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경영자총협회 양진석 회장이 지역 일간지 광남일보를 인수했다. 자동차 차체부품 전문기업 호원을 이끌며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한 그가 이제 지역 언론까지 품은 것이다. 제조업 현장에서 다져온 경영 감각이 언론이라는 전혀 다른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지역사회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호원은 1992년 설립된 후 차체·도어·프레임 등 자동차 핵심부품을 공급해온 중견기업이다. 2021년 기준 매출은 2600억 원대에 이르며, 2007년에는 튀르키예 코자엘리 카르테페에 현지 공장을 세워 현대차 현지 생산과 발맞췄다. 이즈미트 공장 인근에 터를 잡은 호원은 글로벌 조달망을 확보하며 지역 제조업계에서 손꼽히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양 회장은 2023년 제17대 광주경영자총협회장에 취임해 800여 회원사를 이끌며 기업 간 화합과 경쟁력 강화, 노사 협력을 강조해 왔다. 광주상의 회장 후보로 출마한 이력도 있어 경제단체와의 네트워크 또한 두텁다. 이러한 경험은 언론 경영 초기 '광고·협력'의 안전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리스크도 분명하다. 호원은 과거 부당노동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제조업의 노사 갈등 경험이 언론사 내부 인사관리나 편집 독립성 논란으로 이어질 경우, 신뢰 자산을 빠르게 소모할 수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과거 노사 갈등 논란을 근거로, 이번 언론 인수가 자칫 갈등 대응의 수단으로 비칠 수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관계의 힘'을 강조해온 그의 스타일이 자칫 언론의 독립성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는 우려다.
광남일보는 1995년 창간 이후 포맷 실험과 문화사업 등으로 도전 정신을 보여왔지만, 종이 광고 감소와 디지털 전환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번 인수는 생존과 도약의 기로다. 양 회장이 "지역 최고의 신문"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제조업식 실행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콘텐츠 전략, 편집 독립, 디지털 수익 모델이라는 언론 고유의 숙제를 풀어내야 한다.
제조업의 근육과 언론의 심장을 동시에 돌리려는 도전. 양진석 회장의 선택은 지역 언론 지형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충돌이냐, 시너지냐. 답은 그의 경영철학과 실천 속에서 머지않아 드러날 것이다.
지역사회 안팎에서는 "호원의 성장 신화를 써온 양진석 회장이 광주경영자총협회를 이끌며 보여준 리더십을 언론사 운영에서도 발휘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며 "어려운 여건에 놓인 지역 언론계에 긍정적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