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서 '기후대응댐'이란 이름으로 추진했던 14개 신규댐 중 7개 댐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나머지 7곳은 추가 검토를 통해 추진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이자,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 과정에서 밝힌 우선순위 정책 중 하나였던 기후대응댐 전면 재검토 결과다.
이번 정책결정을 직접 발표한 김성환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신규로 댐을 짓겠다는 의사결정의 시작점이 어디인지는 확인이 되진 않는다. 한국수자원공사나 환경부에서 먼저 시작한 일인지, 대통령실 지시로 시작한 것인지 확인되지 않는다"면서도 "14개 댐 용량을 다 합쳐도 3억 2천만㎥로 소양강댐(29억㎥)의 11% 수준에 불과해 홍수조절용이라고 하기엔 처음부터 너무 미흡했다고 보여진다"고 이번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14곳 다 합쳐도 소양강댐 1/10"…홍수조절, 애초 택도 없었다
30일 환경부에 따르면 건설 추진이 중단된 7개 댐은 △양구 수입천댐 △단양 단양천댐 △순천 옥천댐 △화순 동복천댐 △삼척 산기천댐 △청도 운문천댐 △예천 용두천댐이다.앞서 올해 3월 윤석열 정부는 "2024년 7월 발표된 기후대응댐 14개 후보지 초안 중 지역 공감대가 형성된 9곳을 후보지로 우선 확정했다"며 후속 절차 추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다른 2곳은 찬반이 공존한다는 이유로 의견 수렴 절차를 더 거치기로 했고, 나머지 3곳은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보류됐었다.
이번에 추진이 완전히 중단된 7개 댐 중 윤석열 정부가 추진을 강행하려 했던 댐으로는 삼척 산기천댐, 청도 운문천댐, 예천 용두천댐 3곳이 있다. 산기천댐의 경우 식수전용댐이라 애초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검토하는 게 원칙이며 국고 지원이 불가한데도, 전임 정부가 무리하게 국가 주도 댐 계획에 포함시켰다는 게 이번 중단 결정의 배경이 됐다.
운문천댐과 용두천댐은 굳이 신규댐을 건설하기보단, 다른 대안을 추진하는 게 더 적정하다고 판단됐다. 용두천댐은 후보지 하류에 위치한 900만 톤 규모 양수발전댐에 수문 등을 설치하면 더 적은 사업 비용·기간으로 신규댐 건설보다 큰 홍수조절효과가 있다고 봤다. 운문천댐은 기존 운문댐 안에 실설하는 댐으로 계획됐는데, 2030년 운문댐 하류 하천정비가 끝나면 댐 운영수위가 복원돼 추가 용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봤다.
양구 수입천댐, 단양 단양천댐, 순천 옥천댐의 경우 윤석열 정부에서도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보류됐던 3곳의 댐으로, 이번 결정으로 댐 건설이 완전 중단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지역내 의견 수렴 절차를 더 거치기로 했던 두 곳 중 화순 동복천댐은 이번 결정으로 중단이 확정됐고, 청양·부여 지천댐은 추가 검토 대상이 됐다. 동복천댐의 경우 기존 주암댐과 동복댐 사이의 댐 안에 신규댐을 건설하는 계획이라 지역주민 반대가 심한 반면, 지천댐은 지역내 찬반 논란이 첨예해 대안을 검토한 뒤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을 강행하려 했던 9개 댐 중 3곳을 제외한 △연천 아미천댐 △거제 고현천댐 △김천 감천댐 △의령 가례천댐 △용산 회야강댐 △강진 병영천댐 6곳은 추가 검토를 거쳐 추진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이 중 감천댐은 청양·부여 지천댐처럼 찬반 논란이 첨예해 기본구상에서 댐 백지화, 홍수조절댐, 추가 하천정비 등 대안을 더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아마천댐은 홍수 대책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다목적 또는 홍수조절 기능에 대해서는 더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고, 고현천댐과 가례천댐은 수문을 우선 설치해 홍수조절기능을 보완할 수 있을지 검토해보기로 했다. 회야강댐과 병영천댐도 당초 계획했던 규모의 적정 여부 등 추가적인 대안이 있는지 더 들여다보기로 했다.
신규댐 사업비 4조 7천억 →2조 원대로 줄어…추가 절감 가능성
이번 결정 이유로는 14개 댐을 추진하는 비용 대비 기후 대응 효과 면에서의 비효율성, 부실하게 진행된 주민 의견 수렴 절차 및 지역사회 반발, 더 나은 대안이 있었음에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신규댐 추진만을 강행하려 했던 점, 이로 인한 재정부담 우려 등이 꼽혔다.김 장관은 "기후위기에 따른 극한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기에는 부족한, 규모가 작은 여러 개의 댐을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4개 신규댐 중 일부는 과거에 주민 반대로 철회됐음에도 무리하게 재추진하거나, 댐 추진계획 발표 이후에야 주민설명회를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소관 부처가 다르다는 이유로 기존 한국수력원자력의 양수발전댐이나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업용저수지 등을 홍수조절로 활용하는 대안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았다"면서 "부처협업을 통한 기능보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당초 약 4조 7천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됐던 신규댐 추진 사업비는 약 2조 원 수준으로 줄 것이란 게 환경부 전망이다. 나머지 후보지에 대한 남은 검토 과정에서 추가 중단이 결정될 경우 사업비는 이보다도 더 줄어들 수 있다고 환경부는 보고 있다.
환경부는 추가 검토키로 한 7곳의 댐 후보지에 대해서는 대안검토 및 공론화로 지역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건설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쟁점이 되는 사항을 해당 지역 주민들,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서 어느 것이 가장 좋은지 최적화해서 대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