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식품 배송 안 돼요" 우체국 헛걸음…주민센터 무인발급기도 '먹통'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여파로 부산도 영향
우체국 식품 배송 등 불가…명절 앞두고 헛걸음 이어져
주민센터 일부 민원 업무도 차질…'민원대란'은 피해

29일 오전 부산 남구 대연3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시민들이 무인민원발급기를 이용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

지난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이 무더기로 마비된 가운데, 부산에서도 우체국과 행정복지센터 등에서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29일 오전 부산사상우체국 우편·금융 영업소. 손수레에 커다란 스티로폼 박스를 실은 남성이 들어오자, 직원이 "전산망 화재로 신선식품은 택배 접수가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당황한 기색으로 나온 남성은 다시 힘겹게 손수레를 끌고 버스에 올랐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행정시스템이 무더기로 마비된 가운데, 29일 오전 부산사상우체국에서 식품 택배를 보내려던 시민이 접수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있다. 정혜린 기자

이날 우체국에서는 식품 택배를 보내려다 헛걸음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특히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있는 만큼 과일과 생선 등 선물을 가족이나 지인에게 보내려다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방모(63·여)씨는 "추석 앞두고 자녀들에게 얼린 국을 보내주려고 했다. 명절이라 택배가 밀릴까봐 서둘러서 나왔는데 전산망 화재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면서 "너무 당황스럽다. 항상 우체국에 방문해 택배를 보내서 다른 택배를 보내는 방법을 모르는데 알아봐야 한다"고 말하며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나흘째인 이날 오전 9시부터 우체국은 창구 방문을 통한 소포와 국제우편을 포함한 우편물 접수 등 우편 서비스가 재개됐다. 하지만 '착불소포'와 '신선식품 소포' 등 일부 서비스는 여전히 이용이 불가능했다.

접수 다음날까지 도착을 보장하는 '빠른등기' 역시 도착 날짜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빠른등기를 접수한 김모(50대·남)씨는 "뉴스에서 우체국 업무는 정상화됐다고 해서 왔는데 내일까지 안 갈 수 있고, 추석 전에는 도착한다고 전달 받았다"며 "내일 도착하지 않으면 서류를 재발급 받아야 해서 마음이 너무 급하다. 직접 서류를 들고 창원까지 가야 하나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행정정보 시스템이 무더기로 마비된 가운데, 29일 오전 부산사상우체국에서 시민들이 택배 배송을 접수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

사상 초유의 전산망 마비 사태가 당황스러운 건 현장 집배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상구 거리에서 만난 한 집배원은 "원래 전산으로 입력되어 있어 (단말기) 버튼만 누르면 됐던 업무를 지금은 배송 확인과 기록 등을 수기로 입력하고 처리해야 해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며 "평소 1시간 정도 걸리던 업무가 지금은 30분에서 50분 정도 더 걸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부산지역 행정복지센터와 구청 등에서도 일부 민원인 불편이 빚어졌다. 부산 남구 대연3동 행정복지센터 내부에는 곳곳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일부 민원 업무가 중단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무인민원발급기를 조작해 보던 시민들은 제대로 작동이 안 되자 결국 민원 창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29일 부산 남구 대연3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실 입구에 일부 업무가 중단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혜민 기자

이날 오전 정부24와 모바일신분증, 주민등록시스템 등이 순차적으로 복구됐지만, 이용이 잦은 무인민원발급기는 사용이 불가능한 곳이 많았다. 또 IC칩을 포함한 주민등록증 발급과 재발급, 구 주민등록표 발급 업무는 여전히 재개되지 않았다. 업무가 마비되는 등 우려했던 '민원 대란'이 빚어지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공무원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대연3동 행정복지센터 오진아 행정민원팀장은 "대학교 개강으로 전입신고가 많은 기간이라 업무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이 컸지만, 다행히 대부분 시스템이 복구가 됐다. 오늘부터 민생지원금 요일제 제한도 해제되는 날이라 더욱 염려했지만 주민등록등본 발급이 지금까지는 잘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류 발급이 많이 필요한 직종 종사자들은 온라인 업무 처리가 원활하지 않아 행정관청을 직접 찾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오전 부산 사상구청 민원창구에서 만난 법률사무소 직원 유현호(46·남)씨는 "주말 동안 일 처리하는데 '행정절차에 문제없냐'는 고객들 전화를 너무 많이 받았다"며 "평소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서류 발급을 직접 현장에 와서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려 많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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