재개될지도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마포우체국을 찾은 80대 노부부는 한참을 창구 앞에 서서 직원과 대화를 나눈 뒤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이들은 며칠 전 미국으로 EMS를 발송했지만, 상대방이 받았는지 여부가 확인이 안 돼 직접 우체국을 찾았다고 했다. "불이 난 것 때문에 6월부터 9월까지 자료가 없어져서 복구가 돼야 확인이 가능하다는데, 언제될지도 모르겠다네요."
정부는 일단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체국 우편·금융서비스를 비롯해 주민등록등본 발급 등 기본적인 민원 업무 시스템 복구에 노력하고 있다는 방침이다. 이날 밀린 민원업무를 보기 위해 주민센터와 구청, 시청 등을 찾는 발길도 이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오전 기준 화재로 피해를 본 1등급 시스템 36개 중 20개(55.6%)가 정상화되고 이로써 총 83개의 시스템이 재개됐다고 전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중대본 회의에서 "오늘 중으로 이번 사고로 정부 서비스가 중단된 647개 시스템 목록과 복구 계획을 공개하겠다"며 "무엇보다도 투명한 복구 작업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