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사건의 첫 정식 재판이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된 한 전 총리 사건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장이 "피고인 한덕수 나와 좌석에 착석하기 바랍니다"라고 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한 전 총리가 남색 양복 차림으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어 재판장이 당사자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서 직업을 묻자, 한 전 총리는 "무직입니다"라고 답했다. "국민참여재판을 받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한 전 총리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후 재판은 특검과 한 전 총리 측의 모두진술로 이어졌다. 특검이 공소사실을 설명한 뒤, 한 전 총리 측이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순서다.
이날 재판부의 법정 촬영 허가로 재판 시작 전 1분가량 촬영이 이뤄졌다. 재판 과정은 중계도 허용됐다. 개인 정보와 군사 기밀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기에 촬영물은 비식별 조치를 거친 뒤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된다.
다만 특검팀의 요청에 따라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에 대한 증거조사 부분은 중계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검은 "대통령실 CCTV 영상은 군사상 3급 비밀에 해당하는 만큼 국가 안전 보장 등을 고려해 관련 부분은 제외하고 중계를 요청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특검이 확보한 CCTV에는 계엄 당일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장소에 놓여있던 계엄 문건과 대국민 담화문 등 종이를 챙겨 나오는 장면이 담겼다. 또 한 전 총리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국무회의 개의를 위해 필요한 국무위원 수를 손가락으로 세면서 현황을 점검하는 장면도 있다.
앞서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9시 35분쯤 법원에 출석했다. 그는 "내란을 막을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부분을 어떻게 소명할 생각인지", "계엄 관련 문건은 전혀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은 그대로인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한 전 총리는 '국정2인자'인 국무총리로서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와 관련해 단순한 '부작위'를 넘어선, 적극적 '방조' 행위들을 행했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계엄에 절차상 합법적인 '외관'을 씌우기 위해 계엄 선포 이전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혐의도 있다. 국무회의 개의에 필요한 국무위원 정족수 11명을 채우는 데 급급했을 뿐 정상적인 국무위원 심의가 이뤄지도록 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점도 모두 내란을 적극적으로 방조했다고 본 것이다.
힌 전 총리는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폐기한 혐의도 받는다.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와 국회 등에서 위증한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